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탑 아래서
종탑 아래서
  • 전주일보
  • 승인 2019.12.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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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당의 종탑이 높은 것은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 종소리 크게 울리는 것은
하느님의 목소리 넓게 펴기 위해서 이다

내가 그대에게 팔을 뻗어 그대의 종을 울리는 것은
나를 위해 울어달라는 뜻이고
내가 온 몸으로 그대의 종을 울리는 것은
평생을 다하여 그대에게 물들고 싶어서이다

내가 그대에게 가고 그대가 내게로 와서
하느님의 종지기가 되어
종을 울린다면
세상의 모든 고통들이 종소리 아래로 모이리라


요즘이야 별로지만 옛날의 성당, 교회, 절, 학교는 하나같이 종을 내걸었다. 큰 종을 달아두는 종각鐘閣이나 종루鐘樓 꼭대기에 종을 매달아 칠 수 있게 만든 종탑鐘塔이라는 것이다. 종교적으로는 하늘을 향한 신념으로 교회 건축물에는 종탑을, 건물 꼭대기나 교회 옆에 독립적으로 세우기도 했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옆에 유명한 지오또 종탑이 있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계단이 무려 414개나 된다. 이탈리아에는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이 있다. 보통 성당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세우고, 종탑은 성당보다 더 높게 세운다. 종탑은 교회의 권위를 나타내거나 시각을 알리고 사람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했다.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가 보여준 순수한 인간의 마음을 엮어낸 빅토르 위고의 순애보 소설 ‘노틀담의 꼽추’가 머리를 친다. 사는 일이 고통인 사람은 마음의 집 처마 끝에 종 하나 매달아 놓고 울적할 때마다 가만가만 흔들어라. 가슴을 적신 종소리가 파문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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