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재난지원금
애매한 재난지원금
  • 신영배
  • 승인 2020.09.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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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발행인
신영배/발행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놓고 각 언론매체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이 갑론을박,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방식은 정부 생각대로 1차 지원금과는 달리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와 중소사업자 등을 선별해 지급할 계획이다. 16일 여야는 오는 22일 추경예산을 승인키로 합의를 했으며 정부는 추석 이전에 지급할 방침이다.

지난번 정부가 전 국민에게 일괄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바닥을 기던 경기에 다소나마 숨통을 열어주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어려운 가운데서 국가라는 비빌 언턱거리가 있다는 믿음도 주었다.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공돈처럼 받은 돈이어서인지, 평소 값이 비싸 쉽게 접하지 못했던 쇠고기 구입비로 사용한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물론 효과도 상당했다. 경제가 살아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시장경제가 활발했다.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맛본 국민의 눈이 쏠린 이번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 방침으로 정하자 온갖 말들이 쏟아졌다. 어떤 이는 이번에 지급하는 금액은 긴급재난지원금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온 국민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를 위해 쓰는 돈이니 코로나 피해보상금정도로 하고 올해 안에 진짜 재난지원금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정말 급한 곳에 주는가.

긴급재난지원금이라면 코로나19라는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선별하여 지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급 기준을 보면 퍽 애매하고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9개월 동안 계속하는 동안 가장 어려운 이들은 누구일까?

중소사업자를 비롯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도 어렵지만, 정말 어려운 이들은 가진 것 없고 벌이도 있으나 마나 한 가난한 이들이다. 또 적자를 무릅쓰고 언젠가는 흑자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상당수다. 지방언론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어려운 이는 원래 벌이가 시원치 않다가 코로나19로 아예 벌이가 없다시피 끊어져 버린 사람이나 업체다.

특히 평소 잘 벌다가 집합금지로 영업을 하지 못해 일정 기간 손실이 났지만, 동안 벌어놓은 것이 상당한 사람과 업체들은 사실 이번 지급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당장 살기 어렵게 된 사람이나 유지가 어려운 업체를 돕기 위해 나라가 지급하는 돈이다. 또 지난해 연 매출 4억을 넘겼던 업체라도 관광업처럼 코로나 직격탄을 맞는 업종이라면 지금쯤 빈사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므로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매출 4억원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에도 그런대로 수입이 유지되어 약간 수익이 줄기만 한 업체라면 지원해주지 않아야 한다. 모두가 어려운데 약간 수입이 줄었다고 지원한다면 공정하지 않다.

이런 사례를 들어가며 재난지원금 지급을 문제 삼는 이유는 이처럼 선별지원이라는 범주 속에 불합리한 사례가 검토조차 없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게 불편해서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너무 쉽게 선별지급이라는 카드를 꺼내 흔들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다음, 실제 재정지출 규모를 줄이는 데만 집중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지난번 재난지원금 규모는 14조 원이었는데, 이번 지원금은 7조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라 살림을 허투루 운영하지 않겠다는 뜻은 알겠으나, 이런 재난 상황에서 너무 웅크리면 국민경제가 힘을 잃어 영영 허리를 펴지 못할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재난으로 위축된 서민 생활에 힘을 실어주고 나라에 돈이 돌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찔끔찔끔 아끼려다가 민생경제가 점점 후퇴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서는 평상시 재정 운용과 달리 특별한 정책과 과감한 부양책이 시행되어야 경제가 힘을 유지할 수 있다. 소가 힘을 잃어 쓰러진 뒤에 억지로 일으키는 일이 어렵듯이, 경제가 추력(推力)을 잃으면 회복이 어렵다.

-누구에게 주어야 하나

말 그대로 긴급재난지원금이므로 재난 아래서 당장 다급한 이들에게 지원금이 지급돼야 옳다. 정부는 이미 세무서에 신고한 자료가 있으므로 그에 따라 기준에 적합한 대상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그 기준이 국세청의 자료라면 이 재난지원금은 잘못 지급될 게 뻔하다.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단순하게 집합금지로 영업을 하지 못한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손실 보전을 해주는 지원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대상의 형편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으니 배부른 자나 배고픈 자를 가리지 않고 줄 수밖에 없다면 선별지급이라는 의미는 퇴색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별지급을 비판하고 나선 이유도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게 재정지출을 줄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걸 지적한 것일 듯하다.

아마 오래지 않아 정부는 지난번 재난지원금처럼 국민 모두에게 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마련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선별지원금을 제대로 지급할 대상은 당장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기초수급자 등 가난한 사람, 코로나 이후에 수입이 현격히 줄어 인건비도 벌지 못하여 어려운 사람,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인 영세 기업 등이다. 국세청의 데이터나 지난해 매출액은 참고일 뿐, 그 자체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동안 기초자치단체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사업을 해온 것처럼 이 재난 상황에서 정말 어려운 이들을 찾아 관리하고 지원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단 1원이라도 매출이 줄었으면 지원한다는 원칙 따위는 어려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정부와 자치단체이기를 바란다. 예컨대 지난해 10억원의 수익을 낸 업체가 올해는 5억원으로 수익이 줄어들었다면, 이 업체는 5억원의 이익을 낸 것이다. 그럼에도 이 업체에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다.

아울러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수도권과 지방에서 다른 기준이나 적용을 하여 지방차별을 불러오는 일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모든 기준을 섬세하게 분류하고 적용하여 지원해주고도 욕을 듣는 일이 없어야 한다. 빨리 주는 게 능사가 아니고 공정하고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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