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호의 독후감 - 살육과 문명(빅터 데이비스 핸슨 지음)
최영호의 독후감 - 살육과 문명(빅터 데이비스 핸슨 지음)
  • 전주일보
  • 승인 2020.12.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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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승리는 자유와 자주, 토론과 자율적인 규율 덕분이다
최 영 호/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최영호 /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살육과 문명은 서구와 비서구가 문명의 경계선에서 벌인 전쟁 이야기이다. 서구는 그 전쟁에서 이겼으며, 그 이유는 지적수준, 무기, 과학 등이 아닌 문화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화적 요인이란 민주주의, 개인주의, 자본주의로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된 자유, 민주주의, 합의 정치, 투표권을 가진 시민을 의미한다.

서구는 승리했고, 서구의 문명은 뛰어났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지금 서구가 세계 문명을 지배하고, 그러한 서구를 세상의 중심으로 보아 비서구는 미개하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기에 의구심을 가득 품은 채 책을 읽게 됐다.

우선 서구의 전쟁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고대그리스의 호플리테스와 팔랑크스를 알아야 한다. 호플리테스는 고대 그리스 국가의 시민병으로 중무장을 한 보병을 의미한다. 팔랑크스는 장창 보병대가 밀집을 이룬 부대 형태 또는 전술을 의미한다.

시민병, 투표하는 자유로운 시민이 병사가 되어 전쟁의 시기, 방법, 이유를 민주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밀집 장창부대, 투표하는 자유 시민이 체제와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분쟁을 압축시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정면대결 방식으로 싸운다는 것을 뜻한다.

간단히 말해 비서구는 중앙집권, 군주제, 신권, 전제 정치 아래에서 수동적인 노예와 같은 병사들로 구성되었고, 서구는 개인, 자유, 민주주의로 능동적인 시민으로 병사들이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전제 정치 아래에서 유능한 지도자가 가끔 나올 수 있지만 그러한 지도자는 연속적으로 나올 수 없기에 능동적인 병사로 구성된 서구가 승리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다음으로 사례를 알아본다. 이 책에는 고대부터 9개의 전투를 설명하고 있는데, 미드웨이 해전은 2차 세계 대전의 전투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일본과 미국이 맞붙었기에 우리 역사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기에 이에 대해 살펴본다.

194112월 일본은 미국 해군기지인 진주만을 기습해 항공모함 전력만으로 전함 8대와 순양함 2대를 침몰시키거나 파괴했다. 세계에서 생산능력이 최고인 미국이었지만 아직 전쟁물자 생산이 원활하지 않았고, 유럽과 태평양 두 개의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전쟁준비를 마치지 못한 미국은 진주만 공습 이후 태평양에서 일본에 주도권을 뺏겼다.

미드웨이 해전 당시 미군은 레이더와 통신체계에서만 우위를 보였다. 항공모함 편대는 속도, 기동성, 탑재 무기 모두 일본에 비해 뒤졌고, 일본은 최신식의 우수한 성능의 전함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어뢰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제로 전투기는 첨단 공학의 산물이었으며, 미국은 이에 맞설 전투기가 없었다.

세계 4대 해전이고, 태평양 전쟁의 중대한 전환점이 된 미드웨이 해전. 나흘의 전투에서 일본은 참여한 4척의 항공모함을 모두 잃고, 322기의 항공기가 손실됐으며, 숙련된 3,500명의 조종사 및 승무원이 죽었다.

유리한 조건, 기술, 전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패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일본은 독립적이고 우수한 지휘관, 혁신적인 병사, 독자적인 입법부 대신, 과거 2500년 동안 서구의 적들이 대개 그랬듯이 철석같은 복종심에만 의존했고, “엄격한 위계, 개인을 일본 천황의 신성한 권위에 완벽하게 종속시키는 제도는 소수 군국주의자들이 일본 국민의 재가도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정책을 구사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했다.

대신에 미국의 승리는 개인주의의 승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한 개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주권을 법적으로 보장받는다는 것은 서구 특유의 생각”,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의미에서 개인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서구정치와 경제의 소산”, “그 과정에서 개인적 호기심과 창의성이 싹트게 된다.”고 보았다.

집단적 합의보다 개성을, 기계적 대응보다 자발성을, 위계보다 비공식적 측면을 강조한 미국이 암호해독, 요크타운 호의 수리, 지휘의 유연성 등 각 장면에서 창의성과 소명 의식에 우위를 보여 승리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흔히 군대에 대해 알고 있는 위계와 권위가 아니라 자유와 자주, 토론과 자율적인 규율이 전쟁의 승리요소라는 것이다. 개인, 자유, 자본이라는 문명으로 서구가 이길 수밖에 없다는 이 책에 단순한 명제는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지만, 개인과 자유, 창의성이 승리하는 전쟁의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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