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천강문학상 수상 '노령' 작가를 만나다.
제11회 천강문학상 수상 '노령' 작가를 만나다.
  • 전주일보
  • 승인 2021.05.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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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는 삶이 바른 삶인가?”를 구하는 문학
- 어릴 적 꿈 위해 50 넘어 늦깎이 소설가의 길 시작 -
- 어깨 · 허리 통증 견디느라 선 채로 글 쓰는 집념 -

 천강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노령 소설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지요?

노 령 소설가
노 령 소설가

- 축하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제 소설의 지향점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가?’란 화두로 시작했어요. 선과 악이 구별되지 않는 시대에 개인의 삶을 무참하게 유린하는 현실을 목격할 때마다 삶의 가치를 새삼 뒤돌아보게 되었지요. 그런 소재로 잔잔한 일상을 표현하거나, 사회의 비리 현상을 고발하거나, 여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고달픈 삶에 일침을 가하거나, 잊지 않아야 할 역사의 궤적을 찾기도 했지요. 제가 쓴 소설 중에왕조의 운석이 바로 역사의 궤적을 따라간 작품인데요. 빛나는 시 정신의 소유자 매창과, 불의와 불온을 온몸으로 버텨오다가 끝내 좌절한 허균의 지성을 헤집어 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지금까지도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찰적 분노를 일부분이나마 표출시켰던숨비의 환생은 읽는 독자들에게 작은 숨비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요.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주인공 덕분에 쓰는 동안 제가 위로를 받곤 합니다.

 

11회 천강문학상 시상식에서

 

 천강문학상을 받으신 <의령, 의령>은 어떤 소설인가요?

- <의령, 의령>1592413일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 초기를 그린 중편소설입니다. 전쟁이 벌어지자 임금을 위시하여 벼슬아치들은 저만 살길을 찾아 도망치기에 바빴어요. 그때 들불처럼 일어난 것이 의병들이었지요. 특히 의령의 곽재우 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킵니다. 이때 모여든 의병들은 국가의 명령이나 징발을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가한 민군들인데, 그중 다수가 중인이거나 천민들이었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국가를 위해 분연하게 나서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천민[민중]들이었어요. 그래서 곽재우 장군과, 중인 신분인 천복, 그리고 천출인 부뚜막을 주인공으로 삼았고요. 그들이 국가의 위기를 어떤 심정으로 막아내는지, 그 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그려냈지요. 사실 <의령, 의령>은 다른 작품에 비해 쉽게 썼어요. 여러 편의 장편을 써본 경험이 이미 있어서 그런지, 중편은 집필 부담이 조금 적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대하소설혼맥婚脈을 집필했던 창작 경험이 도움이 컸지 않았나 싶어요. 다음과 같은 심사평이 저에게 큰 창작의 힘이 될 것이고, 크게 고무되는 기분입니다.

중편 <의령, 의령>은 소설의 모범답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노련한 필력을 보여주었다. 주제가 선명하고 구성이 탄탄하며,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세련될 대로 세련되어 거침이 없었다. 곽재우 장군의 활약상과 심마니 천복의 삶을 절묘하게 교직함으로써 감동의 진폭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의령 지역의 역사와 전통과 지형 등을 정확히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의령宜寧의령義令을 결부시킨 창의력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왜군과 일전을 겨루는 결말 부분을 잘 장식하여 강한 인상을 남겼다.”-(천강문학상 소설부분 심사평 중 일부)

 늦깎이 소설가로 데뷔하시어 상을 여러 차례 받아 명성도 얻으셨습니다.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하신 이유와 저간의 어려움이 많았을 터인데요.

- , 맞아요. 평생 해온 교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써야겠다고 겁도 없이 달려든 때가 오십 중반이었어요. 주변에서 그 나이에 뭐하러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느냐고 애정 어린 만류도 많았지요. 그러나 소설가는 어려서부터 가슴에 간직하고 있던 꿈이었어요. 어떠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꼭 시도해 보고 싶었거든요. 글을 쓰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문학계에 퍼져있는 만연한 편견이었어요. 오십이 넘은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하니 여유가 있는 유한부인의 고급한 소일거리로 글을 쓰려한다고 예단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러니 자연 작품을 읽어보기도 전에 무시하는 경향이 심했지요. 등단 응모에서 여러 번 탈락했어요. 생각 끝에 2006년 신춘문예 공모에는 노경찬이라는 남자 이름으로 응모했고, 당선의 영광을 안았어요.

 

 서서 글을 쓰실 만큼 치열한 작품 활동을 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 그럴 수밖에 없어요. 나이가 있으니 제가 세운 계획을 달성하려면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하거든요. 사실 소설 쓰기는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얼마나 오래 책상 앞에 앉아있는가에 따라 성과물의 차이가 크거든요. 그런데 한 번 글을 시작하면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요.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면 목, 어깨, 허리에 통증이 많이 와요. 그래서 생각 끝에 의자를 밀치고 서서 작업을 하기로 했지요. 그리하면 다리는 좀 아프지만 다른 통증은 줄어드는 것을 느껴요. 건강상으로나, 창작의 효율성으로 보아 서서 글을 쓰는 것이 저에게는 적절한 작업 자세로 보입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위에서 언급이 되었습니다만 저에게는 꼭 남기고 싶은 작품이 있어요. 등단하고서 맨 처음 든 생각이 우리 고장의 뿌리인 백제 역사를 복원하고 싶다는 열망이 매우 컸지요. 열권의 대하 역사소설을 써야겠다는 원대한 포부였어요. 그래서 쓰기 시작한 작품이혼맥婚脈이에요. 2012년부터 쓰기 시작하여 3권쯤 썼을 때 예스24에 연재하게 되었지요. 연재로 5권까지 탈고하고 전자책(ebook)으로 묶었어요. 주마다 연재 분량을 맞추어야 하는 작업이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쉬었다가 6권부터 다시 쓸 계획이었어요. 이제 쉬는 것을 멈추고 이어서 써볼 생각입니다.

 

연보

노령(魯玲)은 그녀의 필명이다. 본명 노경자 외에 노경찬이란 필명을 쓰기도 하였다. 그녀는 전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2006년 노경찬이란 필명으로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동심원이 당선되었다. 장편소설파도타기(흐름출판사, 2009),왕조의 운석(시선사, 2016),숨비의 환생(청어, 2019),청주(바밀리온, 2021), 창작소설집바람의 눈(작가, 2011),수레국화꽃(작가, 2013), 천강문학상수상작품집(경남,2021)에 작품을 상재하였다. 그녀는 소설 창작에 매달려 밤과 낮을 거꾸로 살며, 백제百濟를 소재로 한 대하역사소설혼맥婚脈을 집필하여 인터넷서점 <yes24>에 장기 연재했으며, 탈고한 5권을 먼저 전자책(그래출판, 2016)으로 출간하였다.혼맥(婚脈) 1-얼의 나라 ,혼맥(婚脈) 2-얼의 나라 ,혼맥(婚脈) 3-불의 나라 ,혼맥(婚脈) 4-불의 나라 ,혼맥(婚脈) 5-물의 나라 5권을 전자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 현재 혼맥(婚脈) 6-물의 나라 를 집필중이다. ‘전북소설문학상’(2012), ‘전북예총하림예술상’(2019), ‘직지소설문학상’(2020), ‘천강문학상’(2021)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전북소설가협회> <저널소설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이행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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