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월
  • 전주일보
  • 승인 2021.04.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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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달 4월은 내게는 그리움의 달이다

그 사람을 만난 달도 4월이고
그 사람이 떠난 달도 4월이다

가슴에 품어도 가슴에서 꺼내도
여전한
그 사람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한 사람이 오고 한 사람이 가는 일이
사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4월을 끝끝내 보내지 못하고
4월에 목을 맨다

그 사람이 나를 향해 던진 사랑의 그물이
이제 내가 그 사람에게 던지는
그리움의 그물이 되었다

4월이 와도 4월이 가도 왜? 내 가슴은 시린가!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 1부 죽은 자의 매장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로 시작한다. 황무지는 생명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이다. 이 시에서 황무지는 생명이 깃들 수 없는 20세기 서구 문명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1차 세계대전(1914~1918)으로 900만 명 이상 사망한 것을 체험한 시인 엘리엇은 삶에서 죽음만이 유일한 소망이 되어버린 절망을 보았다. 아름다운 4월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땅에 묻는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엘리엇은 새로 싹을 틔워 삶을 시작하는 계절 4월을 반어법으로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한용운의 시 ‘상자 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에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 사람이 있습니다.’를 빌리면 잔인한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그리움이 아닌가!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정희성 : 창비)’ 으로 옮겨가는 전염병에라도 걸리고 싶은 오늘이다.  그리워한다는 것은 결국 사랑과 소망처럼 무게가 있는 감정일 수 있고, 고통 받게 하는 것과의 싸움일 수 있다. 그리워해 본 사람이 그리움이 무엇인지 안다.  슬픈 사람만이 슬픔의 깊이를 아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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