찾아온 더위 속에 다가서는 아픈 생각들
찾아온 더위 속에 다가서는 아픈 생각들
  • 전주일보
  • 승인 2021.06.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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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날씨가 본격적인 여름으로 치닫는다. 하지를 하루 앞둔 20일 기온이 33도를 넘어서고 볕이 따가울 만큼 강하다. 얼굴을 덮은 마스크 탓에 더위가 한층 뜨겁게 느껴진다. 볕에 잠시 나가도 따가워 얼른 그늘에 숨는다.

지난 17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하러 들어갔던 광주 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52.소방경) 대장은 맨 뒤에서 대원들을 지휘하며 나오다가 실종되어 끝내 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물류센터에 모이는 물품들이 모두 충격을 흡수하는 비닐과 물에 젖지 않도록 포장한 것이어서 화재에 취약한 상황인데도 제대로 자동소화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급속하게 불이 확산한 것으로 보이는 이 화재에 아까운 인명이 희생되었다.

20일 현재에도 연기가 새어 나오는 거대한 화재 현장 영상을 보며 그 현장에 들어가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거룩한 희생을 생각했다. 6월 햇볕에도 견디지 못하고 그들로 숨어드는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뜨거움과 위험을 감내하는 이들의 고마움을 새삼 실감했다.

삼가 김동식 대장의 명복을 빌며 그의 어머니와 아내의 통곡에 공감한다. 자식을 잃은 마음, 사랑하는 짝을 잃은 아픔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극통이다.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지극한 아픔에 깊은 위로를 드린다.

 

왜 안전하지 못한가?

 

이번 쿠팡 물류센터 화재사건 이전에도 물류센터 화재가 몇 차례 발생했다. 20081월 이천시 호법면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건에서는 일용직 근로자 40명이 사망했다. 2020년에는 경기도 군포시 군포화물터미널 E동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버린 담배꽁초가 원인이되어 22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그해 4월에는 다시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에서 우레탄폼 작업중 금속절단 작업으로 발생한 유증기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38명이 죽고 10명이 부상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의 CLS물류센터에서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여 5명이 죽고 8명이 부상했다.

대형 물류센터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 일일이 소개하지 않은 화재도 여럿 있다. 위 사건들은 대부분, 근로자들이 작업 중에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화재였다. 그러나 이번 쿠팡 물류센터 사건은 작업 중이 아니라, 센터 가동 중에 일어난 화재로 전기 콘세트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물류 처리 건물이 경기도 지역에 수없이 널려 있음을 생각하면 언제 어디서 화재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가 출동하기 전에 자동으로 스프링클러나 화학 분사 장치 등 소화장치가 가동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더라면 피해 규모도 적고 인명이 희생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 기업이 이윤을 위해 최소한의 시설을 운영하는 바람에 화재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재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방당국의 소방검사를 거쳤음에도 막상 화재가 발생하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인적 물적 피해를 양산하는 상황이다. 화재 현장이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하듯 비슷한 양상으로 반복되는 이런 악순환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는 늘 안전한 나라를 말하지만, 생업 현장은 늘 불안전하다. 지인이 우리 전북에는 경기도처럼 대형 물류센터가 없으니 화재 사건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라는 자조(自嘲) 섞인 말을 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화재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역시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수 야당?

 

이준석 신드롬을 불러온 한 달이 지나면서 서서히 그의 본디 모습과 생각의 범위가 드러나는 듯하다. 당 사무총장에 한기호 의원을 임명했다. 한 의원은 군 장성 출신으로 5.18과 세월호 사건을 두고 심한 막말을 했던 이력이 있다.

극우 세력의 대표 아이콘이라고 할 만큼 강경한 인물을 사무총장에 기용한 그의 기용 이유는 군인 출신이어서 엄정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한 사무총장 임명철회를 요구했다고 쿠키뉴스가 보도했다.

광주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 의원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에서 왜 5·18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겠는가라며 5·18과 북한의 연계설을 유포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아울러 이 대표가 한 의원을 임명한 일을 두고 국민의힘의 호남 행보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광주시당은 이 대표가 광주에 와서 광주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고 한 지 3일 만에 한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힌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말과 행동이 다른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이 이러고도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고 했다.

이 대표가 당 대표에 오르기까지 행적을 보면 대단히 기민하고 행동에 따른 뒷일까지 충분히 생각하는 영리한 면이 드러나 보였다. 보수이면서 진보적 성향의 혁신가로 보였던 그다. 그러나 당 대표에 취임하고 사무총장을 임명하면서 앞으로 당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게 아닌가는 짐작을 하게 한다.

아울러 지극히 계산적이고 타이밍에 능한 처신가라는 느낌을 준다. 기회주의자라고 할 만큼 목적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말이다. 기왕에 지지가 적은 대구에서 박근혜에 대한 탄핵이 옳았다는 발언으로 국민여론 투표를 확보한 일이나, 따릉이 출근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일, 지역을 돌며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방법으로 지지를 다지는 일이 모두 적절한 시기에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짐작을 해본다.

그리고 당 사무총장에 한기호 의원을 임명하여 찐보수층의 반발을 막았다. 한 총장 정도는 능히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도 보인다. 우리는 지난 시절 한 기회주의자에 휘둘려 36년 독재 치하에 살았고 민족성조차 달라지는 아픔을 겪었다. 젊은 그가 기회주의자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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