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혼돈 속에 맞이하는 설날
코로나 혼돈 속에 맞이하는 설날
  • 전주일보
  • 승인 2021.02.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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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이 지나도 세상은 얼어붙어 풀릴 기미조차 없습니다. 날씨는 예년보다 포근해서 양지쪽의 청매(靑梅)가 봉오리를 한껏 부풀려 며칠 후면 매향(梅香)을 뿜을 듯한데 코로나가 움켜쥐고 얼려버린 세상은 무섭게 춥습니다.

작년 설날 즈음에 시작한 바이러스 침공에 1년 내내 허둥대던 잘난 영장류인 인간들을 생각해봅니다. 우주를 정복할 것처럼 설치던 과학이 하찮은 바이러스조차 막아내지 못하는 웃픈 현실에 낙담하기도 했지요. 백신접종이 시작되어 효과가 90%이니 하는 자랑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지 걱정하면서 그래도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 시대가 끝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한 주일에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를 비롯한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허망한 개그가 이어지고 가짜뉴스들이 범람합니다. 정부 여당이 드디어 가짜뉴스에 대응하여 가짜뉴스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고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한다고 나섰습니다. 유튜브, SNS 등으로 퍼지는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단속할 법을 만든다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교묘하게 만들어 흘리는 가짜뉴스에 숱한 사람들이 속아 넘어갔습니다. 얼마 전에 삼성 이재용이 옥중에서 내보냈다는 가짜뉴스가 스마트 폰마다 전해와 사실인 듯 믿었던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행위는 단호하게 처벌해야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에도 야당은 반대를 외치며 언론 길들이기라고 나섭니다.

 

청산해야 할 과거를 정리하지 못한 사회

 

공수처가 정식으로 발족하여 검사와 수사관을 모집하는데 10:1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 응모자들은 자신들의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거물들을 수사하며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싶어서라는 응모 이유를 내놓았다고 합니다.

공수처에 응모하는 이들은 나름 힘을 가지고 행사해 온 사람들입니다. 그들도 그 위에 군림하던 자들에 대한 반감과 열패(劣敗) 의식이 있었음을 생각하며 고소를 지었습니다. 정말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얼마나 많은 아픔과 좌절감이 쌓여있을지 생각했습니다.

아직 팀을 구성 중인 공수처에 제보가 엄청나게 들어와 현재 접수된 사건만 처리해도 2년 치 일거리가 된다고 합니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사적인 감정과 분풀이 등 비정상적인 사안들도 있을 터이지만, 소위 윗줄에 앉은 자들의 횡포와 갑질이 그들의 밑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아픈 상처를 그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헌정 76년을 지나는 동안 교묘한 자들의 책동에 지난 시대를 청산하지 못한 채 새로운 시대로 넘어갔습니다. 당연히 응징되어야 할 자들이 버젓이 윗자리에 앉아 큰소리치는 바람에 사회정의가 무너지고 기회주의가 판쳤습니다. 어떻게든 그 순간만 넘어가면 흐지부지 녹아 없어지는 ’, 용서할 수 없는 잘못조차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알 수 없는 너그러움이 사회정의를 무너뜨렸습니다.

일본에 빌붙어 영달한 자, 독재의 주구로 민초를 닦달하여 부와 명예를 거머쥔 자들과 후손들이 이 나라의 1%로 군림하는 잘못된 세상입니다. 과거사 청산 기구가 친일 세력을 구분해 내고 그들의 행위를 찾아내도 그들을 어찌하지 못했습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공수처도 그들의 언저리를 맴돌 뿐 1%는 건재할 것입니다.

 

변화와 안정을 바라는 모순의 시대

 

촛불혁명 이후 기층 민심은 청산과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민심이 원한 건 봄바람처럼 포근한 화해와 용서가 아니었습니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사익을 추구한 집단의 죄상을 밝혀 단죄하는 일과 새로운 사회정의를 세워 바른 세상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사사건건 야당의 딴지에 막히자 여당에 179석을 몰아주어 국회의 구도까지 바꿔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받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나라 중요부서를 장악하고 있는 잔재 세력의 힘이 언론과 검찰, 법원을 통해 뻗쳐 나와 모든 움직임을 방해했습니다. 검찰개혁은 주무장관 임명부터 흔들어 1년 반 동안 정권의 움직임을 묶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과거 혼돈 정권의 죄과가 희미하게 빛바래서 지지율이 오르는 우스운 현상이 생겼습니다. 국민의 과도한 성원에 취한 여당은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스탭이 꼬여 제 발등을 밟기 일쑤였습니다. 잔재 세력과 거대 언론의 여론몰이에 정부는 갈팡질팡 갈지자걸음으로 정권 마지막 해에야 정신을 차리는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것들이 세상을 통째로 먹어 치워 그 뱃속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는 인간들이 측은합니다. 막대한 재정이 투여되고 일손을 멈추거나 생업을 포기하는 이들, 목숨을 버리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우리가 바라는 방향과 전혀 다른 세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영업시간을 한두 시간 줄이고 늘리는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일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 문제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정이 멀어지고 머리를 맞대기 어려우니 좋은 생각을 찾아낼 수도 없습니다. 인간은 어울려서 학습하고 정으로 마음을 이어야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 동물입니다.

우리가 바라던 변화 대신 코로나바이러스만 변화를 거듭하여 숱한 변종이 출현하고 방역을 어렵게 합니다. 그 틈새를 비집고 정치판은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 해묵은 정치가 고개를 듭니다. 일부 거대 언론의 마구잡이 기사에 흔들리는 민심, 애매한 여론조사 부풀리기가 노랑 언론의 헤드라인입니다.

올 설에도 온갖 카더라 뉴스가 판칠 것입니다. 아직 우리는 판도라 상자에 남은 하나, ‘희망을 기대합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바랍니다. 그리고 하루빨리 이 지겨운 바이러스를 털어내고 마스크 벗고 사는 세상이 오기를 설날에 때때옷 기다리는 마음으로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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