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에 보는 소설(小說) 같은 세상
소설(小雪)에 보는 소설(小說) 같은 세상
  • 전주일보
  • 승인 2020.11.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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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눈이 내린다는 소설인데 바깥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날씨도 포근해 10언저리에 있다. 계절도 이제는 상식을 벗어나는 양태를 보이고 세상도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리에게 일상(日常)이라던 단어는 이제 없다. 살면서 점점 이런 예측 불허의 상황이 심해진다는 걸 실감한다.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닷새 연속 300명을 넘어서면서 이러다가 정말 팬데믹 상황으로 진입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전북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나와 그 수가 220명으로 늘었다. 비교적 조용하던 전북에 갑작스럽게 확진자가 증가하여 지난 토요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가 시행되었다.

코로나 백신이 마지막 3단계 임상실험에 들어가 오래지 않아 접종할 수 있다는 소식도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이 입도선매로 사들여 가난한 나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인 듯하다. 다행스럽게 우리나라는 비싸고 까다로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아닌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국내 제약사가 위탁 생산할 계획이어서 연말께면 일부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대규모 확산을 막아야 하고 전 국민이 접종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그 효력이 얼마나 지속할지도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당장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개인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최근에는 특히 젊은이들 가운데 감염이 확산하는 추세인데, 아마도 지난 할로윈 시기에 젊은이들이 밀집한 영향이 아닌가는 추측도 있다.

공전하는 공수처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행사하여 공수처 출범을 막은 이후 정국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이 4개월이 넘도록 표류하는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기 위해 공수처법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있다. 장외투쟁을 벌인다는 등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국민의 눈총이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법을 개정하면 야당의 쪽수로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민주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가운데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를 낼 수 없는 현행 공수처법을 고쳐 과반수가 찬성하면 후보를 낼 수 있게 법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법을 개정하여 교착상태에 있는 공수처장 임명과 공수처 발족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자체를 줄기차게 반대해 왔다. 한편 다시 생각해보면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공수처법을 막으려는 게 이상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명칭을 약해서 공수처라고 부르는 이 기관의 신설을 주장한 건 1998년에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였다. 그리고 2002년에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선거공약으로 내놓았고 2016년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야당이 공직자 독립수사기관 설치를 왜 반대할까?

권력 주변이나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연루한 사건을 일반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면 제대로 옥석을 가릴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우여곡절 끝에 20191230일 공수처 신설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여 올 17일 국무회의에서 법 운영에 관한 법률 공포안이 의결되어 올 7월에 정식 발족하게 되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끈질긴 반대 움직임으로 11월 말이 다 되도록 발족이 미뤄지자 이번에 법률을 개정하여 야당의 반대를 원천 봉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은 연말 안에 공수처를 정식 발족한다는 방침이다.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수사해 기소하는 독립기관을 만들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 공감하는 일이다.

미국의 민낯, 트럼프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의 비열한 행동이 연일 볼거리와 웃음거리를 제공한다. 지금껏 보아 온 미국 대선 후의 모습이 아니어서 더욱 뉴스로 보도되는 것이지 싶다. 그가 믿었던 쟁점 선거구에 제기한 소송이 모두 기각되어 생떼를 쓰는 짓을 더는 지속할 수 없는 지경인데도 그는 여전히 부정선거라는 메시지를 트윗에 날리며 버틴다.

심지어 G-20 화상회의에서도 선거부정을 주장하는 철딱서니 행동을 거듭했다는 소식이다. 자신의 경제정책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1,200만이 감염된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는 연설을 G-20 회의에서 주장하고 나서 골프장으로 갔다는 트럼프다. 바이든은 트럼프 4년 동안 저지른 잘못들을 원상으로 돌리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트럼프의 기행에 가까운 대통령 직 수행으로 미국은 물론 외국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의 김정은을 자신의 정치적 이용물로 활용하면서 한국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판문점에 와서 쇼를 하고 금세 한반도를 평화지역으로 만들 수 있을 듯한 제스쳐를 보였지만, 속내는 자신의 선거에 이용하는 것 뿐이었다.

극동의 보루인 한국을 쉽게 놓아줄 미국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트럼프의 장난에 놀아난 김정은과 문 대통령, 약소국인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은 쓰리다. 아무리 장사꾼이라지만, 그런 방법으로 농락한 일은 참을 수 없는 굴욕이 아니던가? 다시 생각하면 미국은 항상 한국을 그런 정도로만 인정했다. 미군의 점령지역 일부일 뿐이다.

대선에서 지고도 끝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그의 비신사적 행동은 바로 미국의 민낯이 아닐까 한다. 그를 지지하는 미국민 45%는 총이라도 들고 트럼프의 승리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의 독선과 외국을 무시하는 태도, 국제 신뢰도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돌출행동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 그들이다. 그게 본디 미국인의 모습이다.

소설(小說) 같은 이야기가 뉴스를 점령하여 몇 번이나 놀라며 고개를 가로젓던 일이 일상화되어 흐르는 요즘이다. “에이 거짓말이겠지.”라는 생각과 말이 저절로 나오는 세상을 견디며 사는 오늘이다. 이제는 웬만해서는 놀랄 일도 없고 무덤덤하다. 딱 하나, 거짓말이래도 좋으니 코로나 걱정 안 해도 된다.”라는 말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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