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관광재단, 왜 이러나?
전북문화관광재단, 왜 이러나?
  • 전주일보
  • 승인 2021.03.28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지역과 상생하는 문화와 관광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내건 전북문화관광재단의 발걸음이 비틀거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019년에는 전북도 투자기관 가운데 최하위 평가를 받아 대표자가 불이익을 받는 수모를 당하더니 올해는 지역 문화단체와 경쟁에서 밀리자 절차상 문제를 만들어 뒤집으려 하는 등 연이어 도민을 실망하게 하고 있다.

해마다 문화계를 지원하는 예산을 집행하면서 불공정 시비에 휩싸였다. 예술가치 확산, 문화참여 확대 등 그럴싸한 추진전략이 무색하게 특정 단체와 주류문화계에 국한하는 지원이라는 비판 속에 숱한 시비와 반론에 시달렸다. 재단이 추구하는 창의포용협력이라는 핵심 가치와 동떨어진 운영을 한 셈이다.

매년 문제가 지적되고 부실한 점이 지적돼도 돈을 들여 외부 심사위원을 위촉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사장 이하 35명의 직원이 일하는 재단인데 재단이 집행하는 사업에 책임을 회피하는 데 주력한다면 재단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된다.

공정하고 조금의 사사로움이 없다면 책임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 35명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들여 재단을 두고 문화관광 사업의 상당 부분을 맡긴 도민의 뜻은 소신과 책임을 갖고 지역문화와 관광을 확산하고 번성하게 하라는 것이다. 일부 기성 문화예술인에 집중하는 지원은 달라져야 한다.

 

어쭙잖은 전북문화관광재단의 헤살

 

지난 24일 전북도의회 제379회 임시회가 열렸다. 그날 도의회 조동용 의원은 자유발언을 통해 그릇된 인식에 갇힌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지역 문화진흥 거점기관 자격 없다라고 질타했다. 조 의원은 재단이 지역문화진흥원이 공모한 청춘마이크사업에 공모했다가 탈락하자, 경쟁에서 선정된 상대 민간단체의 선정 과정을 문제 삼으려 했던 점을 낱낱이 지적했다.

전북도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지역문화진흥원이 추진한 청춘마이크공모에서 떨어지자 최종 선정된 ()아이엠 측에 결격사유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재단은 38일 지역문화진흥원에 전북 주관처로 응모한 ()아이엠의 2PT 발표자가 해당 단체의 소속직원으로서 발표자 자격에 합당한지(4대 보험 가입여부)의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다. 만약 자격이 없을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주실 것을 요청한다라고 공문을 보냈다.

지역문화진흥원에서 별도의 회신이 없자, 315일 두 번째 공문을 보냈다. 앞선 공문에 대한 회신 촉구와 함께 소속인원의 범위는 근로·고용관계 있는 자로서 4대 보험 가입 여부를 하나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바, 발표자는 아이엠 소속 직원으로 볼 수 없고 외부협력 인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재단 의뢰 변호사의 의견을 보탰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선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일종의 결탁 의혹을 제기해 아이엠 측의 공모 신청 및 준비과정에 부정한 측면이 있는 것처럼 지역문화진흥원에 얘기를 흘리는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역문화진흥원에서는 아이엠 측의 소명자료 검토와 함께 두 명의 변호사 법률검토를 거쳐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려 319일 당초 선정 결과를 그대로 확정·통보했다.

조동용 의원은 재단은 공모사업에 탈락했으면 반성하기는커녕, 민간 문화예술단체를 경쟁상대로 간주하고 나아가서 부정한 단체로 몰아세움으로써 재단의 설립 취지와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를 보여줬다하루빨리 재단 차원의 진솔하고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하고, 전국적으로 재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한 마땅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라고 질타했다고 한다.

민간문화단체와 공모에 경쟁하여 응모한 사실조차 민망한 일인데, 민간단체에 밀려 탈락하자 헤살을 부린 일은 전북 문화관광의 중심이 되어야 할 재단으로서 퍽 부끄러운 일이다. 재단은 이 일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도의회에서나 홈페이지에 공개사과하고 도민의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재단의 환골탈태와 체제 개편 뒤따라야

 

이렇듯 전북문화관광재단은 문화계의 중심축이나 울타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예술인들을 끌어안아 보호하고 도움을 주어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보다는 지휘하고 대접받는 기관으로 군림하려는 자세에 문화예술인들은 실망한다.

도의회 조동용 의원이 소개한 강원도 영월문화재단의 사례를 보면, 영월문화재단은 해당 사업에 지역의 민간문화단체가 공모에 신청한 사실을 알고 사업 신청을 포기하고 민간단체를 도와 선정을 돕고 재정지원까지 약속했다고 한다.

지원해야 할 민간예술단체와 경쟁하여 밀리자 그 단체가 선정되는 과정에 흠결을 찾아 헤살을 놓으려 했던 전북문화관광재단의 행위와 비교조차 부끄럽다. 재단이 할 일은 어려운 예술계를 돕고 육성하여 문화예술을 확산하고 발전하게 하여 꽃을 피우는 일이다. 민간단체는 경쟁 대상이 될 수 없다.

재단은 권력기관이 아니다. 지원금을 집행하는 일은 국민의 세금으로 어려운 문화예술계를 도와 문화창달을 도모하는 일이다. 내 돈을 주는 듯 생색을 내거나 입맛에 맞는 단체와 개인을 골라 재단의 맘대로 퍼주는 돈은 물론 아니다.

이제 전북문화관광재단도 달라져야 한다. 재단은 문화예술계를 다스리고 쥐고 흔드는 기관이 아니라 뒷바라지하는 머슴이고 도우미들이 일하는 곳이다. 문화예술인들이 밥을 먹는지, 굶는지, 아픈 곳이 있는지 살피는 선량한 보호자로 거듭나야 한다.

해마다 같은 지적이 나오고 여론이 일었다가 이듬해 다시 같은 현상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또 이번처럼 공모사업에 지역의 민간단체와 경합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민간단체를 도와야 할 기관이 맞서서 경쟁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환골탈태, 인식부터 새롭게 바꾸고 진정한 도우미이며 머슴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문화예술인이 들고일어나 재단을 해체하는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