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인데
꽃피는 봄인데
  • 전주일보
  • 승인 2020.03.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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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매화가 지고 산수유, 자두꽃, 복숭아꽃은 절정을 넘는 3월 끝자락이다. 양지바른 곳엔 벚꽃이 거의 다 피었고 벚나무마다 꽃망울이 톡톡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만개한 꽃보다 피어나는 이 시기가 훨씬 운치 있고 볼거리가 있다. 이 좋은 때에 하필이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시민들의 발을 묶어 전주천변 벚꽃길이 한산하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천변 길이 사람으로 북적이고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들이 밖으로 나와 한창 활기가 넘치는 휴일이 되었을 터이다. 어쩌다 한두 쌍 연인들의 모습과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꽃길 탐험(?)에 나선 이들이 눈에 뜨일 뿐이다. 건물 안에 있기보다는 밖이 더 안전하지만, 시민들은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리 두기를 지키느라 봄맞이조차 포기했다.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는 마음이 당연하건만 보는 마음은 안타깝고 초조하다.

 

코로나바이러스에 흔들리는 지구촌

 

정부가 보름 동안 강력한 거리두기를 실천하여 확진자 수를 낮추고 생활방역에 들어갈 계획을 내놓고 시행하고 있지만, 지난 1주일 환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소규모 집단 확진자가 이어지고, 미국 등 해외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으면서 되레 약간 증가추세에 있다. 다음 한 주일에 과연 정부의 생각처럼 환자가 줄어서 생활방역을 시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 전북에도 13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22세의 프랑스 어학연수생으로 지난 27일 입국하여 시외버스 편으로 전주에 와서 28일 진료소를 방문하여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동하는 동안 KF94 마스크를 계속 사용했다는데 2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예상한 대로 미국이 세계 최대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산국가가 되었다. 28일 오후 830분 현재 2만여 명의 확진자가 나와 확진자 121117명이다. 사망자도 2147명으로 이틀 만에 1천여 명이 사망했다. 무서운 증가세에 우리 유학생들이 연일 귀국하면서 우리 확진자가 늘고 격리자들이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지역사회감염을 부추기는 요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더구나 강남 모녀처럼 귀국하면서 유증상자로 판명된 사람이 제주 여행길에 올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례처럼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자들 때문에 방역은 더욱 어렵다.

정부가 아무리 강조하고 역설해도 일요일인 오늘도 일부 교회는 하나님의 권능을 팔아가며 예배를 강행한다는 소식이다. 교회의 주 수입원인 주일 헌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욕심이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협한다. 교회가 말하는 사랑은 황금 사랑이 아니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것이다. 돈을 사랑하여 이웃을 위험 속에 몰아넣는 교회의 이기주의를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좌시해서는 안 된다.

몇 번이나 같은 주장을 펴지만, 이런 재난 앞에서는 국민 누구도 특별할 수 없고, 예외를 두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일부 보수 인사와 종교집단은 재난 극복마저도 정부의 업적으로 인식될까 싶은지, 해서는 안 될 집회와 단체행동을 계속하여 바이러스 전파에 공헌(?)했다. 참으로 한심한 발상이고 불행한 일이다. 국민이 안전하게 이 위난을 극복하는 데에 하나가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끝없이 말썽을 부리는 행동도 제발 멈추어야 한다.

 

어려운 시기를 넘는 지혜

 

지금 거의 모든 국민이 어렵다. 상위 10%쯤이야 이 정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지 몰라도 국민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아주 힘들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재정지원을 통해 소비를 늘리고 어려운 이들의 생활비를 조금이나마 지원하려는 의도는 고맙지만, 이번 사태는 단기적 임시처방으로는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쉽게 해소될 가망이 없기에 그렇다. 우선 국내에서라도 경제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인간들이 자꾸만 코로나바이러스를 끌어들이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전국 고용센터에는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곳곳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인원을 감축하고 관광관련 업계는 완전히 초토화하여 줄줄이 문을 닫고 잘 나가던 항공업계와 관련 업종이 휴업상태에 들어가 실업 상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융자금 서비스로는 사업이 부진한 기간의 적자에 생긴 빚과 인건비를 해결하는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비가 줄어 제조업이 계속 문을 닫아가고 온라인을 통해 판매망을 새롭게 꾸민 업체들은 기존의 강자들 틈새시장을 찾느라 버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실업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조짐이다. 우선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재화가 유통을 멈추었고 그 정도는 시간에 정비례를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단순합산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연쇄반응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확산하여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이를 것이므로 어떻게든 일단 국내에서 코로나-19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미 과거 IMF사태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이 심각한 상황을 예상한다면 중국처럼 강제적 조치라도 강행하여 이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19를 잘 극복하더라도 우리경제가 거의 목을 매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이 위기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데 미국이 잘난 트럼프의 오판으로 세계 최대의 코로나-19 유행국가가 되어 앞으로 실업률이 1930년대 대공황시대를 넘는 3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을 -25%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재채기하면 우리는 독감을 앓는다는 경제형편에서 이러한 전망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할 것인지 잘 일러준다.

안일하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따위로는 안 된다. 일단, 우리나라의 코로나-19를 강제적 조치라도 강행하여 잡아놓고 세계의 흐름을 보아가며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지금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신들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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