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얼굴이 바뀌었지만
미국의 얼굴이 바뀌었지만
  • 전주일보
  • 승인 2020.11.0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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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후보가 7(현지시간) 속개된 펜실베이니아주 개표에서 49.6%를 얻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49.1%)를 누르고 승리했다. 그는 이미 확보한 선거인단 253명에 펜실베이니아주의 20명을 더한 선거인단 273명을 확보, 아직 개표가 안 끝난 다른 경합주의 결과와 상관없이 당선에 필요한 매직넘버(270)를 넘겼다.

바이든 후보는 개표가 진행중인 조지아(16), 애리조나(11), 네다바(4)에서도 이기고 있다. 세 곳을 모두 이기면 538명의 선거인단 중 최대 304명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둘 수 있다. 그가 취임하면 78세로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실패한 10명 가운데 한 명으로 남을 것이다.

철저한 장사꾼인 트럼프는 당선되자마자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하고 NATO 탈퇴를 위협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기행을 일삼았다. 국제협약이나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일에 주력하면서 미국 우선주의에 몰입했다. 반면 유럽 주둔군과 한국 주둔군의 비용을 주둔지에서 부담하는 액수를 늘리는 강수를 거듭했다.

초강대국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다른 나라를 핍박하거나 위협하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치사한 계산속에 국민의 일부는 동조하고 환호했지만, 오랜 국제리더의 역할을 포기하고 오로지 이익만 추구하는 그의 국정 수행에 곤혹스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는 오로지 돈을 좇는 장사치의 생각으로 국정을 운영했고 다른 나라의 형편 따위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딸과 사위를 백악관에서 일하게 하고 중요행사를 자신의 호텔에서 치르게 하여 이익을 챙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정책이나 국제관계도 즉흥적으로 판단하여 번복하거나 일관성이 없어서 안정적이지 못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서 몇 번이나 그럴싸한 진전을 보이는 듯했지만, 시일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변덕이 심했다. 우리 정부는 그가 진취적으로 남북문제를 해결할 듯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잔뜩 기대하다가 결과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모두 정치적인 쇼에 불과했던 그의 장난에 놀아난 셈이다.

직설적이고 변덕이 심한 그의 행동이 초강대국의 힘을 업고 있어 세계 각국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바이든이 당선되자 세계 각국이 환영하며 미국이 다시 돌아왔다.’고 환호한 것도 트럼프의 돌출행동과 불안정한 말과 행동 때문이었다.

미국의 백인 중산층의 성향을 대표하는 그가 대통령으로서 저지른 일련의 행동과 결정은 바로 미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일이었다. 전혀 정직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다른 나라를 무시하는 태도와 교활한 계산속을 감춘 트럼프는 그들의 대표주자였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CNN 정치해설자의 이야기는 그의 포악하고 제멋대로인 정치가 미국 내에서도 극도의 혐오를 불러왔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선거의 결과는) 고통 받은 많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나는 숨을 못 쉬겠다는 말은 단지 조지 플로이드(5월 경찰관이 과잉진입으로 사망한 흑인)에게만 해당되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이 숨을 쉴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라고 트럼프 시대가 끝나는 사실을 반가워했다.

바이든은 언론의 승리 확정 보도 직후 "우리의 위대한 나라를 이끌도록 미국이 나를 선택해줘 영광"이라며 "분노와 거친 수사를 뒤로 하고 국가로서 하나가 될 때"라고 단합과 통합을 간절히 호소했다. 반면 트럼프는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을 걸어 바이든의 당선 확정을 방해하고 있다.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트럼프의 주장이다.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일은 아마 세계 선거 사상에 유례가 없는 일일 것이다. 아무런 증거 없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법원에 자신을 지지하는 판사가 9명 중 6명이라는 힘을 믿는지 소송전을 끝까지 밀고 나갈 태세다.

트럼프의 선거본부 인원들도 이제는 패배를 시인할 때라고 인정하는 가운데 그이 최측근 일부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선거 부정을 주장하라고 부추긴다는 보도가 있었다. 트럼프가 계속 소송을 질질 끌면 유례없는 취임식 연기가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국민 여론이 가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선거인단의 투표가 진행되기 전에 여론에 못 이겨 트럼프가 승복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부정하고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과 미국 안팎에서 '트럼프 시대' 청산을 위한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한반도 관련 북한 비핵화 문제도 '톱다운'을 선호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실무협상부터 단계를 밟아가는 방식을 취해 북미 관계와 비핵화 협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이 트럼프와는 다른 정책과 방법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끼칠 터이지만, 근본적인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문제는 요원한 일이다. 그들은 결코 한반도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북한이 적당히 문제를 일으키며 위협을 해야 한국과 일본에 무기를 팔아먹고 오래도록 한국에 병력을 주둔시켜 중국을 견제하는 앞마당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 궤도 수정은 있을지언정 미국의 이익을 근본적으로 내던질 그들은 아니다. 어딘가 분쟁이 일어나야 무기 장사들이 돈을 벌기 때문에 끊임없이 국지전쟁을 일으키는 그들에게 한반도와 일본의 무기 시장은 유럽, 중동을 넘어서는 중요한 무기 시장이다.

오버마 시절부터 이미 미국은 한국의 교육, 문화, IT 기간망 구축 등에서 비교의 대상이고 경계 대상이 되어왔다. 오늘날에는 K 방역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팝과 방탄소년단의 명성이 세계에 확산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한국 영화가 세계시장을 누비는 오늘의 현상을 미국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미국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음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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