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가 재앙을 멈추는 첫발
‘나 하나’가 재앙을 멈추는 첫발
  • 전주일보
  • 승인 2020.08.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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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코로나에 지친 일상이 퍼붓듯 내리는 비에 무너졌다. 입지 좋은 아파트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든 물이 범람하든 아무런 걱정이 없는 부류에겐 한낱 구경거리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비에 올해 농사와 살던 집을 빼앗기고 가족을 잃은 이들은 지금 망연자실, 끈적거리는 더위 속에서도 떨고 있다.

올여름의 비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매년 찾아오던 장마와 다르다. 늦어도 7월 초에 끝나던 강우 전선이 북쪽의 찬 공기가 사라져 갈 곳을 잃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높아진 해수 온도와 중국에 내린 비가 증발하면서 만들어진 수증기가 비구름이 되어 끝없이 퍼부었다. 아마 입추가 지나도록 장마가 계속된 일은 우리 기상관측 기록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기상 이상은 인류의 화석연료 낭비에서 비롯한 이상기후로 북극의 얼음이 녹고 북극지방이 더워지면서 지구 대기의 흐름이 변해서 생긴 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물 폭탄에 허둥대는 동안 유럽은 기온이 40도 이상 치솟는 열 폭탄에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소식이다. 캐나다의 산봉우리에 있던 만년설이 녹아 없어지고 러시아 모스크바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그동안 지역별로 특성을 보여 예측 가능했던 기상예보도 종잡을 수 없도록 변하여 단기 예보조차 어렵다고 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적절한 변동을 보이던 기후가 그 조화가 깨지면서 극단적이고 큰 폭으로 변화하여 인간에게 재앙으로 다가서고 있다. 포근했던 겨울 날씨 때문에 곤충이 죽지 않아 생활 주변 해충이 늘고 진드기 등 치명적인 해충도 느는 추세다.

 

예고된 수해

 

6월부터 중국 남부에서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5,0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일본 규슈에서도 지난달에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발생하여 70여 명이 사망했다. 이때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언론을 통해 단편적인 피해 상황만 보며 그 재앙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는 염려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보며 본지는 몇 차례 사설을 통해 우리도 미리 대비하고 점검을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내 지자체들은 그저 비가 조금 많이 오는 정도를 예상한 사전점검을 한 정도였고 홍수와 산사태 대피 교육 등 폭우에 대비하는 움직임은 어디에도 없었다. 중국과 일본의 상황이 우리에게도 곧 닥칠 위험이라는 의식을 하지 않았다.

얼마 후부터 우리나라에도 점차 강수량이 늘기 시작했고 농경지 등에 조금씩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 예비 징후가 연달아 오고 있어도 정부와 각 자치단체는 평소대로 타성적인 점검에 그치면서 대비에 소홀했다. 엄청난 수증기를 머금은 대기천(大氣川)’이 다가오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였어도 기상청은 단순한 날씨 예보에 그쳤다.

적어도 중국이나 일본의 폭우 피해를 보며 그 기압대가 우리나라에 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 연구하고 피해를 시뮬레이션해보며 필요한 조치를 서둘렀어야 했다. 최소한 피해 예상 지역에 대비 자세라도 일러주었어야 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듯 철저한 점검과 사전 교육을 통해 강수량에 따른 대피 지침이 마련되었어야 한다.

산사태 위험지역에는 강수량에 따른 대피 지침이 마련되고 저지대 주민에게도 사전에 대피 장소와 시기 등을 알려주고 재산피해를 줄일 방안을 강구 했다면, 인명과 재산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상황을 보면서 남의 나라 일이라고 생각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태도가 오늘의 피해를 키웠다고 본다.

 

지구 온도를 내리는 데 온힘을

 

코로나바이러스를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듯이 이제는 폭우 · 태풍 · 고온 등의 기상재해도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상시재해로 우리 옆에 바짝 붙어 있다. 그동안 온실가스를 펑펑 배출하며 편하고 쉽게 산 인류에게 자연은 그 값을 치르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자연을 훼손하여 바이러스를 불러오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지구환경을 어지럽힌 벌을 받는 오늘이다.

이번 폭우 피해를 겪으면서 피해를 키운 요소를 모두 찾아 기록하고 물이 흘러나가지 못한 지역별 문제와 견딜 수 있는 강수량의 한계를 일일이 파악하여 근본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일과성 재해가 아니라 몇 번이고 다시 올 재해라는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언제나 재해 뒤에 이런저런 원인을 분석하고 누군가 여론을 잠재울 대상에게 책임을 씌워 몰아붙여 얼렁뚱땅 넘어가는 방법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치수의 근본 개념을 바꾸어 폭우에 대비하고 강풍과 폭염 · 건조 · 곤충 피해 등 모든 기상재해를 예상하고 대응해야 다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섬진댐을 방류하기 훨씬 전에 피해 예상 지역에 대비와 대피를 권고하는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랬으면 가축들이 물에 잠겨 허우적거리는 일이 없었고 몇 개 마을이 고립되어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계속 불어나는 저수량을 감안하면 언제쯤 댐을 방류할 것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오늘의 지구 기상은 지난날 인류가 편안하게 살 수 있었던 시기와 전혀 다른 형태로 변했다. 인간이 편리와 욕심을 앞세워 기온 상승을 부추긴 끝에 스스로 환경 재앙을 불러들였으니 탓할 대상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적극 대책을 시행하고 말로만 그린 뉴딜을 뇌이며 서부발전이 석탄발전소를 몇 개나 건설하는 터무니없는 짓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자꾸만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사자성어를 불러내는 서글픈 현실이 안타깝다. 스스로 파멸을 향해 치닫는 인류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연회복이다. 회복까지는 아니어도 우선 멈추는 일은 가능하다. ‘나 하나가 온실가스 배출을 걱정해서 뭐가 달라지겠냐.’는 생각보다는 나 하나가 달라지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가용은 두고 버스로 출근하는 마음이 훗날 자손들로부터 고맙습니다.’라는 훈장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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