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늙은 호박
  • 전주일보
  • 승인 2021.04.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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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 호박 하나 누워 있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논두렁 밭두렁에 절푸데기 주저앉아
콩을 심고 고구마 순을 따주던 호박
늙은 호박
서산마루에 해가 뉘엿뉘엿 지자
관절마다 바람이 들고 잔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자리를 깔고 말았다

한 때는 꽃이었다 아무도 봐 주지 않는 호박꽃은
꽃 중에 꽃이라며
치마 밑에 불을 지르고 싶었다
온몸에 줄을 그으면 수박이 되는 줄 알았다
호박은 바람이 되어
세상을 한 바퀴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아랫목을 차지하고는
호박떡이 되거나
호박죽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리하여 한 끼의 근사한 식사가 되는 것이
최선이고 최후라고 생각하고 있다
늙은 호박은

ㆍ 진안 건강원 : 전북 진안군 진안읍 소재

호박은 어린잎과 줄기, 꽃, 미숙과, 성숙과를 식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애호박은 된장국이나 부침개를 부쳐 먹지만 늙은 호박은 보양식으로 사용이 되고 있다. 맷돌호박 같은 경우는 부인들 몸에 좋다고 하여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단 호박이 개발되어 간식용이나 다이어트 또는 요리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호박떡, 호박죽, 호박엿, 호박전, 호박범벅 등은 인기 품목으로 부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는 부정적인 말을 한다. ‘겉으로는 얌전한 척하면서도 뒤에서는 은밀히 온갖 짓을 다하는 것’을 표현할 때 쓴다. 비슷한 속담으로 “똥구멍으로 호박씨 깐다”,  “밑구멍으로 호박씨 깐다” 등이 있다. 그 외의 말들로 "호박꽃도 꽃이라고..." "호박같이 못생긴 얼굴" "호박에 말뚝 박기." "정성이 부족하여 호박떡이 설었더라." "저런 걸 낳느니 차라리 호박이라도 낳았으면 국이라도 끓여 먹지." 등 호박에 대해 좋지 않은 표현들이 많다. “호박씨 까서 한입에 털어 넣는다.”는 ‘애써 조금씩 모았다가 한꺼번에 털어 없애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역시 부정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느냐?"다. 외국에서도 머리가 나쁜 사람을 '펌프킨 헤드Pumpkinhead' 즉 '호박대가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돌대가리'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에 비해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라는 말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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