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홀로그램
12월의 홀로그램
  • 전주일보
  • 승인 2019.12.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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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12월 첫날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에 지난 한 주일을 돌아보는 기분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우리 전북이나 나라에 썩 좋은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먼저 지지난 주초에 일본이 전향적 움직임을 보여 지소미아(GISOMIA) 중단을 잠정적으로 유보한 일이 마음에 걸린다. 미국 국무장관을 위시해서 여러 사람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여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맘에 없는 유보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조건부 유보라고 했지만, 미국의 태도로 보아 작은 나라의 속절없는 항복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일본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남의 일처럼 발표하고 은근히 비아냥거리는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가, 청와대가 강경하게 나가자 주말쯤에 이르러서는 수출제한 해제와 백색국가 지정 회귀 등을 논의하는 자세로 슬그머니 한 발을 뺐다. 섬나라 원숭이의 버릇은 죽어도 놓지 못하는 그들의 태도에 국민 반응은 냉담하다. 해제하든 말든 안 사고 안 가는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엄하다.

지소미아와 함께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주둔비 5배 인상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만만한 한국에서 성과를 올리고 그 성과를 토대로 일본과 나토 주둔비를 한꺼번에 올려보려는 트럼프의 속셈이다. 미군은 우리가 들어와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는데 2차대전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와 안방을 차지하고 앉은 지 74년이다.

한국전쟁에 피를 흘려 우리 땅을 지켜줬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우리는 어쩌다 미국과 소련의 강대국 싸움에 등이 터진 희생자일 뿐이다. 싸우겠으면 알래스카쯤에서 서로 죽고 살기로 싸우든지 해야지, 하필이면 가까스로 일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작은 한반도에서 치고받기를 하고 제멋대로 들어와서 버티고 있으니 우리가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

제멋대로 들어와서 온통 더럽히고 행패한 그간의 사실들을 종합하면 미국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힘센 깡패 두목이니 여태 말을 못하고 우리는 당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미군의 봉급도 한국이 부담하고 가족 생활비도 내라는 식이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맨날 성조기를 들고 흔드는 인간들은 종주국이 달라면 무조건 주어야 한다고 할지 몰라도 이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잘사는 나라를 지켜주는 방위비이니 많이 내야 한다고 헛소리를 하면서 거만을 떨다가 말이 먹히지 않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동네 깡패 똘마니의 꼬라지를 보이기도 했다. 마치 ! 트럼프 형님이 이제 5배 내란다. 안 낼 거야? ? 이것들 내 말이 우습냐? 알았어 임마!”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더러운 몸짓을 상상할 수 있었다.

다음, 국내문제를 생각해보자.

우리 정치에 가장 썩은 곳을 짚으라면 어린아이도 얼른 여의도를 가리킬 것이다. 또 제일 말성을 피우는 자들이 누구냐고 한다면 역시 국회의원을 꼽을 것이고, 나랏돈을 무더기로 받아가면서 무노동 고임금인 직업을 찾으라면 단연 국회의원을 첫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제멋대로 법을 만들어 농뗑이 칠 근거를 만들어두고 합법적(?)으로 생떼를 쓰는 그들을 정치인이라고 불러주는 세상이 퍽 너그러운 셈이다. 오죽했으면 초선의원 두 사람이 다음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며 정치판을 떠나기로 했겠는가? 더러운 오물통에서 함께 허우적거리느니 냄새나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살겠다는 그들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지난달 22일엔 국회법사위 소위원회에서 탄소법 개정안이 검토되었으나 기획재정부 심의관과 민주당의 반대로 상정되지 못했다. 그 일로 전북도민이 한꺼번에 일어나 민주당을 성토하자 움찔하고 놀란 민주당이 떼거리로 몰려와 전북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북의 현안을 잘 챙기겠다고 했다. 연내에 탄소법과 제3 금융 중심지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정기국회가 예산처리 시한을 슬그머니 넘기고 요상한 소위원회에서 짬짜미 계수조정을 하고 있고 이달에 임시국회가 다시 열려서 과연 전북현안을 다룰 것인지 생각하면 별반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저 성난 민심을 달래는 립 서비스라면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뜨거운 맛을 보게 될 것이다.

예산안은 슬그머니 소위원회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라고속기록도 없이 저마다 출신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에 분주하다는 소식이다. 삭감은커녕 증액이 몇 조원이라는 말이 벌써 새어나오는 걸 보면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로 소위원회 의원 마다 몇 수십 장씩 쪽지를 들고 경중을 가리느라 분주할 듯하다. 정말 국회의원 해먹을만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사업 만들어서 지역구에 가서 자랑하고 내 공적이라고 생색만 열두 발 낼 수 있다. 나중에 공사를 발주할 시점이면 그에 따른 ‘+a’가 슬그머니 작용할 터이다. ‘꿩 먹고 알 먹고 표까지 먹어재선하면 더욱 능구렁이 다선의원이 되어 정치판을 흙탕물로 휘저을 희망도 있다. 그렇게 우리 정치판은 점점 썩어 오늘의 여의도가 됐다.

이런 좋은 국회의원 자리를 새로운 신출내기에게 넘기고 싶은 의원님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패스트 트랙을 두고 한국당과 나머지정당의 대결이 한창이고, 예산안 통과를 제외하고는 여야의 갈등이 평행선이다. 이런 가운데서 전북의 현안이 약속처럼 무난히 해결될 희망은 극히 적어 보인다. 올 연말은 나라와 우리 전북에 아주 중요한 사안들이 무난히 매듭 되어야 할 중요한 시기다. 정치판과 국제관계의 두 레이저가 조화하여 멋진 홀로그램을 그려내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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