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동백 숲
선운사 동백 숲
  • 전주일보
  • 승인 2021.01.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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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만발하였다기에 선운사 동백 숲에 갔습니다
나무마다 꽃등이 열려 온 산이 붉다가
초저녁별이 되어 하나 둘
제 집을 찾아 듭니다
대웅전 뒤안에 검정 고무신 나란히 벗어놓은 채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고 있는
보살의 좁은 어깨를 나도 모르게 보고야 말았습니다
사랑이 그대를 밖으로 밀어냈다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슬픔이 옵니다
버림받는 일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인 줄을 알 것 같았습니다
땅바닥에 써내려 간 글썽이는 마음은 유서가 되어
선운사 추녀 끝 풍경 속으로 뛰어 듭니다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가
풍천강물에 떨어져 하염없이 떠가고 있습니다 

ㆍ 선운사禪雲寺 : 전북 고창군 아산면 소재

동백冬栢은 글자 그대로 ‘겨울 잣나무’다. 잣나무처럼 일 년 내내 푸르면서 꽃까지 핀다. 분명 잣나무보다 웃질이다. 동백꽃은 붉으면서도 수줍다. 향기는 없지만 꽃 아래쪽에 진하고 많은 꿀을 저장한다. 동박새를 불러들이는 이유다. 동백꽃과 동박새는 공생관계다. 동백꽃은 동박새에게 꿀을 주고 동박새는 동백꽃의 꽃가루를 날라다가 동백꽃의 수분을 돕는다. 창 밖에는 하늘의 축복이라는 듯 떡살 같은 눈송이가 하염없이 쏟아진다. 소담스럽게 쌓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포근해 진다. 어둠이 깊으면 아침이 멀지 않듯이, 매서운 한파가 밀려가면 곧 대지의 문을 열리고 새싹을 틔울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춘심은 깃털처럼 가볍기만 하다. 동백꽃은 특별하다. 벌?나비도 없는 겨울에 홀로 피어 아름다움이 정점에서 이르면 한 호흡으로 송이채 '뚝뚝' 떨어진다. 형태와 색깔이 모두 선명한데도 꽃송이가 송두리째 지고 만다. 최후까지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꽃이 피기까지 힘겨운 여정을 견디어 냄내는 것은 동백꽃의 숙명이다. 봉오리가 맺히면 금방 만개하는 여느 꽃들과 달리 동백은 지난해 여름에 돋은 꽃눈을 꽃으로 피워 내기까지 꼬박 일 년이 걸린다. 이런 인고의 시간을 옛사람들은 선비의 기개와 청빈의 표상으로 여겼다. 동백꽃말은 ‘나는 당신만을 사랑 합니다.’로 주로 고창, 해남, 완도, 강진, 여수, 광양, 거제 등 남해안과 제주도 등지에서 자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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