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나날 속, 부끄러운 지방의회
답답한 나날 속, 부끄러운 지방의회
  • 전주일보
  • 승인 2020.07.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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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계속 느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에서는 폭우에 따른 홍수로 인명피해가 나오는 등 세계가 어수선하다. 그래도 계절의 시계는 멈추지 않아 여름 휴가철 해수욕장에서 피서를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코로나 사태 발생 6개월이 지나면서 두려움 속에서도 나름으로 견디는 요령이 생겨 코로나바이러스와 동행 시대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우리나라는 7월에 들어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늘고 있다. 2일부터는 60명대를 넘어서는 날이 이어지며 휴가철 시민들의 마음은 불안하다. 대전과 광주에서 방문 판매조직과 종교시설 등 감염이 이어지며 환자가 급증세를 보인다. 대전과 광주 사이에 있으면서도 청정지역이던 전북도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며 전전긍긍이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어딘가에서 나를 노리는 바이러스를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마스크를 쓴 얼굴, 엘리베이터 출입구에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문구를 보면서 그것들이 바로 옆에 있음을 실감한다. 최근의 뉴스를 종합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하여 벌써 8종류의 변종이 나왔다고 한다. 최근의 바이러스는 유럽형으로 전파가 몇 배나 빠르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대전과 광주에서 창궐하는 바이러스가 바로 유럽형이라고 한다.

산다는 일이 죽음을 향해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미생물인 바이러스에 가위눌려 사는 건 퍽 불쾌하다. 제멋대로 돌연변이를 거쳐 자꾸만 인간 숙주에 쉽게 달라붙는 솜씨에 인간의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은 서글프다. 거창한 문명을 이룬 것처럼 으스대는 인간들의 철딱서니를 꾸짖는 자연의 엄중한 경고인 것을 생각하면 자숙할 때가 아닌가 싶다.

 

뉴스 핫라인을 장식한 김제시의회

 

5일 아침 다음 포털 뉴스 핫라인의 두 번째 줄의 제목은 ‘'의원간 불륜' 막장드라마 김제시의회 파행이었다. 지난해 12월에 불거진 김제시의회 의원 사이에 불륜관계가 여성의원의 남편에 알려지고, 남편이 남성의원을 폭행하고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김제시의회 막장 드라마가 시작됐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불륜은 여성의원 남편의 개입으로 파탄이 났고, 지난달 6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남성의원이 여성의원을 향해 막말을 퍼부으면서 절정에 달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남성의원은 여성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까지 공개하며 스토킹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의원을 공개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김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과 원구성을 진행하게 됐다. 마땅히 문제의 의원에 대한 징계를 진행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터이지만 징계위원회가 두 의원에 대한 징계를 의장단과 원 구성을 끝낸 뒤로 미뤘다. 어쩌면 두 의원의 표가 의장단 선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였는지도 모른다.

남녀 두 의원이 지난 1일에 열린 의장단 선거에 함께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서로 말다툼을 벌였다. 남성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얼굴을 마주한 여성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느냐, 너 나하고 간통 안 했냐. 할 말 있으면 해보라며 막말을 퍼부어 망신을 주며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고 한다.

이에 여성의원도 남성의원을 비난하는 거친 말이 오가며 아수라장을 이루었고 의사국 직원들이 나서서 뜯어말리는 촌극이 연출되었다. 소란 속에 의장단 선거를 하지 못하고 그날 회의는 폐회되었다. 김제시의회는 의장단 선출과 원구성조차 마치지 못하고 일정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

 

수시로 불거지는 지방의회 무용론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등장하고 의원의 자질과 자격 등 실망감에서 오는 여러 생각들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얼마 전에 필자도 지방의회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들어가며 과대 설정된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해 걱정했던 적이 있다. 인구 2~3만 명의 작은 기초자치단체를 두는 자체가 문제이고 거기에 지방의회까지 구성하는 자체가 낭비이고 의원의 자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오랜 유교사회를 지나오면서 공직에 오르는 걸 출세라고 아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어쩌다 정당 공천을 받아 의원에 당선되면 어른인 듯 행세하려 들고 이권에 눈이 돌아가 돈 생기는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 따위가 지방의회가 파행으로 구르는 원인이 아닐까 한다. 거창한 건물과 의원사무실을 두고 전문위원의 보조를 받는 가운데 겉멋만 드는 의회는 구조부터 달라져야 한다.

지난달 30일자 본지 사회면에 실렸던 김제시의회 모 의원이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을 특정업자와 수의계약 처리해달라고 강압성 청탁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는 기사가 있었다. 소규모 숙원사업이라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 집행부가 의원들의 지역사업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지역마다 숙원사업을 받아 선정할 때 예산 범위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그렇게 출신지역 사업을 예산에 반영하고 그 공사를 할 때, 업자와 연결되는 경우가 오랜 관행처럼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김제시의회 문제의 의원이 소규모 사업에 지역출신이 간여하는 것은 관행이어서 문제 될 것이 없다 .”라는 말을 공공연히 할 만큼 일반화한 일이다.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짝짜꿍이 잘 맞으면 손해는 주민들이 본다. 투명해야 할 일들이 흙탕으로 흐려도 주민들은 알 길이 없다.

지역 소멸이니 하는 소규모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권의 자리 만들기 필요성이 서로 들어맞아 이상한 지방자치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런 기형적 자치제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 근본적인 지역개편과 진정한 주민대표가 나설 수 있는 자치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거들먹거리고 철없는 짓을 거듭하는 지방의원보다 지역을 위해 가끔 모여서 주민의 뜻을 바르게 반영하고 단체장을 제대로 감시하는 의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지방자치는 아직도 철이 덜 들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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