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비문(碑文)
어떤 비문(碑文)
  • 전주일보
  • 승인 2020.03.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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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여기 오겠소
바쁜 세상에

아침이슬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스치고 가는
나그네겠지요

나는 압니다
길을 가다가 황망히 이름 하나 생각해 내고는
미안한 마음으로 왔다는 것을

한 손을 내 무덤 위에 얹고 말해 주세요
불같이 살다가 홀연히 떠나
여기 잠들어 있노라고

당신의 붉은 마음
내 심장에
뜨겁게 전해 오면
편안한 마음으로 밤하늘별을 세겠소

 

ㆍ남성석재 : 익산시 황등면 도선리 석공장

죽은 이의 업적을 기리거나 신원을 밝히기 위하여 쓴 글이 비문(碑文)이다. 비문을 돌에 새겨 세운 돌을 비석(碑石)이라고 한다. 비석에 새긴 글자는 금석문의 하나로, 역사적인 자료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나라 이전에는 자연형의 돌에 새긴 각석(刻石)으로, 돌을 다듬어 새긴 정식의 비는 한나라 시대 묘비에서 발달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비석에는 글자를 돌에 그대로 새긴 갈(碣)이 있고, 일정한 형태로 돌을 다듬어 글자를 새긴 비(碑)가 있다.

비의 모양은 몸체인 사각기둥 모양의 비신(碑身)이 있고, 머리 갓 부분인 뿔 없는 용을 조각한 이수가 있고, 비석을 기반으로 받치는 거북모양의 귀부(龜趺)가 있다. 비신의 앞, 겉면을 비양(碑陽), 뒷면을 비음(碑陰)이라고 한다.

새겨진 글을 명(銘), 비음부분에 새겨진 글을 음기(陰記) 또는 비음이라고 한다. 종류에는 능에 세우는 능비, 묘에 세우는 묘비, 공덕을 기리는 송덕비 그 외로 순수비, 기념비 등이 있고, 최근에는 시비, 노래비 등이 있다.

이러한 비에 쓰인 문장들은 대체로 한자를 많이 썼으나 최근에는 한글을 많이 쓴다. 비문 중 많은 것이 문학적 기념사들이다. 얄팍한 지식으로 인한 문법적 실수로 우스꽝스럽게 된 비문도 있지만 일부러 재치를 부린 비문들이 훨씬 더 많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비문은 직업이 인쇄업자임을 이용해 ‘지은이(Author)가 정정하고 수정하여 새롭고도 보다 아름다운 판으로 다시 한 번 나올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비문은 경구적인 풍자문을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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