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압승 민주당, 무엇을 할 것인가
총선 압승 민주당, 무엇을 할 것인가
  • 전주일보
  • 승인 2020.04.15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재 칼럼
이 현 재/논설위원
이 현 재/논설위원

총선은 정부와 정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다. 그 성적표는 의석수로 나타난다. 그리고 평가 기준인 의석수는 각 정당이 획득한 절대 의석과 지난 총선에 대비한 비교 의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라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개표가 완료되면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방송3사의 공동 출구조사로 보면 지역구와 자매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를 합해 과반을 훌쩍 넘어 최대 170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구 110, 비례대표 13석 등 123석으로 새누리당보다 겨우 3석 앞서 1당의 지위에 올랐던 20대 총선에 비해 뚜렷한 약진이다.

이제 관심사는 향후 정국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달라진 위상에 걸 맞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권한 만큼 커진 책임

 

정치공학대로라면 긍정적인 대답이 나온다. 나폴레옹은 신은 군대 수가 많은 쪽의 편이다라고 권력의 속성을 설파했다. 그 권력의 원천은 정복의 시대 군대에서 오늘날 국민의 여론으로 전이됐지만 속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민주주의 역학에서 표심은 전부인 것이다.

실제로 민주주의를 이상화하기는 쉽지만 현실에서 효율적인 정부는 일반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통치하는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이를 두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제약 없는 개혁을 추진했던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일찍이 뉴욕 시장 재임 시절 대부분의 경우에 권력 분립 이론은 순전히 피해만 준다고 말했다. 개혁을 반대하는 기득권자들을 억누르는 데 분리되지 않는 권력이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역사는 분리되지 않은 권력의 중요한 단점들이 무엇인지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 권력이 적절한 지도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만 좋으며, 그것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에 대한 평가는 지지층에 따라 시각을 달리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의회 장악력이 제한적이었던 20대 국회 아래에선 부정적인 평가를 제1 야당인 통합당의 발목잡기 탓으로 돌리며 어느 정도 피해 갔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통합당의 정권 심판론에 대해 야당 심판론으로 정면 대응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주장에 호응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는 국민들이 앞으로 민주당에게 커진 권한만큼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는 말이 된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책임정치다. 이른바 권한 있는 곳에 책임 있다는 경구는 막강한 권력을 쥔 다수당이 어떻게 속절없이 소수파로 전락하는지를 웅변한다. 국정 성적표에는 각종 요인과 변수가 작용하지만 최종적인 책임 소재는 집권당을 향한다. 또 책임을 추궁하는 강도가 권력의 장악도에 비례하는 것이 통상이다.

 

진짜 실력은 지금부터

 

그렇다면 문 정부와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 반영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진짜 실력은 지금부터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먼저 권한과 책임의 원칙은 앞으로 문 정부와 민주당의 국정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국민들이 한층 날카로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도덕적 기대는 테세우스의 배에 대한 귀납적 해답을 요구할 것이다. ‘테세우스의 배처음 배를 만들 때 들어간 판자들을 한 장씩 교체해 대대적으로 보수했어도 그 배는 여전히 그 배인가?’를 묻는 논리학의 명제다. 그 연장선상에서 문 정부와 민주당의 요직을 장악한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도덕적이고 개혁적이었던 그 사람들인가?”라는 물음이 나온다.

아쉽게도 문 정부 집권 3년 동안에는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정과 도덕성 시비에 대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과거 사례를 들어 정당성을 강변하기 일쑤였다. 여기에 더해 도덕적 면허를 방불 하는 내로남불화법으로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사례 또한 빈번했다. 그러다 보니 문빠문파를 구분하는 눈이 흐려졌다. ‘과거를 팔아 현재를 사는 셈이니 기득권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크게 코로나19’ 대처 능력과 경제 상황에 좌우될 전망이다. 이중 코로나19’ 대처에 대해선 이미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성장률에 있어선 당분간 침체 경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IMF14일 올해 한국경제가 -1.2%의 역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종전 2.4% 성장에서 3.6%포인트 하락한 전망치지만 이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겪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오히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마이너스 성장 전망치라는 점이 시선을 끌게 된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문 정부의 향후 경제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가능성은 더 커진다. 성장률은 전 연도의 성적을 기준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외환위기 직후 집권했던 김대중 정부가 기저효과에 힘입어 ‘V형 급성장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경고음

 

긍정과 부정, 기대와 우려 속에 문 정부와 민주당이 미국의 사회학자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의 의도하지 않는 역효과의 법칙(The law of Unintended Consequences)’에서 지혜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머튼은 사회의 복잡성으로 인해 공적 활동이 바람직하지 못한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정부·여당이 압승에 취해 독선과 오만으로 치닫는다면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더불어 문 정부 또한 선의로 추진했던 일부 개혁들이 부작용을 빚은 점을 성찰해 향후엔 의도하지 않은 악영향을 숙고하며 신중한 정책 추진을 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