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호의 이 한권의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최영호의 이 한권의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전주일보
  • 승인 2020.02.0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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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렛스 지음)

- 합법적으로 선출된 독재자로부터 민주주의 파괴 막으려면
- 상호관용과 이해·자제하는 정치적 규범 복원이 절실하다
최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모악
최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모악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캠패인 내내 힐러리가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과 이미 사망한 사람들까지 동원한다고 주장했다.

힐러리를 범죄자로 규정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성난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좋다는 취지로 용인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CIA 국장에게 수사에 개입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국가안전보장국 국장에게 러시아 정부와 그 어떤 공모도 없었다는 성명서를 내도록 요청했다. 트럼프는 러시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FBI 국장을 해고했다. FBI 82년 역사상 10년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장을 해고한 사례는 그전까지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트럼프는 전임 대통령인 오바마를 향해 “끔찍하다! 오바마가 트럼프 타워에 있는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을 당선 직전에야 알았다. 그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매카시즘이다!”는 트윗 메시지를 날렸다.

책에 나와 있는 트럼프에 대한 비판 내용을 옮겨 적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수백년 동안 안정적이었다고 생각한 미국인들에게 트럼프란 정치적 이단아의 등장과 무려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

저자는 독재자의 특징에 대해 “①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고, ②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③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④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현대의 민주주의는 과거와 같이 군사적, 폭력적인 방법으로 무너지는 게 아니라 합법적으로 선출된 독재자에 의해 무너진다고 한다. 독재자들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① 사법부를 비롯한 중립 기관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거나 ‘무기로 활용하고’, ② 언론과 민간 영역을 매수하고, ③정치 게임의 규칙을 바꿔 경쟁자에게 불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이는 세 가지 방법을 쓴다고 한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법적인 제도가 아니라 정당이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과 이해’와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 두 가지 규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호 관용은 정치 경쟁자 사이에 그 주장을 동의하지 않거나 혐오할 순 있어도,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자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파 싸움이 치열해지면 공화국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인식에서 미국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상대당이 적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권력을 차지할 경쟁자로 받아들였다.

다음으로 자제는 정치인들이 제도적 특권을 최대한 활용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임 제한, 탄핵, 필리버스터, 대법관 임명 등이 제도가 아닌 규범으로서의 자제를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이러한 규범이 무너짐으로써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1960년 미국 국민은 자녀가 상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과 결혼했을 때 기분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 중 4%, 공화당 지지자 중 5%만  ‘언짢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2010년에는 민주당 지지자 33%, 공화당 지지자 49% ‘다소, 혹은 상당히 불쾌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에서 관용이 무너지고, 제도적 틀을 구분하지 않고 어떻게든 공격해서 이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제가 사라진 것이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저자는 트럼프의 적대적 태도를 야당인 민주당이 똑같이 답습한다면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으로 사라진 민주주의를 물려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로 촉발된 미국 민주주의 위기는 제도가 아닌 규범의 복원으로 미국 민주주의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돌아다보면 갈 길이 멀 뿐이다.

정치의 상대방을 빨갱이와 적폐로 처단해야 할 악으로 바라보는 정치 관행. 사법부에서 적법하다고 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격. 그리고 정권과 함께 바뀌는 수사기관, 언론 등 미국보다 훨씬 좋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특히 트럼프의 오바마에 대한 트윗을 보고, 정치가 사법화되어 서로 싸우다 고소하고 재판으로 가는 우리에 비해 미국은 그나마 정치가 우리처럼 어리석지는 않은 것 같다.

현대 민주주의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독재자에 의해 무너진다. 우리는 특히 척박한 정치 풍토와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으로 민주주의는 상시적 위기에 놓여있다. 수사기관과 언론을 점령하고, 정치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독재자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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