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셀프 투기조사, 믿을만한가?
전북도 셀프 투기조사, 믿을만한가?
  • 신영배
  • 승인 2021.04.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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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이사
신영배 대표

지난 13일 전라북도가 LH 투기 사건으로 파급된 공직자 투기 사실을 조사한 결과 단 한 건의 의혹도 없었다고 발표했다필자는 지난달 24일 치 본란을 통해 야단법석을 떠는 LH 투기 조사를 두고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을 예견했다.

시작하는 소리만 요란하고 드러나는 결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결국 전라북도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자체조사 결과는 그 쥐새끼 한 마리도 없이 그야말로 '태산명동 서일필'이라니 감동을 넘어 크게 기뻐해야 할 일이다

전라북도 발표내용을 요약하면 지난달 16일부터 20일간 공무원을 대상으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도시개발지구와 산업농공단지 토지의 불법 거래 여부를 전수조사했으나 투기 사례는 단 1건도 없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은 내부 공무원 5,107명과 전북개발공사 직원 454, 도시개발 등 협의 부서 가족 614명 등 모두 6,175명이었다고 한다. 조사 범위는 2014년 이후 전북도가 지정한 도시개발 지구 5곳과 산업농공단지 6곳이다.

해당 지역에서 총 40,601건의 토지 거래가 있었으며 그 가운데 공직자 3명이 도시개발지구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있으며 공무원 주변인사 16명이 29건을 거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토지 매입매도 시점과 공무원 임용 시기 등을 참작해 모두 투기와 거리가 멀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발표내용을 접한 도민들은 결과를 신뢰하기보다는 재빨리 자체조사라는 이름으로 조사를 마무리한 후 경찰이나 검찰 등 외부 조사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조사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극히 형식적인 조사임을 삼척동자도 알수 있을 정도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꼴이다. 

얼렁뚱땅 구렁이 담 넘듯

형식적인 조사 사례를 보면 조사범위를 일부 개발지역으로 특정하고 관련 공직자도 개발정보에 접근해 있는 현직에 국한했다. 전임자들과 퇴직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또 조사에 투입된 공무원도 10명에 불과했으며 특정지구의 토지거래 명단과 공무원 명단을 엑셀 함수로 걸러보는 정도의 조사만 진행됐다. 기본적으로 토지 등기부등본상의 거래 사실을 추적하면 매매 시기 등 의심 가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조사했다면 과연 결과가 ‘0’으로 나왔을지 의문이다.

전북도는 이번 조사를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챙겼는지 여부와 정보를 외부에 흘려 투기를 조장했는지를 중점으로 조사했다고 했다. 그러나 내부 개발정보는 기획 단계의 일시적 비밀일 뿐 사실상 설계 단계에 이르면 공공연한 계획으로 드러나게 되므로 담당이나 관련자에 국한한 조사 범위도 별 의미가 없다.

전북도의 조사 결과에 한 시민연대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공직사회 투기 의혹에 대한 시민 불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성 조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진정으로 도민의 의혹을 풀어줄 생각이라면 경찰 등 수사기관과 부동산 중개인 등 전문가를 포함한 수사본부를 구성해 제대로 전수조사를 했어야 맞다.

이런 식으로 슬그머니 넘어가는 전라북도의 행정태도에 여러 차례 실망하고 답답한 마음을 수없이 지적하고 달라지기를 주문해왔지만, ‘쇠귀에 경 읽기. 그런데도 송하진 지사가 전국 광역단체장 업무 만족도 조사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받아 전국 4위를 차지했다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공직자 윤리 강화, 왜 필요한가?

LH 투기 사건 이후 공직자 투기 근절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재산등록 의무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고 공개토록 추가로 입법하겠다고 발표하자 공무원들이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하급 공무원과 교직자들이 자신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며 거칠게 저항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의 반발은 얼핏 타당하게 보이지만, 시각을 바꾸어보면 그들의 저항은 뭔가 다른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형법은 이런저런 범죄에 알맞은 형량을 미리 규정하고 있다. 어떤 범죄를 저지르면 이만큼 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양형기준을 미리 정한 것이다. 공무원들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의 형법은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외려 선량한 공직자들이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넘지 않아야 할 선을 사전에 그어주어 흐트러짐없는 공복으로서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한 취지를 모르지 않는 이들이 저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언제든 기회가 닿으면 투기라도 해서 재산을 불려보겠다는 속셈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받을 일이 없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다. 공정하고 성실히 봉사하는 공직자의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재산등록을 하든 이해충돌 방지법이 만들어지든 마음 쓸 일이 없다. 공직자의 본분을 성실히 지키고 봉사할 수 있도록 돕는 법이 공직윤리 관련법이나 김영란법, 이해충돌 방지법 등이다.

모든 법은 예방을 위한 것이지 처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처벌 규정이나 법이 만들어지든 말든 열심히 소임을 다하면 된다. 부정한 청탁이나 뇌물에 매수당하지도 않고 투기 등 불법에 가담하지 않는 공직자는 어떤 법도 두려워 해야할 이유가 없다.

공직자가 국민의 불신에서 벗어나는 길은 철저히 본분을 다하고 잘못된 유혹에 빠지지 않는 기본적 자세를 유지하여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위해 이런저런 규제와 법이 한계를 명확히 그어주고 있다. 무엇이 두려워 법 제정을 꺼리는가?

마침 국회에서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을 여야가 합의했다고 한다. 업무상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규제해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이해충돌이 있는 업무는 회피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모든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법으로 막아 일반 공직자든, 선출직이든, 국민이든, 서로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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