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1
고독 1
  • 전주일보
  • 승인 2021.03.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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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이 외로워서 꽃은 피고
살아갈 일이 캄캄해서 꽃은 집니다

이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이 외로워
내 마음의 창에
옛사람의 이름을 썼다가 지웁니다.
이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이 쓸쓸해서
창가에 기대서서
큰소리로 노래 부르고
뜰 앞에 나와 밤을 새워 별을 셉니다

사는 일은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새들은 하늘을 날면서 발을 감추고
파도는 백사장에 머리를 묻으며 흐느껴 웁니다

사람들은 외롭다고 서로 몸을 기대고
춥다며 투덜대는 동안
세상에는 흰 눈이 소리 없이 내려
외로운 사람들의 외로움을 소복소복 덮습니다

 

외로움과 ?고독은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다. 외로움은 허전하다는 감정이고 고독은 혼자인 순백의 상태다. 외로움은 자기중심을 잃어 흔들리는 것이지만 고독은 자기중심을 잡아 굳건히 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로움은 밖에서 위안을 찾아 허전함을 채우려는 욕구지만 고독은 삶으로부터 도피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처절한 대면이다. 엄밀히 의미에서 뉘앙스가 다른 용어다. ?사람은 혼자 일 때 외로워지기 십상이다. 외로움을 극복하고 마음의 번뇌가 정화될 때 자신의 본래 모습인 고독이라는 상태가 된다. 혼자 태어나 살다가 결국 혼자 마감하는 인생의 구조 속에서 고독을 품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모습이다. 혼자라도 자유와 함께 할 수 있으면 행복해 질 수 있다. 혼자 설 수 없어서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상대를 간섭 또는 지배하려 할 때 서로에게 속박이자 구속이다. 내 맘대로 하면 상대가 부자유해야 하고 내 맘대로 안 되면 욕구불만이 된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도 혼자다. 군중 속에서도 외로울 수 있다. 사람은 적당히 떨어져 있지 않고 너무 붙어 있으면 살 수 없다. 밤하늘의 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거리를 두고 존재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똥별이 되어 생을 마치게 되기 때문이다.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관계가 복잡한 세상에 원하든 원치 않든 외부 요인과 환경에 따라서 외로움과 ?고독에 직면하고 있다. 혼자이기 때문에 외로운 게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로운 것이다. 혼자 있지 못하는 인간은 본래 모습인 고독에 낯설기 때문이다. 고독은 고독하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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