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부는 선거 바람
새해 벽두에 부는 선거 바람
  • 신영배
  • 승인 2021.01.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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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날씨가 낮인데도 영하 6도를 가리키고 있다. 어떤 이는 겨울 날씨가 이 정도는 돼야 겨울답다.’라고 한다. 반면 난방 시설이 어설프거나 비용 때문에 보일러 가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이 혹한기는 지옥이다.

거기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 사람들이 더욱 움직이지 않으니 경제가 뒷걸음질해서 서민들의 생계는 더욱더 어렵다. 날마다 확진자가 늘고 서민들은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세태가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송하진 도지사가 연두 기자회견을 했다명색은 새해 설계를 발표하는 자리라고 했지만, 회견 내용은 그동안의 치적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올해 추진 사업을 설명하는 내용에서도 자찬(自讚)이 많았다. 송 지사는 "3선에 나설 것인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이르면 출마 여부를 밝힐 것이라며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답했다.

그의 답변에 각 도내 언론들은 사실상 3선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지난가을, 지사 도전 의사를 밝힌 김윤덕 국회의원을 비롯한 입지자들에겐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한 셈이다.

다음 지방선거는 13개월 남았으나 새해 벽두부터 전북도에서 선거 바람이 시작된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도 송 지사의 3선 여부 외에는 최근에 보도된 새만금 해수 유통 관련 여론조사 결과 등의 예민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시작된 전초전(前哨戰)

지방선거는 정당 소속이든, 무소속이든 현직에게 매우 유리하다. 단체장은 나라 예산으로 임기 내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타후보에 비해 이미 절반 정도는 앞서 달리는 셈이다. 언제나 주민접촉을 할 수 있다. 또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면서 없던 친분을 만들수 있다.

단체장들은 공공연히 4년동안 선거운동을 보장받은 셈이다. 반면에 경쟁자들은 선거법을 의식해 극도로 조심해가면서 얼굴을 내밀어 보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불공정한 사회에서 지극히 일방적인 선거가 진행된다. 그런 연유로 특정 정당 바람이 심하게 부는 선거에서도 무소속 단체장이 상당수 나오고 있다.

특히 행정경력을 쌓은 노련한 공무원 출신 단체장들은 예산 활용이 뛰어나다. 그들은 소규모 사업을 적절하게 분배해 지역 민심을 내편으로 만드는 민심잡는 기술자다. 결국 단체장직은 민심을 얻으면서도 개인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꿩 먹고 알 먹는’ 식이다. 

과거 기초 단체장은 가만히 앉아 결재만 해도 한 해에 수억 원에 달하는 부수입이 생긴다는 말이 있었다. 실제로 도내 모 군수는 당선 이전에는 빚만 가득했다. 그러나 군수 6년여를 하다가 사임했는데 전주시에 훌륭한 집을 마련했다. 그뿐이 아니다. 자녀들의 뒷바라지는 물론 넉넉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한마디로 단체장직은 ‘좋은 자리’ 다. 그 단체장을 향한 레이스가 새해를 맞아 출발선을 떠나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간 셈이다. 휴대전화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가 넘치고 잊었나 싶던 사람들에게서 안부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슬금슬금 주인들의 마음을 흔들면서 표를 얻거나 훔치려는 움직임이 체감되는 건 필자가 언론사에서 일하는 사람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선거 때마다 절감하는 이 불공정 선거형식을 두고 여러 생각을 해보지만, 선거 기간이나 활동 범위 등을 조금 개선하는 방법으로는 불공정이 해소될 수 없다. 단체장의 임기를 단임으로 정하면 불공정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단임제 또한 행정의 연속성 등에 문제가 있을 듯싶다.

단체장 머슴 감으로 누가 좋을까

이 글의 핵심은 바로 이 문제다. 특히 우리 전북은 인구가 최근 6년 동안 70,000여 명이 줄어들고 경제 점유율도 전국 대비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이제까지의 답답한 행정으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일 뿐이다. 묵은 시각이 아닌 새로운 안목을 지닌 유능한 사람들이 합심해서 이끌어야 전북이 바로 설 수 있다.

아직도 유권자를 가르치고 길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단체장이 즐비한 전북이다. 그들 밑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도 관리자층의 상당수가 시민을 자신들이 이끌고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짓던 시대가 아니다.

단체장이나 공무원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앞서가는 시민들이 다수인 세상이다. 유교식 사고방식으로 사대부가 우매한 백성을 이끈다고 생각하는 해묵은 관료 사상으로 이 빠른 변화의 시대를 이끌 수는 없다.

시민의 머슴으로 일한다는 진정을 가진 자가 단체를 이끌어야 시민이 편안하다선거에서 승리하면 어른 노릇으로 돌아가는 단체장이 아니라, 가장 충직한 머슴으로 몸 바치는 단체장을 찾아야 한다

현직 단체장들은 자신의 입김이 미치는 산하 단체와 기구에 선거 종사자들을 앉히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해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리책, 동책을 은근히 맡기는 사전 선거운동을 밥먹듯 할 수 있다. 

지역에서 발행하는 종이신문이나 인터넷 신문 등을 들여다보면 단체장들의 일탈과 한숨 나오는 행정에 대한 비판기사가 수없이 나열되어 있다.

특히 행정경력이 풍부한 단체장은 내부 장악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밖으로 그 단체장의 일탈에 대해, 편협된 특혜행정에 대해 말이 새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능란한 솜씨로 쥐도 새도 모르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우리 동네에 무엇을 해주었는지, 누구하고 어떤 관계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과연 이 시대에 우리 지역에 알맞은 인물인지를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선거 바람에 휩쓸려 내게 축적된 정보와 판단을 내던지고 특정 정당이나 바람에 편승해 소중한 표를 허공에 날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행정경력이 많으면 일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다.

외려 그 경력을 이용해 공무원들을 장악하고 은밀한 일을 진행하는데 특화된 사람일 수도 있다. 사심 없이 일을 처리하는 능력, 시대를 아는 젊은 층에도 관심을 두어야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옛말에 "꿩잡는 것이 매"라고 했다. 이제 '꿩 잘잡는 매'를 선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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