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산업 지형을 바꾼다
탄소중립이 산업 지형을 바꾼다
  • 전주일보
  • 승인 2021.04.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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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일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이강일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2021년 1월 1일, 온실가스 배출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파리기후협약이 발효되었다. 협약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가 5년마다 목표를 상향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작년 말 종료된 교토의정서에 비해 강력해서 파리협약을 어길 경우 벌금 부과 등 강제력도 있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 및 친환경 에너지 도입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탄소중립은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하겠다는 목표로,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이제 우리기업들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탄소중립에 대한 세계적인 트렌드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자세한 내용은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주요국 탄소중립 정책과 시사점” 연구보고서 참조)

 첫째, 확산되는 탄소규제와 가열되는 주도권 경쟁이다.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패러다임 전환 요구와 코로나19 저성장 위기 극복을 위해 저탄소·친환경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경쟁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큰 전력(41.7%), 수송(24.6%), 제조·건설(18.4%), 건물, 농식품 등을 중점 분야로 설정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에너지 시스템 통합, 친환경차 확산, 에너지효율 제고 등의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둘째, 탄소중립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 Nazca2019 선언(191개 국가, 10,693개 도시, 4,299개 기업 등이 2050까지 탄소중립에 동참),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등 탄소중립 사회 건설 운동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21.1월 현재 RE100 운동에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BMW, 네슬레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가입했고, 한국은 SK그룹사, LG화학, 한화큐셀 등이 참여를 선언했다.

 셋째, 가속화되는 전기차 확산이다. 도로수송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61억톤으로, 연료연소로 인한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322억톤)의 18.2%를 차지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동차 탄소배출 허용량을 낮추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계획중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신차 기준)의 시장 점유율은 2025년 10%, 2030년 28%, 2040년에는 58%로 상승해 자동차 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넷째, 탄소중립 시대 ESG 경영(사회적 책임투자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경영)이 새로운 규칙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주주를 넘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는 ESG 경영이 중시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우리의 미래 제조 경쟁력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EU와 미국은 탄소배출 산업의 해외이전이나 산업 경쟁력 악화 등을 우려하여, 수입품에 탄소배출에 비례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중이다. EU는 2023년 탄소국경세를 도입 예정이며, 미국은 최근 검토를 공식화했다. 2023년 한국기업들이 미국, EU에 지급해야 할 탄소국경세는 6100억원, 2030년에는 1조 8,7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EY한영)이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가속화한 선진국들이 값싼 신재생에너지를 경쟁력 제고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탄소제로 경제로의 대전환 시대에 탄소중립 인프라는 필수적이다. 기존 석탄화력 발전소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며 안정적인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위해 저장 및 운송 인프라, 그리고 생산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로 전환해야 하다. 전기차의 빠른 확산을 위해서 충전기의 대규모 보급이 필요하며, 충전기 설치와는 별개로 전력량 증가에 대비한 전력설비 및 전력망 등 관련 인프라를 갖춰나가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새만금 그린 디지털 뉴딜 종합추진방안”을 확정했다. 그동안 30년간 개발 방향이 명확치 않은 새만금을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새만금에 그린수소 생산 기반과 그린에너지 종합실증시설을 도입하고,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단지 조성, 국내 최초로 RE100을 실현하는 스마트그린 국가시범산업단지 조성, 대규모 데이터센터 조성, 무인 자율상용차 기술 실증이 가능한 테스트베드 구축, 그린수소 생산·유통·활용하는 도시·산업단지의 선도 모델 구현 등 10개의 사업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탄소중립은 전북 산업에 매우 큰 임팩트가 될 것이다. 탄소중립 인프라를 잘 구축해 놓으면 글로벌 기업과 신성장 산업을 유치하고, 전통 산업들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지자체 및 전북 경제 단체들은 합심해서 탄소중립 시대 전북산업 발전의 극대화 전략을 마련하고 탄소중립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전북산업 발전에 다시 올 수 없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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