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세월
혼돈의 세월
  • 신영배
  • 승인 2021.02.2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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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문자 그대로 혼돈의 세월이다. 정치권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누가 먼저 맞느냐를 두고 설전이 한창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중범죄 시 의사면허 취소법안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주사를 놓지 않겠다고 으름장이다. 대통령은 검찰 인사를 놓고 일개 수석비서관과 힘을 겨룬다. 군대는 여전히 노크 귀순의 연속으로 귀신은커녕, 파리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엉터리다. 국민 또한 오로지 부동산과 주식 등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착한다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협동을 가르친다. 그런데도 모든 집단과 계층이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임을 강조하며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운다그중에서도 의사협회는 증상이 심각한 것 같다. 이 판국에 총파업이라니. 마치 전쟁터에 나간 군인들이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총을 버리겠다는 식이다.

의협은 지난해 8월에도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공공의료 확대 방안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을 했다. 당시 의협은 의료비 증가와 의료인력·인프라 수도권집중 심화, 비인기 진료과목 기피 증대와 같은 논리를 폈다. 요약하면 의료인이 많아지면 먹고사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다는 것인데, 겉으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 대신 정부의 의료정책 방향을 논쟁으로 삼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지난해와는 성격이 다르다.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는 면허를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미 변호사와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은 중범죄를 저지르면 법률에 따라 자격이 정지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의사면허 관리 강화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무려 90.8%에 달할 정도로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런데도 의협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 까지 들먹이며 국회와 정부, 국민을 동시에 겁박하며 특권을 주장했다.

의사도 인간이기에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챙기려는 짓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만약 이번에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정부나 국회가 정책 및 법안을 검토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신들의 권익을 합법적으로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정상이다.

국민의힘을 유승민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이번 주 첫 접종이 예정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1호 접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일부 언론 또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국민 93.4%는 백신 차례가 오면 접종하겠다고 나서는 데 정치권과 언론은 불안감을 증폭하는데 열심이다.  오죽하면 SNS에서 정치권의 1호 백신 접종 논란을 두고 여야 모두 가만히 있어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돌 정도다.

여당은 절대의석을 확보하고도 밀린 민생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세월을 허송하고 야당은 정책대안 없이 그저 물어뜯기에만 열중한다. 그 가운데 국민은 코로나에 생업이 거덜나고 서로 만나지 않으니 정마저 멀어져 삭막한 세상이 되어간다.

코로나19라는 재앙이 닥칠줄은 아무도 몰랐고 겪어본 일이 아니어서 모두 처음이다. 우리만 아니라 초강대국이라는 미국도 50만명이 죽어갈만큼 참혹한 시련을 겪고 있다. 미국은 올 해 -16% 경제성장을 전망할 만큼 앞이 안보이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우리는 -3.1%라니 크게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백신을 접종하고 나면 마스크를 벗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여러해 동안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진단도 안 되는 변이종이 출현했다는 소식처럼 변이가 거듭되는 상황이다. 

시시하게 접종을 먼저하는 따위에 관심을 보일 때가 아니다. 처음당하여 당황하던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연이어 나오는 변이에 대응하여 국내산 백신 개발을 돕고 치료제 개발에도 전력을 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남의 나라에 의지하여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생각은 접어야 한다. 이번에 화이자 백신을 들여오면서도 우리가 개발한 정밀 주사기를 공급하는 조건이 있어서 유리한 협상을 했다는 소식이다.  여야가 관심을 가질 일은 우리 스스로 건강을 지키며 이 낯선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책과 살길을 찾는 것이다.

바이러스 정국을 기회로 삼아 특권을 누리려는 의사들의 몰지각한 행동처럼 이 혼돈의 시기를 이용하여 뭔가를 얻어보려는 정치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전국민이 한마음으로 이 사태를 극복하는 일에 매달려야 한다. 정밀주사기를 사려는 나라들이 줄을 잇는 경우만 보아도 지금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모두가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팔을 걷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자세로 정치에 임한다면 국민이 알아서 표를 줄 것이다. 국민은 이미 흠집내기 공세정치 따위에 넘어가지 않는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자가 누구인지 현명한 국민은 안다.  

여당은 국민이 준 힘을 낭비하지 말고 아직도 어려운 이들을 위한 민생법안들을 챙겨 처리하고 코로나19에 탈진한 국민의 아픈 곳을 찾아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발라주는 역할에 충실할 때다. 보궐선거에 먹힐 약발을 찾기보다는 성실한 자세로 국민을 보듬는 정치에 나서기 바란다.

아울러 야당도 흠집내기나 투쟁 정치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황교안 대표 시절에 실감했을 터이니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대안을 제시하고 비교하면서 정부 여당의 잘못을 꾸짖는 야당이 된다면 '진정한 국민의 힘'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 혼돈의 세월에 자칫 헛발을 딛으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음을 정치인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깨우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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