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전주일보
  • 승인 2020.07.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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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 /대표이사
신 영 배 /대표이사

민주당은 지난 41521대 총선에서 무려 177석이라는 의정사상 최대의 의석수를 확보했다. 여기에 정의당 6, 열린민주당 3명 등 진보성향의 정당과 의견을 같이 할 경우 개헌을 제외하고는 모든 법률을 입법하거나 개정할 수 있다. 거기에 야당인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과 생각을 같이 할 경우에는 개헌도 가능한 실로 무소불위의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최근 정책 추진과정을 보면 무엇이라고 꼭 꼬집어 지적할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며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짐작컨대 2년 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민주당의 생각은 지지 세력인 집토끼와 반대 세력인 산토끼를 동시에 품에 안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저러다 두 마리 토기 모두를 놓치는 결과가 초래될 것 같다고 했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정부여당의 모든 정책이 가로막혔다. 보다 못한 유권자들은 못미덥지만 민주당에게 177석이라는 엄청난 의석수를 만들어줬다. 쉽게 표현해서 야당에 발목 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너스레 떨지 말고, 그야말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자 명령이었다.

민주당은 자당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모르는 듯하다. 그러기에 앞으로 4년간 나라의 모든 병폐를 고치고 비능률과 부조리를 뜯어고치라는 국민의 명령을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처럼 야당의 반응에 신경을 쓰는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막강한 힘을 두고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야당의 흔들기 수법에 걸려 원 구성을 비롯해 개원마저 제때 하지 못했다. 지난 20대 국회와 다를 바 없는 형국이다.

21대 국회에서 공수처, 행정수도 이전 등을 비롯해 민생과 민주사회를 위한 각종 법안들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개혁은 물 건너가고 향후 나라의 근간을 반석위에 올려놓을 수 없다. 갖가지 주장이 난무하고 저마다 이익을 위해 남을 짓이기려는 세상에서 한 정당이 이번처럼 막강한 지지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모든 걸 휩쓸어버린 작금의 상황은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다. 있는 자는 갈수록 배부르고, 없는 자는 배고파 죽어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권 초기 소득주도성장 운운하면서 최저임금을 대폭적으로 올려 시장경제를 망쳐버린 당사자들은 지금도 청와대와 그 주변에서 뻣뻣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다. 그들은 반성은커녕,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시장경제를 망쳤다는 증거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변명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가증스럽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 성인지감수성과 관련된 민주당의 정체성에 큰 구멍이 뚫렸다. 뿐만 아니다. 수도권 부동산 정책을 들여다보면 민주당 지도부와 차기 당 대표 후보, 대권 후보, 주무부서인 국토부, 그리고 청와대의 생각이 각각 다르다.

옛말에 정치의 정의는 백성들이 등 따습고 배부르면 된다고 했다. 이 말은 현 시대에서는 성숙된 삶의 질향상과 보장으로 귀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는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의식주 완성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민주당은 인기나 정권에 연연하지 말고 향후 4년 동안 대한민국의 근간을 바로 세우고 잘못된 지난시절의 적폐를 말끔하게 정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조선 왕조 세종대왕의 아버지 방원(태종)은 자신을 도와 쿠데타를 한 무리, 즉 공신들이 거느렸던 사병들을 모조리 혁파했다. 그는 사병제도가 또 다른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으로 지목했던 것이다. 그는 적폐청선과 정권의 안위를 위해 수많은 피를 흘렸다. 이후 셋째 아들인 세종에게 정권을 맡긴 후 태평성대를 위한 수렴청정을 했다. 그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오로지 조선의 백년대계를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정적들은 물론 자신과의 전쟁을 치렀다.

지금의 정부여당인 민주당은 태종 이방원에 비견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민주당은 향후 4년 동안 국회권력을 손에 넣었다. 무엇이 두려워 좌고우면 하고 있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2년 후 대선결과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당장 코로나의 위협을 극복하고 경제문제에 모든 지혜를 동원해 백년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지방의 쇠락은 곧 수도권과 국가 전체의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 지방 없이는 수도권의 안녕을 담보할 수 없듯이 정부는 이참에 가능한 모든 정책을 치밀하게 검토하여 가동해야 할 것이다. 인재 또한 여야, 내편, 네편 가릴 것 없이 필요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야당의 의견도 좋은 것은 선택하고 받아들여 나라를 위하는 일에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야당에게 발목 잡힐 필요도 없다.

국민이 준 힘은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쓰겠다는 일관된 생각으로 국회와 정부가 한 곳을 보고 간다면 대선도 지방선거도 걱정할 일이 없다. 모든 잘못은 민주당에 귀결되고 잘해서 성공하면 그 공도 민주당에 돌아간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은 불교의 최초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구절이다. 즉 게으름 없이 묵묵히 홀로 정진하라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가야할 길이다.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가서 결과를 얻어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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