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이대로 참아야 하나?
미세먼지, 이대로 참아야 하나?
  • 전주일보
  • 승인 2019.11.03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여름이 가고 연이은 태풍 덕분에 숨을 좀 쉴 수 있더니, 미세먼지(PM10) 농도가 170/를 넘어서고 초미세먼지(PM2.5) 농도 역시 100/에 근접했다. 에어 비주얼(AirVisual)이 각국의 위성영상과 미국 정부의 기상데이터를 활용하여 만든 3D 대기오염 지도 영상에는 3일 오전 10시 기준 한반도 중부 이남은 초미세먼지 AQI지수가 200~300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북풍이 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반도 위의 미세먼지는 옅어지지 않았다.

AQI 지수는 미국 환경보호국이 시민들에게 대기중의 오염 물질량을 알려주기 위해 고안한 수치로 우리 기상청이 발표하는 지수와 다르지만, 중국과 한반도 중부 이남은 같은 색의 짙은 농도를 보여주고 있다. AQI 지수를 보여주는 3D 영상의 보라색에 가까운 대기질은 매우 해로움으로 분류되는 지수였다. 같은 시각 우리 기상청의 앱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 54/으로 매우 나쁨수준이었다.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해마다 봄철이면 고비사막의 황사가 하늘을 뿌옇게 덮어와도 농부들은 들에 나가 못자리를 하고 한 해 농사 준비를 했다. 모래 먼지도 견뎠는데 그보다 입자가 가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쯤은 우습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정말 무서운 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다. 크기가 2.5인 초미세먼지는 코를 통해 들어와 코털과 호흡기 안의 융모에 걸리지도 않고 그대로 허파꽈리(肺胞)와 만나 들러붙는다.

각종 화학물질과 배기가스 등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에는 폐포를 녹이거나 파괴할 수 있는 유해 독성물질이 대부분이다.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 폐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물질인데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당장 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지 않으니 무덤덤하게 넘어간다. 모르는 사이에 호흡기가 약해지고 독성물질이 혈관을 따라 뇌에 침투하기도 한다는 데도 무덤덤하다.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활보한다.

의사협회는 매년 2만 명 이상이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일찍 사망한다고 발표했다. 또 초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비용만 연간 4조 원에 이른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도 나왔다. 아는 것처럼 초미세먼지의 원인은 석유 · 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워 발전하는 발전소와 휘발유와 디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자동차의 배기가스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풍을 따라 넘어와 먼지 농도를 한층 더 높인다.

전라북도는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 가을부터 봄까지 초미세먼지 농도는 60/이상 100/언저리를 맴돈다. 충남 서천의 화력발전 단지에서 발생한 먼지가 해안을 따라 내려와서 지리산에 막힌 전북의 대기와 섞이면 웬만한 바람에는 흩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인구비례 자동차 보유 대수가 많은 전북지역의 차량이 내뿜는 매연이 찰떡궁합을 이루어 대기 지도 위의 전북지역은 늘 짙은 노랑이거나 붉은색이다. 유난히 나들이를 좋아하는 전북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차를 굴린다.

미세먼지가 뉴스의 이슈로 등장하면 자동차 홀짝제를 한다고 지자체가 나서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운전자들이 스스로 운행을 삼가 공동의 과제에 협조하면 좋지만, 여기서도 내로남불의 이기심으로 나는 사정이 이러저러하니 차를 타야하고 다른 이들은 차량 운행을 줄였으면.’하는 생각들이다. 내가 불편을 참고 운행을 줄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자율적인 운행 줄이기가 안 되니 법으로 제한을 명령하는 수밖에.

거리에 달리는 차량에는 대부분 운전자 혼자다. 나 한사람이 어딘가를 가기위해 연료를 태워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또 도로 위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달린다. 한번 자가용 승용차에 습관을 들이면 좀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내가 조금 불편하고 또 다른 이가 불편을 참으면 내가 숨쉬기 편해진다는 생각을 한다면 먼지가 많은 가을과 겨울에는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노력을 할 만하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여러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게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안한 계절관리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11월 하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집중적인 미세먼지 저감 조치를 통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전년 대비 20% 이상 감축하자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도 가동을 줄이고 개인 승용차 운행을 홀짝제로 제한하면 먼지 저감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선 수도권과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에서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과 승용차 홀짝제를 전면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한다면 미세먼지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새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국회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2년 반 동안 정쟁터로 활용될 뿐 휴업상태이니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일부 자치단체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시기에는 저소득층에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나눠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마스크 지급 대상이 되는지 여부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필요성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차량운행제한은 법이 뒷받침되지 않아 불가능하고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을 귀찮아하는 현실은 결국 시민건강을 해쳐서 고스란히 국가비용만 증가한다. 국회와 행정 모두 정신 차려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