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진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진다
  • 전주일보
  • 승인 2020.09.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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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요즘 아이들이 말이라면 들무놓깨라고 할 듯한 지난 주일이었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는 애매한 상황이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 거리두기 2.5 단계를 2단계로 내리자니 두렵고, 그냥 가려니 자영업자들이 질식 직전이어서 서민경제가 완전 파탄 직전이다. 13일 정 총리는 일단 앞으로 2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도 100명대초중반을 넘나들지만, 서민경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을 낸 것이다. 무겁지만, 일단 들고 가보자는 뜻이다.

또 다른 들무놓깨 사안은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병역수행 중 수술로 인한 휴가연장이 청탁에 의한 불법이라는 주장과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다는 추 장관의 해명이 엇갈리는 문제다. 추 장관은 13일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하고 앞으로 검찰의 수사에서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검찰개혁은 조금도 멈추지 않고 추진해 끝을 보겠다는 다짐도 했다. 의혹을 제기한 쪽이나 해명하는 추 장관 모두 이제는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의료 파업과 관련한 의사시험 불참자에 대한 처리 문제다. 의사들의 밥그릇지키기 생떼쓰기 장난에 의사시험을 보아야할 예비의사들이 시험을 거부했다가 기회를 놓쳤다. 파업이 끝나 선봉에 섰던 전공의들이 업무에 복귀하고 의사협회도 모두 제자리에 돌아갔다. 그들은 시험을 보겠으니 재시험을 시행해달라는 말조차 할 수 없어 속앓이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그들을 구제하지 말라는 청원이 50만 명에 이르렀다. 정부는 내년 의사수급에 지장이 있을 터이지만, 재시험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또한 들무놓깨다.

또 있다. 정부가 16세 이상 전국민에 통신비 2만원을 보조해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에 온갖 의견들이 쏟아졌다. 더구나 현금도 아니고 통신요금 2만 원을 보조해준다는 방안에 고맙다는 사람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는 듯하다. 추경예산안 국회 심의 때에 야당의 반대가 심할 것이고 국민의 여론도 냉랭하다. 정부는 이 방안을 얼른 철회해야 한다. 국회에서 입씨름이 시작되어 무거워지면 들무놓깨 사안이 되기 십상이다.

 

어물어물하다가 때를 놓친다

 

앞에 제시한 여러 사안은 모두 때를 놓치는 바람에 지금은 이도 저도 하기 어렵게 된 일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 2.5, 차라리 8.15 보수집회 이후 확진자가 급증할 때 바로 수도권에 3단계로 몰아붙여 엄중하게 2주만 관리했더라면 지금은 생활방역 수준으로 내릴 수도 있었다는 뒷말도 있다. 그리고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코로나 방역 방해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었더라면 그들의 광기(狂氣)에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도 있다.

지금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준 전시상황이다. 국민은 정부가 조금 더 단호하고 분명한 자세로 나서기를 바란다. 나라가 잘못되든 국민이 죽어 나가든 현 정권이 흔들리고 무능하게 보이기만을 원하는 무리의 눈치까지 보아가며 국정을 운영할 수는 없다. 다수를 위한 일이고 무리 없는 정책이라면 밀고 나가야 한다. 매사에 때가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조정하여 서민경제를 살리는 동안 국민들은 철저한 개인방역으로 코로나 감염을 줄여야 나라가 살고 개인과 기업도 산다.

조국-추미애로 이어지는 법무장관 끌어내리기를 보며 검찰이라는 조직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이 나라의 누구라도 그처럼 가족과 친척까지 깻대 털 듯 탈탈 털어대면 흠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게거품을 물며 성토하던 야당 의원들을 그렇게 털면 아마 기상천외(奇想天外)의 해괴한 흠집들이 즐비하게 나올 것이다. 개혁은 철옹성을 허물어 보겠다는 꿈이니, 그게 어디 보통 일이던가.

야당과 언론들이 심각한 범죄라도 되는 것처럼 떠벌리지만, 추미애 아들의 병영 생활 관련 문제는 군대 생활을 해 본 사람들에겐 별로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추 장관은 본인의 말대로 사안의 진실은 검찰이 밝힐 것이니, 애초에 작정한 대로 뜯어고칠 것은 확실히 고쳐놓아야 한다. 망설일 일이 아니다. 흔들기에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코로나-19에 밑이 빠져버린 독

 

정부와 여야가 4차 추경예산을 통해 재난지원금을 추석 전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지쳐 쓰러진 개인사업자와 취약계층에 선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난번에 공통 지급하던 지원금을 선별지급으로 정하자 여기저기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너도나도 다 어려운데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데 대한 불만이다. 그런 불만을 달래느라 16세 이상 전 인구에 통신비 2만 원을 보조한다는 방안이 나욌다.

일부에서는 기왕에 나라에서 빚으로 주는 돈이고 나중에 모두 국민이 갚아야 하므로 전처럼 모두에게 지급하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더 많은 빚을 내야 하고, 쓰러지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주어야 하는 형편을 감안하면 지금의 선별지급이 맞는 방안이 아닐까 싶다. 다만, 통신비 2만 원 보조 방안은 철회하고 김경수 지사의 의견처럼 공공와이파이를 확충하는 예산으로 쓰든지, 마스크로 지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연초부터 나라 경제를 흔들어 곳곳에서 신음과 비명이 들리는 오늘이다. 빚을 내서 지원하는 일도 한계에 이르고 사업자나 할 일 없는 개인도 지쳐 쓰러질 지경이다. 상품설명회나 활동 교육을 통해 벌어 먹고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막아야 하는 보건 당국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일단 확산을 최대한 막아놓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면 바이러스 확산이 들불처럼 번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국민 모두가 방역담당자이고 감염대상자라는 생각으로 한 마음이 되지 않으면 이 난국을 헤쳐나갈 방법이 없다. 터진 독의 밑을 막는 방법은 국민이 마스크 잘 쓰고 자신을 위해 바이러스에서 멀어지는 일뿐이다. 지금 인류는 최대의 위기에 빠져 있다.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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