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한 정부여당, 아직 갈 길이 멀다
참패한 정부여당, 아직 갈 길이 멀다
  • 전주일보
  • 승인 2021.04.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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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다는 소식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이런 격차를 보일 줄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책임을 물러나는 것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마디로 겹겹이 둘러싼 악재를 인식하지 못한 무감각과 아직도 1년 전의 달콤한 시절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2년에 걸친 코로나블루를 겪으며 시민들은 아무 일 없어도 폭발할 듯한 분노 속에 살았다. 어디에 분출 할 수 없는 분노를 투표장에서 여당을 향해 퍼부었다. 청년실업, 코로나사태, 불공정, 검찰개혁 갈등 그리고 LH 투기사건까지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게 없는 짐을 진 정부여당이었다.

그 무거운 것들을 간단히 대통령의 지시나 재난지원금 따위로 견뎌낼 수 있다고 판단한 잘못은 그들 모두의 책임이다. 지난해 총선의 달콤한 과즙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 이번 결과에 아마 정신이 번쩍 났을 터이다. 그렇다면 번쩍 난 정신을 일시적인 쇼크로 넘기지 말고 이를 계기로 달라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촛불아래서 그렇게 무기력했던 보수 세력이 호시탐탐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음을 가볍게 생각했다는 데에 있다. 민심은 이성적이지 않은 감성의 표출이다. 그 사람들이 어떤 짓을 해 온 사람들인지 그들이 나라를 움직이던 시절에 무슨 짓을 했던지 따위를 생각하며 투표하지 않는다.

이 답답하고 불만인 시절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고 뽑아준 대통령과 국회가 제멋에 취해 즉흥적으로 내놓은 모든 정책들이 고민의 흔적도 없이 탁상에서 만들어져 나왔음을 일고 분노한 것이다. 지난날의 국민들은 나라의 작은 은전에도 쉽게 감동하고 머리를 돌렸다. 그러나 오늘의 국민은 자신들의 힘을 알고 있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엎어버릴 수도 있다.’라는 말처럼 국민은 이제 정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수 집단을 좋아하고 믿어서가 아니라, 어느 정권이든 세울 수도 있고 엎어버릴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정권도 과거처럼 제멋대로 끼리끼리 잘 해먹고 사는 정치는 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민주당과 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을 새롭게 가다듬고 꿈에서 깨어나 온마음으로 국민을 위해 충정을 바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다시 생각하고 자당의 이익 따위는 잊어버리고 충실히 법을 정비하고 만들어야 한다.

널브러져 있는 민생입법을 비롯하여 개혁 법안들을 사심 없이 처리하고 제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제를 철폐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국민도 다시 돌아볼 것이다. 야당은 이번 보선에서 표를 많이 얻었지만, 그들의 정치행보를 찬성하는 표는 아니다.

반대를 두려워하여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부도 지지율 따위를 걱정할 게 아니라, 오로지 국민을 위하는 뜻으로 고민해가며 일을 처리한다면 1년 후에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매사는 하기 나름이다. 이번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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