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보 선창
째보 선창
  • 전주일보
  • 승인 2020.05.17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째보는 없구요
육자배기 노랫가락만 처량했어요
숟가락 장단이
봄비를 울리고 있어요

노래라고 해서 다 같은 노래가 아니지요

걸어 온 발자국마다 고인
눈물이 다르고
갈 길도 다르니
목소리도 다르고 부르는 노래도 다르지요

째지는 목소리가 선창을 때리면
째질 떼는 안 째지고요
주모의 치마 밑만 째졌어요

째보는 없구요
육자배기 노랫가락만 홀로 비를 맞고 있어요.
군산 째보 선창에

 

 ◆째보선창 : 전북 군산시 금암동에 위치한 조선시대의 죽성포구

‘째보선창’의 ‘째보’는 언청이를 폄하해서 부르는 우리말이다. ‘선창船艙’은 주로 생선배가 드나드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특히 째보선창은 채만식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장편소설 ‘탁류’의 배경 일부이기도 하다.

주인공 정주사가 강 건너편 서천에서 군산 째보선창으로 건너와 군산에 첫발을 디딘 곳으로 그가 미두米豆로 살림이 거덜 나자 두루마기를 뒤집어쓰고 금강에 "빠져 죽을 것이냐?"고 한탄했다고 한다.

째보란 말의 유래는 옛날에 째보라는 힘센 장사가 있어 외지에서 이곳에 들르게 되면 째보에게 자릿세, 텃세들을 상납해 불렸다는 설과 지정학적으로 강 물줄기가 옆으로 째져서 그렇다는 말이 있다.

또한 째보선창에서 해망정 기슭까지 작은 배가 즐비하게 머루렀다고 한다. 구한말까지도 삼남의 농수산물이 이곳에 집산했다가 서울로 보내지던 중요한 선창이었다. 째보선창은 현재 복개돼 째보의 물길은 볼 수 없다.

하지만 군산사람들은 아직도 이곳을 째보선창이라고 부른다. 아무튼 째보선창은 서쪽으로 현대식 선착장이 마련되자 설해雪害로 인해 흙탕이 너절한 갯가가 되었다. 아낙들이 술이니 떡을 파는 작은 시장이다. 이제는 매립이 되어 그 자리에 동부어판장 건물이 들어서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