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거철이 되었다.
다시 선거철이 되었다.
  • 전주일보
  • 승인 2020.01.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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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이제 21대 총선일이 딱 100일 남았다. 여기저기서 거대 권력기관의 일원이 되어보겠다고, 다시 그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남은 기간에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듣게 될지 걱정이다.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심경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저 속이기라도 해서 표를 줍겠다는 심보가 밉다.

지역에 새로이 시행되는 사업은 으레 현직 국회의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정 보고서가 집집에 뿌려진다. 그러나 실제 사업 책정에 의원도 덩달아 말은 보탰을지언정 결정적 역할을 한 예는 드물다. 지방정부나, 정부 차원에서 한 일도 국회의원이 만든 일처럼 떠들고 홍보해도 단체장이나 정부 기관은 반박하지 못한다. 당선되면 4년 동안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는 당시 여당이던 정당의 후보가 야당 의원 열 몫을 하겠다.’라는 구호를 내놓아 유력정당의 두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했다. 그는 국회로 들어간 지 몇 달 만에 여당 신분의 주체인 대통령 탄핵 찬반투표에 찬성표를 던지고서 갈라진 새 정당으로 옮겨 야당 신세가 되었다. 야당 의원 열 몫을 하겠다는 공약은 지킬 수 없는 공약(空約)으로 허공에 흩어졌다. 그의 의정 보고서에는 여러 사업에서 그가 큰 힘을 보탰다고 적혀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당이라는 이름으로 전북과 호남 선거에서 큰 지지를 받았던 정당은 제3당으로 캐스팅보터역할을 맡게 되자 거만을 떨다가 국민의 신망을 잃어 허무하게 무너졌다. 최근까지도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국민 따위는 헌신짝처럼 버리는 추태를 부렸다. 그러다가 다시 선거철이 되자 저마다 다른 이름표를 달고 명함을 돌리며 눈치를 흘끔거린다.

당시에 갑작스럽게 국민의 지지가 몰리자 국민의당으로 몰려든 정치 철새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부 국회의원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헛다리를 짚은 꼴이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이름표가 주홍글씨처럼 새겨져 신음하고 있다. 목적 없이 정치를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징벌이다.

유권자들의 마음이 어딘가 확실한 믿음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를 맞으면 작은 소문이나 선동에 쉽게 마음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런 기회가 딱 제대로 이용되었던 선거가 지난 20대 총선이다. 여론이 쉽게 오르내리던 시기에 제3정당을 생각하는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던 이름조차 국민의당인 새 정당이 유권자의 마음을 끌어들인 건 당연했다. 아직은 역사가 짧은 한국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21대 총선은 그때의 분위기와 조금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20대 국회가 국민에게 너무 큰 실망을 주어 유권자의 마음이 어느 선거보다 단단하다는 점이 그때와 다르다. 국회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곳이 되려면 어떤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지 국민이 알아버린 것이다. 오직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국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에 신물이 났다. 야당이 스스로 묘혈을 파고 들어가려는 행동을 거듭한 탓이다.

걸핏하면 장외로 나가 고함치고 막말하며 자당의 이익만 앞세운 비뚤어진 보수의 파행에 넌더리가 난 현실을 그들은 지금도 깨우치지 못했다. 장외에서 전광훈 목사까지 끌어들여 막말을 퍼부은 결과는 더욱 참담하고 여타 기독교의 반발까지 불러 외려 여당을 돕고 있는 그들이다. 국민은 이제 무슨 반전 수단을 써도 꼴통보수를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에는 바른미래당이 다시 쪼개졌다. 유승민의 개혁보수와 안철수의 합리적 중도가 합한 지 111개월 만에 갈라섰다. 유승민, 정병국, 이혜훈, 오신환, 유의동, 하태경, 정운천, 지상욱 등 8명의 의원이 집단 탈당하여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한다고 발표했다. 아마 한국당에 마음을 주지 못하는 보수성향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개혁보수를 외치다가 다시 새로운 보수를 내걸었다.

지난해 민주평화당이 갈라져 가칭 대안신당이 만들어지고 전북 의원 대다수가 대안신당으로 이름표를 갈아달았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상황은 민주당만 콧노래를 부르는 거 아닌가는 생각이 들만큼 혼란스럽다. 더구나 추미애 전대표가 법무부장관에 취임하고 청문회를 통하여 결연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부 지지율도 안정권에 들었다. 장관겸직의원들의 불출마와 신인의원의 불출마 선언도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앞으로 110일은 금세 지나갈 시간이지만, 상황이 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현재의 야당 모습으로는 결정적 변수를 만들 이유도 기본적인 태도도 부실하기 그지없다. 7~80년대 야당 투쟁방식을 뒤늦게 도입하여 정부를 공격하겠다는 발상자체가 한참 뒤떨어진 짓이다. 장외에 나가서 격한 말을 쏟아내고 머리 깎고 굶는 방식은 그 시대에도 잘 통하지 않던 방법이다. TV예능도 인간적인 이미지와 스토리가 있어야 인기를 끄는 시대다.

18세 이상으로 선거 연령이 낮아지고 각 정당의 후보가 난립하는 가운데서 좋은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의 판단이 어렵다. 자칫 잘못 선택하면 지난 20대 국회처럼 늘 시끄럽고 일은 안하는 먹튀국회를 다시 4년간 보아야 한다. 정쟁을 나무라는 게 아니라 할 일을 두고 쌈박질만 연구하는 이들을 다시 국회로 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국회의원이 해야 할 입법 활동은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내 정당이나 내 이익을 위해 법안을 반대하고 국회를 마비시키는 자들은 절대 발을 들이지 않아야 나라와 국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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