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총선이 시작되는 16일
본격 총선이 시작되는 16일
  • 전주일보
  • 승인 2020.01.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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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곳곳에서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와 출마 예정자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주말이었다. 선거일 90일 전인 116일부터는 출판기념회를 할 수 없고 모든 공공 직책에 있던 출마 예정자는 그 직에서 사직해야 한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 전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세계 어느 나라의 의원보다 많은 특권과 세비를 비롯한 비서진 9명을 거느리는 신나는(?) 직업이다. 그래서 그 한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알토란같은 국영기업체 사장 자리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선거전에 나서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흔하게 귀하신 국회의원 얼굴을 볼 수 있고 건들거리며 거만하던 표정은 간곳없이 비굴하리만치 공손한 표정으로 건네는 명함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90일 남짓 나라의 주인들이 겉으로는 진짜 주인으로 대접을 받는 총선정국이 시작되었다. 마이크와 어깨띠, 유세차량은 보이지 않지만, 물밑에서는 부지런히 물갈퀴를 저어 앞에 가는 후보를 따라가며 치명타를 입힐 준비를 서두르는 시기다.

그런데, 긴박하게 돌아갈 총선 정국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 폭탄이 터져 국민의 관심을 한꺼번에 휘몰았다. 장관에 임명되자마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참모들을 갈아치우는 인사를 단행했다. 그 인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윤석열 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법무부로 불러 인사안에 대한 의견을 물으려 했지만, 윤 총장은 인사안을 보내 달라며 법무부에 가지 않았다.

추 장관은 인사안은 비밀이므로 보내줄 수 없다며 윤 총장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윤 총장이 오지 않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인사를 발표했다. 이 일을 두고 추 장관은 윤 총장이 법에 정한 절차를 위해 인사안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아 법을 어겼다고 윤 총장의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반면, 윤 총장과 야당에서는 추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를 단행하여 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정반대의 주장은 양측 모두 시민단체의 고발로 법의 판단을 받게 되었다. 추 장관은 무려 다섯 시간이나 예정을 변경하여 집무실에서 윤 총장을 기다렸는데 총장이 이를 거부하여 의견을 들을 수 없게 했으므로 윤 총장의 잘못이라는 판단이다. 이 일을 두고 지난 토요일에 다시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려 윤석열 총장의 사퇴를 주장하는가 하면 반대로 보수 진영에서는 윤석열을 지키려는 집회를 열었다. 검찰총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집회나 지키려는 집회가 열린 일은 아마 우리 헌정사상 최초의 일일 듯하다.

지난해 7월에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당부하며 파격적 인사를 단행하여 검찰의 수장으로 임명한 윤 총장이 되레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칼을 들이대는 강수를 두었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대부분 자신을 총장으로 발탁한 대통령과 여당에 충성하거나 최소한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권한을 약화하여 권력 집단의 힘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학자 출신의 조국 민정수석과 정부의 방침에 위기의식을 느낀 검찰은 갖가지 표적수사로 검찰 지키기에 나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조 국에 대한 수사에서 드러났다. 현역 민정 수석에 대한 수사가 본인과 가족, 친인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된 배경에는 조 국 민정수석의 검찰개혁 의지와 법무부 장관 기용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었다. 실제 조 국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발탁되어 청문회에 섰을 때, 야당이 내놓은 조 후보자에 대한 공격 자료는 검찰이 아니고는 찾아낼 수 없는 자료들이었다. 조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임명으로 장관이 되었지만, 49일 만에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장고 끝에 추미애 의원을 장관후보자로 지명했고 별다른 하자가 없는 추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서 검찰은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 되었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어울릴 만큼 강직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추 장관은 임명되자마자 윤석열 총장의 참모들부터 정리를 시작했다. 이런저런 저항이 만만치 않지만, 사전에 충분히 법률적 검토를 마치고 일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추 장관의 검찰 장악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성원으로 정권을 받았으나, 촛불의 염원을 이루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했다. 온갖 개혁의 물줄기를 초기에 틀어잡고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사소한 작은 반발에까지 신경을 쓰면서 야당에 휘말리는 바람에 개혁의 시기를 놓쳤다. 아직은 설익은 민주주의만을 생각하다가 국가경영에 필요한 모든 무장을 다 해제하고 완고한 야당과 맨주먹으로 대결하는 아마추어리즘 때문에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다만, 그 야당이 너무 허술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를 버리지 못한 덕분에 반사이익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이 다시 합쳐서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나섰지만, 그건 다급하게 몰린 선거정국을 돌파하려는 임시방편이지 그들의 머릿속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일부 보수개혁의 의지를 가진 인물이 보수 전체를 이끌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심어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선거가 어떤 형태로 마무리되어도 보수 세력은 다시 개편하여 주류는 돌덩이처럼 변하지 않는 보수 세력이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지난 20대의 전철을 밟는 무능력 국회가 4년간 세비만 축내다가 말 것이다. 그들은 늘 시끄러운 장을 만들어 놀고먹는 국회를 좋아했다.

이제 90여일 남은 21대 총선이다. 그동안 공직에 있던 인사들도 16일 이전에 사표를 내고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총선의 본판이 드러날 것이다. 제발 이번에는 머리가 굳어 깨뜨려지지도 않는 인물들은 다 물러나고 시대를 아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 나갔으면 좋으련만, 표를 주는 국민 대부분이 아직도 묵은 생각들을 갖고 있으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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