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호의 독후감 – 20 vs 80의 사회(리처드 리브스 지음)
최영호의 독후감 – 20 vs 80의 사회(리처드 리브스 지음)
  • 김주형
  • 승인 2020.01.10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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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계급의 격차 확대 및 세습은 모두의 문제로,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해소할 수 있다
최영호 변호사 / 법무법인 모악
최영호 변호사 / 법무법인 모악

지난 30년간 상위층의 소득이 늘었다. 상위층은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자녀를 좋은 대학과 대학원에 보낸다. 그들이 사는 학군과 인맥으로 양질의 이웃과 함께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다양한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상류층은 상류층을 만들고 계급은 대물림 된다.

 학벌과 인맥, 그리고 계급의 대물림. ‘스카이 캐슬’이 유독 우리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20 vs 80의 사회’의 저자 리처드 리브스는 미국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교육의 문제로 서울대의 강남 출신 비율이 높아졌다는 언론 보도로 학벌과 학력이 계급을 상징하고 있는데, 저자는 ‘대학 입학에는 분명한 계급 편향이 존재한다. 좋은 대학에 간 학생 중 절반가량은 중상류층 출신이고 더 좋은 학교일수록 중상류층 출신의 비중이 크다.’고 했고, ‘부모의 높은 학력과 높은 소득, 두 가지 모두 자녀가 커서 높은 학력과 높은 소득을 갖게 될 가능성을 높여 준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계급과 교육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3가지 오해를 이야기한다.

첫 번째 오해는 소득 상위 20%는 특권층이라는 것이다. 소득 상위 20%는 대부분 전문직, 언론인 등으로 슈퍼 부자를 상대로 한 ‘점령하라’ 시위에 참여하였지만 미국의 세대와 계급 문제는 상위 20%의 특권이 더욱 강화되었고, 더욱이 그 특권이 대물림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중상류층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며 “중상류층은 위를 쳐다보며 분노하고 부러워하기보다 계속해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를 생각해”보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격차에 대해 “진짜 격차는 중상류층과 그 아래 모든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즉, 진짜 문제는 슈퍼 부자가 아니라 상위 20%의 특권과 세습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교육이 능력을 반영하고, 평등하다는 오해다. 미국은 과거에 교육을 ‘평등을 일구는 가장 위대한 기제’로 찬양했지만, 지금은 불평등을 일구는 기제가 됐다. 뉴욕 맨해튼의 공립학교는 학비가 공짜로 어려운 시험만 합격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으나 흑인 3%, 히스패닉 1%만 들어갈 수 있었다(뉴욕 전에 흑인 25%, 히스패닉 28%).

능력이 있으면 교문을 통과할 수 있지만, 중상류층 부모는 특별한 종류의 능력을 육성할 기회를 자녀에게 더 많이 줄 수 있다. 각 가정 사이에 소득 격차, 양육 격차, 교육 격차가 존재하는 한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세 번째 오해는 계급의 이동이다. 흔히 우리는 하위층이 상위층이 가능해야 좋다고 하지만 이는 중상류층의 자녀도 언제든지 하위층으로 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자녀에 대한 사랑’이란 이름으로 교육과 취업에 특혜를 제공하는데, 이것이 중상류층의 유리 바닥이 되어 계급의 이동을 막고 있다.

즉, 계급의 이동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내 자녀가 하위층이 되는 것을 용인해야만 가능하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저자는 인적 자본 육성 과정에서 육아, 교사, 학자금 격차를 줄이고, 토지, 대학 입학, 인턴에 있어 기회 사재기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접하고 놀란 점은 미국이 너무나도 우리와 같다는 것이다. 모두 다 손을 들어 재벌개혁을 외치지만, 우리 상위 20%를 차지하고 있는 교수, 언론인, 전문직,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종사자는 자신의 임금 격차, 세대 격차, 교육 격차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좋은 고등학교와 대학일수록 상류층 자제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인턴과 취업은 능력 있는 부모와 지인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기 일쑤다. 진보든 보수든,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외치지만, 이러한 목소리를 외칠 수 있는 상위 20%의 교수, 언론인, 전문직들은 자신의 자녀가 하위층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계급의 격차, 계급의 세습 문제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계급 문제 중 개인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당신의 문제가 아닌 미국 사회의 20%인 ‘우리’의 문제를 말하고 우리 스스로 그 문제를 고치자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고 지금 계급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고 세습되고 있으며, 세습 문제는 교육이 핵심으로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미국의 문제가 우리와 너무 유사하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양극화와 교육 문제로 난제를 목격한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본 것만 같아 무척 씁쓸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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