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물류 대란
수출입 물류 대란
  • 전주일보
  • 승인 2021.06.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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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일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이 강 일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수출입 화물 컨테이너선 운임이 5주 연속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SCFI가 3,700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CFI: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2009년 10월부터 전 세계 노선의 비정기 단기 운송 계약 운임을 종합해 매주 발표) 해상운임은 전년 보다 평균 3배 수준으로 올랐으며, 남미의 경우 7배 수준 인상되었다. 수출입 화물 운임이 이처럼 급증하자 수출업체들은 운송비 부담으로 수출을 해야 할지 진퇴양난에 빠졌다. 

 최근 해상운임 폭등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가 주춤되고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물동량의 증가폭은 둔화되었다.

이 기간 동안  SCFI 지수는  10여년간  500 ~ 1000 포인트 사이로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화물 수요보다 선복들이 많이 공급되어 화주 우위 시장이 되었고, 해운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세계 주요 선사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물동량을 늘리는 한편 운임 가격을 낮춰 중소선사들을 고사 위기로 몰고 갔다. 이러한 치킨게임속에 2017년 글로벌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2020년 초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일시적으로 위축되어 전 세계로 오가는 물동량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2020년 중반기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나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관련 제품의 수요가 대폭 증가하였다. 마침 세계 공장인 중국이 코로나19에서 회복되면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 물량이 크게 증가하였다.

해운업은 코로나19 이전에 오랜 침체로 인해 적극적인 선박 발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고 급격히 늘어난 선복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게다가 물류 현장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항만과 내륙운송이 도미노처럼 지체되기 시작했고, 공컨테이너가 회수되지 못하면서 운임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월 미 남부를 강타한 이상한파와 3월 수에즈 운하 에버기븐호 좌초사건 등은 해운물동량의 정체를 더욱 심화시켰다. 2020년 하반기까지는 선사들이 대기하는 선복을 최대한 활용하여 수요를 맞추었지만 2021년 초부터 유럽, 동남아 등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운항대기 선복도 없어지고 수요 임계치가 넘어섰다. 지금은 하반기에 보낼 물건을 미리 보내거나 화물선을 잡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 미리 계약하려는 가수요까지 발생하여 운임 비용이 더 크게 상승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조기 발주한 HMM 소유 16,000톤급 대형 컨테이너선 2척을 유럽항로에 앞당겨 투입함에 따라 물류 대란을 다소 진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물류 대란으로 인해 무역업체들은 ① 선사와 장기 계약을 맺었는데도 제대로 선적을 못하는 경우 ② 스팟운임이 너무 비싸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보내는 경우 ③  예상없이 룰오버가 되었는데도 보관료를 화주가 부담하는 경우 ④ 운항 속도가 길어지면서 납기 지연을 화주가 책임지는 경우 등 다양하게 피해를 겪고 있다. 

 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에서 5월말 ~ 6월초 지역내 무역업체 대상으로 해상운임 급증에 따른 애로 설문 조사를 하였다. 설문 답변 33개사의 97%가 운송비용이 급증하였고, 이들 중 65%가 운송 수단 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운송 지연도 58%가 발생한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인 피해로는 타 운송 수단 확보 시간 투입(58%), 수출 및 매출 하락(44%), 타 운송 대체에 따른 비용 증가(41%), 납기 지연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29%), 해외 거래선과의 거래 중단(12%), 원자재 수급 어려움(3%) 등 많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상승한 운임 비용 대응 방법을 보면 기업 비용으로 처리(67%), 제품 가격에 반영(35.5%), 원가 절감/대체 운송 수단 발굴(23.5%), 정부/지자체 지원으로 해결(8.8%) 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떠 안거나 다른 방법을 찾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업체들의 매출과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 시황은 변동성이 크다. 올라갈 때 빠르게 올라가고 떨어질 때 빠르게 내려온다. 선박은 공급 비탄력성을 가지고 있어 지금 선박을 발주한다 하더라도 만드는 시간이 있어 2-3년 뒤에나 선박을 공급할 수 있다. 현재의 화물 수요와 선복 공급을 볼 때 당분간 운임비가 쉽게 떨어지거나 안정화 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답변이다. 

 무역협회는 정부와 공동으로 범부처 수출입물류 종합대응센터를 가동하여 물류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해운선사를 섭외하여 선적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해상/항공운임 특별융자를 지원과 물류현장 컨설팅을 시행중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운임은 중소기업들의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 대란이 안정화 될 때까지 정부·지자체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재정적으로 열악한 중소 무역업체들에게 물류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국제무역연구원에서 발간한 “최근 해상운임 상승 원인과 중소기업 물류비 절감 방안 보고서”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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