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꼴이 이게 뭐냐?"
"나라 꼴이 이게 뭐냐?"
  • 신영배
  • 승인 2021.03.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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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봄이 오고 꽃이 피건만, 아직도 얼어붙은 동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 하나 시원한 일이 없고 뒤죽박죽 혼란 속에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나 생각해보아도 답을 잘 모르겠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얼굴조차 감추고 사는 고통 속에 정치 경제 사회 모두가 제멋대로 돌아가니 이런 세상 모습이 바로 혼돈인가보다 싶다.

4년 전에 이게 나라냐?’라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의 눈에 오늘은 어떤 물음표가 떠오를지 생각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눈은 고등학생 수준을 넘어서는 단계인데, 정치는 이제 초등학교 입학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여야가 서로 물어뜯기로 승부를 내겠다고 으르렁거리는 게 정치라고 믿는 그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정책만 무려 25번째 발표했다. 하지만 어떤 정책도 기득권 언론의 시비가 뒤따랐다. 이해가 엇갈리는 정책에는 반드시 명암이 있게 마련이고 모두가 좋은 정책은 있을 수 없지만 그 정책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급조된 것이어서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진보세력의 정부가 이 땅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0%. 노무현 정부가 그랬고 문재인 정부도 기득권 세력이 바탕을 이룬 공직사회와 경제기반, 검찰과 사법의 공고한 기반 세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이승만에 이어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이 나라의 모든 분야에 보수세력은 완벽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조직마다 그 바탕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머리만으로는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땅에 독재 정권 40년이 흐르는 동안 얽히고설킨 그들의 연고와 인과관계는 누구도 부수거나 해체할 수 없는 강고한 유대를 이루고 있다. 독재가 물러가고 민주화가 이뤄졌지만, 거대 보수언론과 검찰, 사법, 돈의 흐름을 쥔 재계의 인맥 구조는 지연, 혈연, 학연, 친교 관계 등으로 철옹성을 이루고 있다어쩌다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진보세력이 힘을 쓰지 못하는 까닭은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온 나라의 중요 부서를 장악하고 있는 그들의 인맥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공허한 권력의 부질없는 몸부림

 

4년 전 촛불이 타오를 때, 대다수 정치인들은 타오르는 불에 겁먹어 박근혜를 탄핵하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설설 기었다. 잘나가던 언론들이 일제히 총부리를 돌려 박근헤 정부를 겨누었고 세상이 달라질 것처럼 보였다. 성난 국민의 힘이 뿌듯하게 느껴지던 그때 우리는 이제는 뭔가 달라질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어진 대선에서 진보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진보정권은 야당의 사사건건 반대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여당에 몰표를 몰아주어 야당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일하도록 바탕을 깔아주었다. 거의 2/3에 달하는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 탄생한지 10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여당은 각 분과위원장직 싹쓸이 등 거의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도 사사건건 야당에 발목을 잡히며 힘을 못쓰고 있다. 문 대통령의 숙원인 검찰개혁은 윤석열이라는 새로운 보수 아이콘만 띄워주는 역작용을 했을 뿐, 아직도 결말을 짓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검찰이라는 조직은 수사와 기소권을 장악해 70년을 보내는 동안 강력한 권력 집단으로 자리를 굳혔다. 축적된 정보는 여야 국회의원만 아니라 정치인 모두의 생사를 가름할 만큼 방대하다. 누구도 그들을 어찌하지 못할 만큼.

사법부는 네티즌들이 이번 LH사건을 풍자하면서 최상위 직업에 판사와 LH직원을 올릴 만큼 돈 잘 버는 직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법 재판이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있기나 한 지 모르겠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판 결과에 아연(啞然)하는 마음이 한두 번이었던가?

이런 구조 속에서 할 수 있는 정치는 별로 없어 보인다. 개인은 물론 집단마다 이익을 추구하고 세상이 두 쪽이 나더라도 나와 집단을 지키겠다는 분열된 사회를 고치는 방법을 찾아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것이다. 다시 촛불이 켜지고 그 불이 나라의 암 덩어리를 태워 없애는 방법뿐인지도 모른다.

 

오늘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LH 투기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코로나19, 4월 보선, 재난지원금, 검찰개혁, 윤석열, 지방분권은 물론 기초단체와 기초의회의 일탈까지 어디 한 곳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없는 나라꼴이다. 필자도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이런 소란 가운데 침묵하고 있을 수도 없으니 너도나도 한 마디씩 백가쟁명(百家爭鳴)을 탓할 수도 없다.

이 혼란도 4월 보선이 끝나면 다시 잠잠해질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뜻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의 임기이지만, 거대 여당의 힘은 건재하다. 진정 여당과 정부에 권하는 건 아직 국회에 잠자고 있는 민생입법안과 검찰개혁 법안 처리, 아직도 첩첩산중인 갖가지 규제 개혁을 막힘없이 정리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고 본다.

정권이 어찌 되든 민주당이 국민에게서 부여받은 오늘의 책임은 불합리한 법체계와 제도적 문제를 말끔하게 정리해 모두가 공감하게 하는 일이다. 공연한 시비에 좌고우면할 게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충심을 다하여 나라의 온갖 불합리를 고치고 살기 좋은 법체계를 만든다면 민심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막강한 힘을 부질없는 정쟁으로 허비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향하는 길을 닦는 것뿐이다. 대통령이 레임덕에 힘을 쓰지 못하는 일과 국회가 가진 힘을 제대로 활용하는 일은 별개이다. 국민은 어쩌면 오늘의 이런 상황을 위해 거대 정당을 만들어주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부는 현 상황을 마무리하는 데 진력하고 여당과 국회는 국민을 위해 모든 법과 제도를 곰꼼히 살피는 일에 전념할 것을 당부한다. 그것이 국민이 정치권에 명령한 일임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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