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 마시는 사람들
김칫국 마시는 사람들
  • 신영배
  • 승인 2021.04.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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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어느새 봄이갔다. 낮에는 이미 초여름이다. 무상한 세월이라더니 우리는 또 한 계절을 보내고 새 여름을 맞는다. 변하는 계절처럼 세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20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경제관련 대정부 질문에서 홍남기 총리 대행에게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석방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해주시겠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많은 국민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과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사법처리 돼 징역형에 벌금, 추징금을 낼 만큼 범죄를 저질렀는지 보통 상식을 가진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서 의원은 저의 마음과 다를 바 없는 국민도 절반이나 있다많은 국민들이 저를 만나면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고 빨리 석방하도록 건의해달라고 애절한 마음으로 호소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홍남기 총리 직무대행은 “사면문제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고 한다국민의힘 서 의원의 말에 진보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서 의원을 향해 그런 말하기 전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무릎 꿇고 사과한 것부터 이해가 안 된다고 해야 한다고 했다.

여 대표는 "정권 심판을 선택했던 13일 전(47 보궐선거)의 민심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라며 촛불을 배반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님, 헌정질서 파괴범죄를 단죄한 역사를 호도하지 말라.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다시 한 번 눈으로 보셔야 알겠나라고 질타했다.

 

착각은 자유

 

얼마 전에 홍준표 의원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주장했다. 홍 의원의 주장과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서병수 의원이 총리 대행에게 강권하다시피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을 석방할 것을 건의하라는 의미는 큰 차이가 있다.

홍준표 의원은 여러 차례 같은 말을 했다. 자기의 생각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서병수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총리 대행에게 대통령에 석방을 건의한 발언은 개인의 뜻이 아닌 정당을 대표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하자 민심이 국민의힘에 쏠려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 마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의미로 들리는 석방 요구다. 사면이 아닌 석방, 죄가 없는 사람들 가두었으니 석방하라는 대단히 건방지고 불손하고 오만한 발언이다.

국회가 탄핵을 결정할 때,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졌다. 뜨거운 촛불이 자신들을 태워죽일까 두려워 벌벌 떨며 당을 해체하고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더니 4년 만에 다시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탄핵을 결의하고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 일을 두고, 죄 없는 사람들 가두었으니 석방해야 한다고 국회에서 큰소리치는 오늘의 상황을 보며 국민들은, 특히 서울 시민과 부산 시민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국민의힘은 벌써 그들의 봄이 온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47 보선이 끝나고 불과 13일 만에 국민의힘이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작금의 형태는 지난 연말에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광주에 가서 5.18영령들에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하며 국민 앞에 잘못을 빌었던 건 본디 마음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돌려 표를 얻기 위한 기만이었다는 걸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동안 잘못을 뉘우치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더라면, 국민도 어느 정도 용납하고 사면을 찬성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둘 다 조금도 뉘우치지 않고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으니 사면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무능한 민주당

 

보선에 참패한 민주당 꼴은 어떤가? 처참하게 깨진 선거 결과에 아연한 민주당 역시 착각에 빠져 낙낙하다가 국민의 된 매에 혼비백산(魂飛魄散), 지도부가 모두 물러나고 일부 초선의원들은 살길을 찾는지 반발 초식으로 대들었다.

1년 후에 대권을 두고 피 터지는 전쟁을 해야 할 사람들이 임기 1년의 보선 결과에 나가떨어졌다. 마치 노름방에서 온 재산을 잃은 노름꾼처럼 넋이 나갔다. 선거에서 왜 졌는지, 어떤 과정에서 민심을 잃었는지, 이번 민심이 회초리 인지, 몽둥이인지, 칼날인지 판단해보지도 않고 그냥 고꾸라지고 나가떨어졌다.

1년도 채 되기 전에 179석을 몰아준 국민의 마음을 잊었다. 그저 정부의 잘못 때문에 표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회생 불능의 중병이라도 걸린 듯이 널브러졌다. 국민이 부여한 막강한 힘을 지니고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소수 야당에 휘둘리는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국민이 바라는 민생법안과 각종 개혁,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부동산 버블 해소, 행정구역 개편,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 등 산적한 임무를 까마아득하게 잊고 있다. 까짓 보선 쇼크에 술이 덜 깬 사람들처럼 눈에 초점을 잃고 허둥거리면 표를 주었던 국민은 어쩌란 말인가?

이처럼 우스운 몰골을 하고 있으니 석방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국민의힘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으스대는 것이다. 절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100석 남짓의 야당에 사사건건 발목이 잡히고 뚜렷하게 제대로 한 일도 없이 독재라는 말을 듣는 오늘의 현실은 국민이 바라던 바가 아니다.

당장 정신을 가다듬고 지난날을 반추해가며 무엇을 잘 못 했는지, 왜 이런 형편에 몰렸는지 냉철하게 판단해 국민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길 바란다. 당이니 정권이니 하는 것들은 구석에 처박아 두고,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일이고 길인지 찾아가다 보면 구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능한 여당에 김칫국 먼저 마시며 착각하는 야당이 제각각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동안에 국민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부대끼며 화풀이할 데가 없어서 매질한 국민의 마음은 더 복잡하고 어렵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신 바짝 차리고 오로지 국민의 뜻을 좇는 좋은 정치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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