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배달 부부
연탄 배달 부부
  • 전주일보
  • 승인 2020.01.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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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가 리어카를 끌고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서 산동네로 연탄배달을 간다

앞에서 삶을 끌고 가는 남편
뒤에서 삶을 나눠 밀고 가는 아내
리어카도 부부를 알아보고는
두 바퀴를 보태서 함께 굴린다

남편은 뒤에서 따라오는 아내를 생각하는
아내는 앞에서 끌고가는 남편을 생각하는
하루가 저물어 가면

검은 손을 마주 잡으며 서로를 꼬옥 가슴에 안는
저 부부

가난하기에 연탄가루 묻은 손이 백옥보다 더 희다


구멍탄이라고도 하는 연탄은 원통 모양의 땔감으로 무연탄을 주원료로 한다. 가정에서 난방용으로 사용하며 불꽃이 잘 타도록 아래와 위가 통하는 여러 개의 구멍이 있다. 연탄 크기에 따라 구멍의 수가 다르다. 구멍 수에 따라 9공탄·19공탄 등이 있다. 적당한 모양과 크기를 갖추고 있어 운반과 취급이 편리하다. 또 화력이 좋고 오래 타는 경제적인 이점도 있다. 그러나 탈 때 나쁜 냄새가 나고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타고 나면 많은 재를 남기는 단점이 있다. 일산화탄소는 인체에 치명적이어서 마시면 중독이 되고 생명에 위협되기도 한다. 그렇건 말건 전에는 연탄불에 별별 걸 다해 먹었다. 라면을 끓이고 가래떡이나 쥐포를 구워먹는 건 기본이었다. 국자에 달고나를 해먹을 때도 연탄불이 요긴하게 쓰였다. 먹거리와 주전부리가 부족했던 시절, 학교 앞 담벼락 아래는 장사꾼들에게 최고의 요지였다. 등?하굣길을 오가는 학생들을 상대로 연탄 화덕에 밤이나 고구마는 물론 빵 기계로 국화빵이나 붕어빵을 구워서 팔기도 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토막이다. 시커먼 연탄이야말로 인생을 뒤돌아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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