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가슴 쓸어내릴 소식
답답한 가슴 쓸어내릴 소식
  • 전주일보
  • 승인 2019.12.08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쌀쌀하던 날씨가 조금 풀렸다. 날씨는 풀렸는데, 정치 마당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채 변수를 기다릴 뿐 나아지는 기색이 없다. 잘난 국회 선진화법이 되레 국회를 후진화하여 민생법, 예산안, 선거제도 개혁, 공수처 신설 등 현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안개 정국이다.

나라 밖의 일도 날씨처럼 얼어붙어 풀리는 기미가 없다. 북미 대화는 북한의 김성 유엔대사가 핵 협상 과제는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선언할 만큼 진전이 없이 기대하던 올 연말이 코 앞이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이 여러 차례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막에는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를 압박하여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 일을 묻는 기자들에게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북한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칠 행동을 한다면 군사적 대응까지 마련하고 있다며 북한에 경고를 보냈다. 대선에 영향을 줄 일이라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군사적 행동을 말한다. 그런 경우에는 군사행동으로 응징할 것이라는 섬찍한 위협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도 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말은 공연한 허풍이 아니다.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한국의 피해쯤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게 그의 본디 생각이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주둔비는 내지 않고 우리에게 나라를 지켜준 방위비를 6조 원이나 내라고 다그치는 게 미국의 본색이다. 지난달에 방위비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는 무례를 저지른 미국 협박단(?)과 지난 금요일에도 이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서로 양보하지 않아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속된 말로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말처럼 국제관계에서 동맹이니 혈맹이니 하는 건 수식어에 불과할 뿐, 막상 제 이익을 앞에 두면 전혀 모르는 사이가 차라리 낫다.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 4배의 방위비(?)를 요구하는 미국은 국제간 예의조차 지키지 않으며 돈만 밝히는 장사꾼에 다름아니다. 미군을 줄이든 나가든 더 낼 수 없다고 버티는 방법이 최선이다.

 

국내 정치에서 단 한 가지 마음에 드는 일이 있다면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어 9일부터 출근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조국 장관이 물러난 후 오래 비어있던 법무부 수장에 추미애 의원을 지명한 문 대통령의 의중은 어떤 일이 있어도 검찰과 사법개혁을 완성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덧붙여 민주당의 김진표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려던 일이 재검토로 돌아선 일은 퍽 반가운 일이었다. 세상을 성경대로 믿어 인류역사가 6,000년이라던 인물, 보수 가운데 보수인 그가 민주당에 남아있는 게 신기한, 그런 사람을 총리로 지명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었다.

추미애, 추다르크라고 불리던 그녀, 강직한 성품으로 타협을 모르는 원칙주의자라고 알려진 인물이다. 전에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박지원 대안 정당 원로 의원은 추미애 장관 후보자가 조국 전 장관보다 더 강하고 철저한 원칙주의자여서 검찰과 사법개혁을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래전에 전주지법 남원지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던 추미애 의원은 전북과 연고가 짙다. 정읍 출신 변호사와 결혼해서 전북의 며느리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고 정치역정에서도 전북인들과 호흡을 잘 맞추었다. 5선 의원인 추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포기하고 법무부 장관직에 나선 것은 그동안 추 의원이 검찰과 사법부의 개혁에 관심이 많았던 점을 생각하면, 어쩌면 바라던 일이었을지 모른다.

검찰로서는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셈일 듯하다. 학자인 조국 전 장관보다 오랜 법조 생활을 통해 검찰과 법조계를 잘 아는 추 장관이 더욱 어렵고 힘든 상대일 것이다. 평소 추 장관의 성품이나 행동으로 보아 청문회에서 큰 문제가 될 만한 일은 검찰도 밝히지 못할 것이고 중진 정치인이라는 비중도 있어서 청문회 통과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가 지명을 앞두고 검증을 쉽게 마친 점으로 보아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 법무부 장관 지명 기사가 나가자 당장 환영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그리고 검찰과 사법개혁을 시원하게 끝내 달라는 주문이 폭주했다. 국민은 거대 권력 집단이 된 검찰의 태도에 불안하고 유전무죄의 재판에 낙담해 있다. 돈이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회, 돈이 없으면 남이 지은 죄마저 내 것이 되는 사회에 진절머리가 나 있다.

독재 시대에 조작된 판결, 덮어씌우기 수사의 진실이 연이어 밝혀지고 권력에 의해 처형된 억울한 죽음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은 그들 기관을 믿지 않게 됐다. 그런데도 그 시절에 억울한 수사와 판결을 했던 자들이 버젓이 국회와 정치 마당에서 활개치고 있다.

걸핏하면 어부를 간첩으로 조작하여 정권 유지 수단으로 삼았던 19811월 진도군의 김정인 은 안기부의 고문으로 조작된 간첩 사건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때 피고가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분명하게 말을 했음에도 망설임 없이 사형을 선고한 판사가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이라고 한다. 이 사건이 재심을 통해 무죄로 판결 난 뒤에도 여상규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게 이 나라의 사법 정의다.

추미애 장관이 할 일이 바로 이런 일을 바로잡고 수사와 판결에 대해 사후 책임을 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윗선의 지시나 정권의 뜻에 따르지 않고 소신에 따라 일하고 그 책임을 지는 바른 사법제도 정착을 국민은 바란다.

추 다르크, 당신을 응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