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尹)은 답답한 현실을 풀어나갈 대안일까?
윤(尹)은 답답한 현실을 풀어나갈 대안일까?
  • 전주일보
  • 승인 2021.03.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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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아직 아침 기온이 너무 차다. 일교차가 15이상인 요즘 날씨에는 옷 입기도 어렵다. 이런 불편한 날씨처럼 나라 정치도 일교차가 크다. 뜬구름 잡는 환상정치로 허구한 날 보수 언론의 정치공세에 시달리며 국정에 추동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정부 여당은 대통령의 잔여임기 1년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여당이 죽을 쑤면 야당이라도 대안이 돼야 하는데 무슨 을 좋아하는 정당의 정치 실력은 오로지 물어뜯기만 죽자 살자 거듭한다. 날카롭지도 못한 이빨로 물어뜯다가 이가 부러지는 부끄러운 일도 가끔 본다. 일단 물어뜯어서 힘을 빼놓고 보자는 정치는 현명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계속 400명대 후반을 유지하고 이번에는 사우나 감염이 발목을 잡았다. 대부분 국민이 열심히 수칙을 지키며 노력하지만, 지극히 일부 몰지각한 자들이 건방을 떨다가 감염을 확산시킨다. 정치나 사회의 모든 곳에 별종(別種)처럼 멋대로 노는 인간들이 언제나 골치를 썩인다.

모든 분야에서 극과 극으로 치닫는 양극화가 날로 그 격차를 벌리고 있으니 사회는 어수선하고 국민도 중심을 잡지 못해 허둥거린다. 이런 틈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자 국민의 시선이 몰리는 모양이다. 지향점을 잃은 국민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핀치 히터로 나선 그가 과연 대안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어설픈 예비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윤석열에 여론이 몰리자 언론들이 다투어 용비어천가를 지어 올리기 바쁘다. 그의 부모가 충청도 강원도여서 두 지역의 지지가 몰리고 대구를 방문하여 경상도에 애정을 보인 행동에서 경상도 지역의 인기도 높다며 지역주의를 불러 대세론으로 이끄는 허망한 매체도 있다.

더불어 그가 사법시험 9수를 거치는 동안 상가에 빠짐없이 다니며 인맥을 쌓은 일과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는 발이 넓은 인물이라는 칭송도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사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벌써 반기문이나 안철수가 처음에 인기를 얻던 현상과는 다르다며 때 이른 아부도 나돈다.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 이슈가 윤석열 바람에 묻힐 만큼 그를 향한 시선이 뜨겁다. 검찰조직 내에서 반항아로 지목되던 그를 기용하면 검찰개혁을 이룰 수 있고 정권에 충성하리라고 쉽게 생각했다가 발뒤꿈치를 물린 문 대통령의 허술한 인사 방향이 오늘의 사태를 부른 셈이다.

역대 정권에 검찰이 반기를 들었던 적은 없었다. 정권에 충성하면서 검찰 내부의 위계를 철저히 세워 강고한 단결을 유지했던 그들이다. 그렇게 점점 힘을 불린 검찰이 보수 노선을 지향하면서 노무현 정권이 끝나고 이명박이 취임하자 바로 노무현을 모욕하여 죽게 한 데서 불행은 시작되었다.

촛불의 힘으로 권좌에 오른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친구 노무현의 묘소를 참배하고 다짐했다. “좋은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고 다시 오겠다.”라고. 검찰개혁은 문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힘으로도 검찰을 어찌할 수 없었고 179명의 국회의원을 지닌 민주당으로도 강고한 아성을 깨지 못했다. 뭉친 검찰에 윤석열이라는 시멘트를 넣어 더욱 단단해졌기 때문이었다.

검찰개혁을 부르짖던 조 국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앉히는 데서 검찰은 완전히 정부와 대척점에서서 원전 정책에까지 간섭하고 조국 수석의 가족과 친인척까지 검찰에 털렸다. 청와대조차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거기에 정면으로 맞선 문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기용하는 강수로 응수했다.

더욱 강경해진 검찰에 결국 조국이 물러나고 추다르크까지 기용했으나 칼자루를 쥔 검찰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아들의 군대 병가문제까지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아마 검찰이 연이어 2명의 법무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일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기록이지 싶다.

 

문 대통령의 남은 1

 

난공불락의 검찰 공격에 실패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얻은 것이 있다면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여실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만일에 그걸 노리고 거듭된 조치와 인사 실패를 해왔다면 대단한 책략가이겠으나, 그건 아닌 듯하다. 이미 윤 총장을 기용하는 엄청난 실수로 책략 부재를 드러냈다.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윤 총장이 사퇴하면서 정가에 새로운 돌풍이 일고 어쩌면 보선이 끝나면 다시 헤쳐모여 수순이 진행될 것이다. 인기남 윤석열을 모시려는 ‘000이 새 이름을 짓고 큰 자리를 비워놓아 권력 잡기 춘몽(春夢)을 꿀 것이다. 물론 인기남은 냄새나는 정당보다는 새로운 세력을 모색할 것이고 이런저런 갈등 속에 그의 그릇이 담을 수 있는 질량의 한계가 나올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기가 만든 윤 유력 후보의 인기에 밀려 심각한 레임덕을 겪으며 마음이 상한 가운데 국회를 동원하여 검찰개혁을 매듭지으려 할 것이고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난관에 봉착하게 되지 싶다. 무리하게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 윤 후보가 그동안 대통령과 대척점에선 일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학은 끝나가고 숙제는 덜한 학생처럼 대통령의 시간은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단 하나 내세울 것은 코로나 방역 성과뿐이다. 올해 말까지 무난히 코로나를 극복하고 내년에 정상 경제사회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동안의 갈팡질팡 걸음도 상당 부분 용서받을 수 있을 듯하다. 1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검찰개혁을 어떤 수준으로 매듭짓느냐는 문제와 코로나 방역의 성공 여부, 그리고 국민이 코로나 이후에 느낄 희망을 얼마나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남은 1년의 성패가 달렸다. 문 대통령은 갖가지 음해와 불쾌한 시비에 휘말려 응대하기보다는 웃어넘기는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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