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의 콧수염
해리스의 콧수염
  • 전주일보
  • 승인 2020.01.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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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문 대통령의 남북 개별관광 협력 문제를 새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두고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미국과 협의하라.”라는 내정간섭 발언을 해 여론이 들썩하다. 이 발언을 두고 본국과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를 질문하자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여전히 해리스 대사를 신뢰하고 있다.”라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했다.

이 내용을 두고 검토하면 해리스가 국무부의 의견을 사전에 물어보지도 않고 간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개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간섭하고 평가하는 일은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발언에 청와대는 대단히 불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해리스에게 경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의 이런 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가을에 국회 이혜훈 정보위원장을 대사관으로 불러 방위비 50억 달러를 한국이 내야 한다는 말을 20번도 넘게 해서 이 위원장이 대단히 불쾌하다는 말을 했었다. 또 얼마 전 미국의 이라크 사령관 암살사건 이후 이란과 전운이 감도는 시점에는 호르무즈 해역에 한국군 파병을 요청하기도 했다.

해리스의 건방진 행동과 발언은 그동안 별로 노출되지 않았을 뿐, 마치 일제 강점기의 조선 총독을 연상하게 하는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반일 감정이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그가 미국 해군과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났고 일본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게 된 것이다.

미국 해군으로 복무하면서도 일본에서 오래 근무했고 일본의 극우 세력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도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원인이다. 그는 20184월에 호주 대사로 내정되어 부임을 준비하다가 424일 갑자기 한국대사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426일에 일본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인 욱일 수교훈장을 받았다. 참고로 욱일 수교 대훈장을 받은 한국인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독재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박태준, 박근혜의 비서실장이던 이병기 등이다.

해리스는 20187월에 한국대사로 부임할 때는 콧수염을 기르고 나타났다. 해군에 복무할 때나 호주 대사로 부임 준비를 하던 때도 없었던 콧수염을 달고 나타난 그는 외교관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의미에서 콧수염을 길렀다.”라고 콧수염을 기른 이유를 말했다고 한다. 과연 그의 콧수염이 그런 정도의 의미만 가진 것인지 지레짐작할 수는 없지만, 일본에 오래 살면서 한일간의 역사적 관계나 한국인의 감정을 잘 아는 그가 지난날 조선 총독을 연상하게 하는 콧수염을 기르고 나타나서 연달아 한국인을 자극하는 내정간섭 발언을 쏟아내는 배경은 어디선가 악취가 풍기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가 한국대사로 갑자기 변경되어 온 것에서부터 의심이 든다. 2018년 초 아베가 미국을 들락거리며 트럼프에게 알랑거리더니 일본인이나 진배없는 해리스가 호주 대사에서 한국대사로 로 변경된 것이다. 아베는 트럼프가 좋아하는 뭔가를 제공해가며 해리스를 한국대사로 보내라고 꼬드겼을 것이라는 짐작은 아베의 외교 스타일로 보아 조금도 무리가 아니다.

그리고 해리스는 한국대사로 임명된 이틀 후에 일본서 욱일 수교 대훈장을 받는다. 한국대사로 가서 일본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떡하니 훈장을 달아 준 셈이다. 그리고 콧수염도 길러보라고 슬그머니 권했을 것이다. 당신은 주한 미국대사이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 정부를 대신한 한국 정부 감독자로 상징성 있는 콧수염을 길러보라고 미국적 일본인을 꼬드겼지 싶다. 아베라면 그러고도 남을 자다.

해리스는 국적은 미국인이지만, 일본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일본서 오래 산 미국적 일본인이다. 그는 20063월부터 20076월까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 잡은 포로들을 수용하여 갖은 고문과 잔학행위를 했다는 관타나모 수용소 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악명 높은 쿠바 영토 관타나모 포로수용소 소장을 지낸 이후 출세 가도를 달렸다. 해리스는 일본의 미국 해군기지를 거쳐 2013년에는 태평양 함대 사령관이 되었다가 그해 5월에 미 해군 태평양 사령부의 사령관으로 승진하였다. 어쩌면 그의 승진 가도에 일본의 교활한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13일 일부 진보단체에서 해리스의 대형 얼굴 사진의 코밑에 이쑤시개를 수염처럼 붙여놓고 시민들이 떼어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장면이 TV에 나왔다. 해리스의 콧수염을 조롱하는 퍼포먼스였다. 이 영상이 미국에 전해지면서 미국의 각 언론이 흥분하는 태도를 보였다. 해리스 대사가 일본계인 점 때문에 한국인들이 인종차별을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정하고 성역 없이 보도한다는 미국언론들은 하나같이 한국인들이 해리스를 미워하고 인종차별을 한다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그가 한국 정부에 요구한 방위비 인상이나 파병요구, 또 이번에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개별관광 문제 등을 말한 데 대한 해리스의 태도는 조금도 문제 삼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보수언론들도 덩달아 미국의 비난 내용을 확대보도하는 데만 치중했다.

북한이 한국을 가리켜 미국의 51번째 주에 불과하여 아무것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허수아비 정부라고 비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민족의 일, 한반도의 일에 미국의 승낙을 받아야하고 그들의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하는 서러운 처지, 나라 아닌 나라가 한국이다. 해리스는 마치 강점기의 일본 총독처럼 시시콜콜 내정에 간섭하며 콧수염을 길러 우리의 감정마저 뒤흔들고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미국무기를 사고, 방위비까지 주어가며 주둔을 돕고 이제는 대사라는 자가 총독처럼 행세하는 이 식민지 한국의 모습을 부끄러워하자. 그의 콧수염을 싹 밀어 쫓아내고 싶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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