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망론’ 단상
‘이낙연 대망론’ 단상
  • 전주일보
  • 승인 2020.05.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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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칼럼
이 현 재 /논설위원
이현재 /논설위원

21대 총선이 끝나자 20대 대선이 화두로 떠올랐다. 중심은 단연 ‘이낙연 대망론’이다. 1년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이낙연 전 총리의 지지율은 ‘대망론’을 넘어 ‘대세론’에 가깝다. 11개월 전 처음 선호도 1위로 올라선 후 줄곧 선두를 유지해온 지지율이 서울 종로에 출마한 4.15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에게 압승을 거둔 후 수직상승을 거듭해 급기야 40%대를 돌파했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0일에서 24일까지 5일간에 걸쳐 실시한 ‘차기 대선 선호도조사’를 보면 이 전 총리의 선호도는 40.2%로 야권의 차기 주자 1~5위의 지지율을 모두 합한 것보다 12%포인트 가까이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에서 이 전 총리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14.4%와 비교해도 거의 세 배 가까운 지지율이니 지금으로서는 이렇다 할 적수가 없어 보인다. 시간만이 유일한 경쟁자인 셈이다. 이 전 총리는 과연 대세론을 이어가 DJ에 이어 두 번째 호남 출신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천시(天時)·지리(地理)·인화(人和)의 변수들

일단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다. 무엇보다 선호도가 ‘마의 40%대’를 돌파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대 대선을 앞두고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한 예비 후보들이 없지는 않았다. 이 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지지율도 39%대에서 정점을 찍은 후 40%대를 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정치 시계’에서 1년 10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한때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숱한 주자들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도중에 좌초했다. 이회창 전 대표는 두 번의 본선에서 낙마했고, 반기문 전 총장은 본선에도 나서지 못한 채 중도 하차했다. 한때 선호도 1위에 올랐던 고건 전 총리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도중에 동력을 상실했다.

이는 이 전 총리 앞에도 숱한 변수가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당내 변수로는 경선 구도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도, 당 밖의 변수로는 지역주의 인구공학이 손꼽힌다. 당 안팎에 잠복한 이 변수들이 거세게 상승작용을 일으킬수록 이 전 총리의 대권 방정식은 차수가 높아져 해법을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 전 총리가 이 모든 변수를 상수화해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까?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理 地理不如人和).’ 어쩌면 그 대답은 중국 전국시대 위 혜왕에게 왕도정치를 설파한 맹자의 말에 담겨 있을지 모른다. 이 전 총리가 풀어야 할 변수를 맹자의 말에 대입하면 천시는 문 정권의 성공적인 국정운영, 지리는 지역주의에 따른 정치적 인구공학이다.

인화는 당내 경선과 직결된다. 이 전 총리의 인품은 그를 아는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증언한다. 총리로서의 국정 통괄 능력도 국민적 신뢰를 받았다. 그렇지만 당내 세력화는 아직까지 미미하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주변에선 ‘PK패권주의’가 심심찮게 입줄에 오르고 있다.

친문의 유력인사들 모두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범친문의 스피커’로 공인받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평론 중단을 선언한 후 ‘알릴레오’ 고별방송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발언 후 정가에서는 ‘유력 대권주자군 띄우기’를 위한 계산된 발언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유 이사장 이전에 친문 그룹의 핵심 중 핵심이자 ‘문재인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는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의 발언도 있다. “차기 대선을 두고 여러 쟁쟁한 유력후보들이 나와 경쟁하는 구도가 필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당내 세력이 미미한 이 전 총리는 지난 총선을 통해 어느 정도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마자 38명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이중 22명이 당선돼 21대 국회에 진출한다. 선거운동 기간 중 PK등 전국을 돌며 권역별 지원유세에도 공을 들였다. 그리고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여부를 고민하며 ‘인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 중이다.

‘PK후보+호남지지’ 공식의 상념

천시와 인화를 얻어 민주당의 후보로 본선에 나서도 이 총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난제는 역시 ‘지리’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구역학으로 보는 한국의 정치공학에서 호남은 ‘소수지대’, 영남은 ‘다수지대’라는 점이다.

지난 4.15총선을 기준으로 영남의 유권자는 부산·울산·경남 673만5,449명, 대구·경북 435만4,058명 등 영남이 1,108만9,507명에 달한 반면 전북·광주·전남의 호남은 434만3,692명에 불과했다. 전국 유권자 4,399만4,247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따지면 PK 15.31%와 TK 9.90% 등 영남이 25.21%로 호남 9.87%의 2.55배에 이른다.

DJ는 그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고뇌의 산물로 PK출신 후보를 내세워 호남이 적극 지지하는 이른바 ‘PK후보+호남지지’ 공식을 내놨다. 그 효과는 역대 대선 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 DJ가 14대 대선과 15대 대선 때 PK에서 얻은 득표율은 14.95%와 13.45%였다. 반면 PK 출신인 노무현이 나선 16대 대선에선 득표율이 29.14%로 두 배 이상 치솟았고 그 비율이 문재인이 나선 18대와 19대 대선에서 다시 38.24%, 37.63%로 더 높아졌다.

지금 시점에서 보는 이 전 총리의 영남 지지도는 고무적이다. 총선 후 지지율이 급등해 PK와 TK에서 모두 30%선을 돌파했다. 그렇지만 막상 대선 가도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호남 출신을 향한 영남의 지지율은 수직하락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호남 대통령이 다시 탄생하면 그 자체가 한국사회의 최대 개혁이 될 것이다. 소수계층이 공정한 기회를 얻는 자체가 한국사회의 진일보를 웅변하게 된다. 문재인 정권에 이어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지대 호남에 가하는 이 땅의 지역주의 매커시즘이 너무나 가혹하다. ‘이낙연 대망론’을 접하는 상념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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