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모악산
겨울 모악산
  • 전주일보
  • 승인 2020.02.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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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산에 오른다
밤새 허공을 건너와 침묵이 된 눈을 밟으며
모악산에 오르면
불만과 탄식으로 얼룩진 육신이 백옥처럼 윤이 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굽은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하고
발바닥에 힘을 주면서
산을 오른다
엄동설한에 어머니의 품속으로 들어가면
출세에 발버둥 치던 날이
이재에 눈멀었던 순간들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겨울 모악산에서는 가난의 눈물도 종주먹을 쥐던 핏발선 투쟁도
눈 내린 골짜기에 묻히고 만다
빈 나뭇가지에 앉았던 새 한 마리가
허공에 점 하나를 찍으면
오르는 것은 결국 내려가기 위한 것이라고
겨울 모악산의 한 말씀 눈꽃으로 핀다

 

모악산(母岳山) :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793m)은 전주시 남서쪽 12㎞ 지점에 있는 산이다. 산 아래로 김제평야와 만경평야가 펼쳐진다. 산 정상은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포근한 모습의 형상이어서 ‘모악산(母岳山)’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모악산은 엄뫼 또는 큰뫼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이는 ‘어머니의 산’이란 뜻이다. 또한 모악산은 그 자태만큼 다양한 여러 개의 사찰과 암자들을 품고 있다. 대표적인 사찰로 대원사(大院寺)와 수왕사(水王寺)가 있다.

대원사는 고려 말 보덕화상(普德和尙)의 제자였던 일승(一乘), 심정(心正), 대원(大原) 등 세 승려가 세웠고 조선조에는 정유재란으로 불탄 후 진묵대사가 재건해 머물렀으며 조선말에는 종교사상자인 강증산(姜甑山)이 도를 깨우친 곳으로 유명하다.

호남평야의 젖줄 구실을 하는 구이저수지·금평저수지·안덕저수지와 불선제·중인제·갈마제 등의 물이 모두 이 곳 모악산으로부터 흘러든다. 정상에 올라서면 전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남으로는 내장산, 서쪽으로는 변산반도가 보인다.

동학농민운동과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큰 나무는 거의 베이거나 불에 타 사라졌다. 그러나 4월에는 벚꽃과 배롱나무꽃이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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