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검찰총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 신영배
  • 승인 2020.07.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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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코로나바이러스에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날이 새면 온통 윤석열 검찰총장 이야기다. 유투브를 비롯해 포털, 신문, 방송 등 모든 언론에서 윤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한다.

윤 총장은 이미 유력 정치인으로 등장했다. 대권 여론조사에서도 야권진영의 후보로 손꼽히고 있을 정도다. 윤 총장에 대해 국민의 절반 정도가 살아있는 권력과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며 칭찬한다.

즉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의 실세들을 가감 없이 원칙과 법률에 따라 견제하는 등 검찰 고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인 듯하다.

정말 그럴까. 윤 총장의 지난 시절을 살펴보면 그는 9수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검사 재직 때,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보스기질이 뛰어나 동료와 후배검사들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로 TV화면에 비친 그의 걸음걸이와 말투에서 그의 성격을 간접적이나마 엿볼 수 있다.

그는 검찰총장 취임식 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본질을 지키는 데 검찰이 최선을 다 하겠다는 취지의 인사말을 했다.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보수집단을 비호하거나 신자유주의적인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사법시험이란 출세와 권력, 그리고 사회정의 등을 한꺼번에 취할 수 있는 매력 만점의 사법공무원 임용제도다. 사법시험 합격은 요즘말로 풀이하면 대박을 터트리는 셈이다.

특히 연수원 수료 후 검찰에 임용된 검사들은 수사 및 기소권을 손에 쥔 무소불위의 권력을 소유하게 된다. 이를 놓고 어떤 이는 시민들의 생사여탈권을 검사가 가졌다고 비유할 정도다.

이러한 권력을 손에 쥐어보기 위해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사법시험을 준비하거나 뜻을 두어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윤 총장 또한 무려 아홉 번에 걸쳐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78기를 넘어 89기라니, 그의 엄청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로지 검사 본연의 임무수행에만 열중하는 검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옳은 이야기다. 다소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당연히 검사는 사회정의를 위해 존재해야 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함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검찰총장 임명직후 이른바 조국사태연출가로 변신한다. 조국을 몰아세운 일을 두고 필자가 조국 전 장관의 편을 들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윤 총장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를 마치 손안의 떡 주무르듯 시작한 일을 말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낙마를 위해 검찰권을 활용해 분명하게 정치에 개입하는 사례를 남겼다고 본다. 결국 그의 뜻대로 조국은 큰 상처를 안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동시에 조국의 부인과 딸, 아들, 조카, 어머니 등 조국의 가족 모두 모든 것이 까발려져 돌팔매를 맞아야 했다.

그가 검찰의 수장이 된 이후 대한민국 정가는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로 그는 언론의 중심에 섰다. 그의 언행은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누구보다도 설득력 있게 국민들에게 전파한 것이다.

어찌 보면 검찰개혁을 원하고 바라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있으랴 싶을 정도로 윤 총장에게 고마울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는 조국을 비롯한 가족을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무려 100여 차례 압수수색을 했다.

사례를 보면 이 정도면 보통의 피의자는 견디다 못해 정신 줄을 놓거나 스스로 목숨을 버렸을 것이다. 아마도 조국 관련 압수수색 건수는 단일 사건으로는 사법부 사상 한정된 시일에 가장 많은 건수의 압수수색으로 기록될 것 같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충복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와 채널A 기자와의 검언유착수사에 대해서는 수사자문단 구성을 직간접적으로 지휘하는 등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는 듯한 행태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뿐이 아니다. 나경원 전 의원 자녀입시 비리, 장모관련 범죄의혹, 국회 선진화법위반에 대한 고발 건에 대해서는 아예 수사를 착수하지 않거나, 느린 수사진행으로 진실을 가리는 재판일정조차 불분명하다.

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나서 제대로 된 검찰수사를 요구하는 취지로 법무부장관의 고유 권한인 수사지휘권 행사를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장관의 지휘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전국 검사장 회의를 추진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작금의 현실은 코로나19로 지구촌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내일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엄중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 나라의 검찰수장이 국민이 준 권력을 등에 없고 검찰개혁은커녕, 아전인수식의 검찰권을 행사한다면 어느 누가 검찰을 믿고 따르겠는가.

일부 정치세력화 돼가고 있는 검사들을 제외한 전국의 검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소리 없이 범죄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정의를 논할 수 있고, 안심하고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극히 일부 검사들의 빗나간 가치관으로 인해 정부와 정치권, 더 나아가 국민 모두가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 마침 추미애 장관이 “9일 오전 10시까지 대답을 기다리겠다.”고 윤 총장에게 최후통첩을 했다는 소식이다.

윤 총장은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여 검·언유착 수사는 물론 검찰개혁에 앞장서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아니면 이참에 옷을 벗고 정치일선으로 나와 총장 취임식 때 강조했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실현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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