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치사슬(GVC) 변화와 기회
글로벌 가치사슬(GVC) 변화와 기회
  • 전주일보
  • 승인 2020.04.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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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무역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 무역의 핵심인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 예측된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이란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생산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국경을 초월한 분업과 특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생산 과정을 나누어 각각 가장 효율적인 국가에 배정해 왔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수입국에서 소비하는 것을 목적으로 최종재 교역이 주를 이루었으나 글로벌 가치 사슬이 확산됨에 따라 중간재 교역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다. 2017년 기준으로 GVC 교역은 전세계 GDP의 20%, 전세계 교역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GVC는 지난 30년간 세계무역의 성장세를 주도해 왔으며, 세계 무역 확산은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 1990년 이후는 GVC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기로, 이때 세계 교역 비중은 금융위기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수송비용 하락, 통신수단 발달, 중국 등 신흥국의 세계경제 편입에 따라 지역적으로는 아시아가 GVC 성장의 중심축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산업 기술이 떨어지고 자본 축적이 저조해 첨단 산업 진출이 어려웠던 신흥국은 GVC 참여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에 진입할 수 있게 되어 빠른 속도로 교역 및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중국 등 주요 신흥국은 외국산 자본재와 중간재에 대한 의존도 상승으로 수출의 부가가치율은 하락했지만 전체 수출 규모의 비약적 증가 덕택으로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액 혹은 수출로 인해 유발되는 소득이 대폭 증가하였다.

GVC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국제적 분업과 협력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였을 뿐 아니라 신속한 혁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기술 수준이 높은 산업일수록 GVC 참여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제조 공정을 신흥국 생산기지에 아웃소싱한 선진국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비롯한 투자 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 혁신이 가속화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의 GVC에 45개국 1,049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성공적인 분업모델로 작동하던 GVC의 구조 및 패러다임의 변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는 시작되어, 미·중 무역분쟁으로 변화의 압력이 세졌으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변화 속도가 매우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GVC의 변화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의 위상이 조립 공장에서 제조 강국으로 변환하였다. 중국은 2000년 이후 세계 최대의 최종재 조립·가공 국가로 성장하며 GVC 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자리매김 하였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성장 정책 기조가 수출·투자에서 내수·소비 중심으로 변함에 따라 조립·생산기지로서의 기능은 줄어들고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조 강국으로 변화하였다.

둘째, 선진국·신흥국 간 수직적 분업구조가 변화하였다. GVC의 전통적인 분업구조는 선진국이 신흥국에 자본재와 중간재를 공급하고 신흥국은 최종재로 조립·가공하여 선진국에 수출하는 형태로 구성되었으나 최근 신흥국의 위상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분업구조는 변화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구매력 확대로 수출보다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며 생산기지로서의 기능보다 소비 시장으로서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셋째, 보호무역기조의 심화와 세계화(Glottalization)에서 지역화(Regionalization)로 복귀 움직임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세계경제와 교역에 불확실성이 증가하였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제조국들의 수출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부정적 영향이 증가하였다.

또한 GVC 둔화 속에서 아시아권은 ‘중국’, 유럽권은 ‘독일’, 북미권은 ‘미국’을 각각 거점으로 지역내 무역은 오히려 확대중이다. GVC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심층 연구 보고서,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무역의 미래”,“글로벌 벨류체인 구조 내 서비스업의 위상 변화 및 시사점”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우리가 GVC의 변화 중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리쇼어링(reshoring)이다. 리쇼어링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주로 자국 내 고부가가치 산업 및 R&D투자 상위기술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요즘 세계 각국 정부의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 계기로 반중 정서와 함께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에 돌아오라고 강력한 요구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에서 돌아오는 기업의 이전 비용 100%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일본도 중국 진출한 제조업 철수에 2435억엔을 할당했다. 이중 2200억엔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쓰일 예정이다.

미·일만 자국의 제조업 귀환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의료 기기 부문에서 자급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생필품을 다른 사람에 의존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첨단 산업이 부족한 우리 전북에 해외 귀환 업체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전북 경제를 살리는 아주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전북에 특화된 효과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세밀히 철저하게 준비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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