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최후통첩
촛불의 최후통첩
  • 전주일보
  • 승인 2019.10.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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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12일 밤 다시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숫자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촛불은 백만을 훨씬 넘은 것으로 보였다. 몇 개 거리를 꽉 채운 국민의 여망은 무엇인가? 그들이 든 촛불은 무엇을 밝히고 태우고자 하는가? 보수 야당과 이상한 목사 따위가 말하는 것처럼 빨갱이 정부가 동원한 사람들일까? 왜 갈수록 참여자가 늘었을까?

촛불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다. ‘바른 나라를 세우자.’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이 국민을 위해서 바르게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검사가 오로지 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해야 하는데, 법보다는 검찰 내부의 지시나 방침에 따라 수사의 방향을 정하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초법적 현상이 계속되어왔다는 데서 국민은 분노하는 것이다.

그러한 초법적 현상을 관례라고 생각하고 조직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믿는 일이 이어져 왔음을 임은정 검사는 증언했다. 각각 하나의 국가기관인 검사가 끼리끼리의 이익을 위해 정권에 유리한 수사를 하거나 정권이 요구하는 수사와 기소를 한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그럼에도 도리어 임 검사의 증언을 배신행위로 보는 내부 시각과 일부 정치인들의 시각이 있다는 점은 서글픈 일이다.

지금 이 나라에는 두 곳의 거대 권력기관이 있다. 검찰과 국회다.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틀어쥐고 조직 내부의 뜻에 따라 법을 운용하는 검찰, 최고의 특권을 누리면서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의 뜻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국회가 있다. 두 기관의 막강한 힘은 모두 국민이 위임하거나 선출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두 기관은 오로지 자신들을 위해서 가진 힘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는 4년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지만, 검사는 한번 임명되면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스스로 떠날 때까지 국가기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한다. 문제는 시험을 거쳐 자격을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 검사의 권력은 국민이 맡긴 것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는다는 데에 있다. 국민을 불법으로부터 보호하고 범죄에 희생되지 않도록 지키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국민보다 조직의 방침이나 시지를 무겁게 생각한다면 문제다.

12일 밤의 서초동 촛불은 검찰에게 지난 시절의 막강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서 바른 법 집행을 해달라는 요구이다. 권력을 맡긴 주인들이 나서서 잘못을 꾸짖고 고치기를 요구한 것이다. 법을 바르고 공정하게 집행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당연하고 무겁다.

우리 검찰의 이러한 내부 관행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일제가 식민통치를 쉽게 하려고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구축한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한다. 조선반도의 중요 범죄자는 일제에 항거하는 애국 투사들이었으므로 사안에 따라 총독부의 지침을 받아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검찰조직 관리는 자유당 정권을 지나고, 박정희 군사독재 시대에 더욱 강화되었다.

반공을 국시의 제일이라고 표방하여 국민을 반공 프레임에 가둔 박정희는 자신의 독재에 맞서는 민주화 세력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제거했다. 거기에 활용된 게 소위 공안부검사들이다.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를 거치면서 공안검사들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공안부는 전두환 정부에서 더욱 확대되어 공안기획부가 만들어지고 공안 1,2,3부로 편성되어 정권을 지키는 선두주자 노릇을 했다.

공공의 안녕을 지킨다는 의미의 공안은 크게 변질하여 정권의 안녕을 지키는 주구로 날뛰었다. 인혁당사건, 학림사건, 부림사건, 서울시청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사건에서 정권이 원하는 수사와 기소가 공안검사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김기춘, 황교안, 고영주, 김수남 등 공안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몇 번이나 지적했던 것처럼 조 국 법무부 장관은 당초 후보자로 지목되는 순간부터 개인의 모든 정보와 가족, 몇 촌 조카까지 까발려졌다. 이런 정보는 웬만해서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것이었음에도 낱낱이 공개되었다. 그것도 야당의원들에 의해서. 그가 검찰개혁 방안을 내놓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검사출신이 아닌 장관이 되어 거리낌 없이 개혁을 진행하기 바라는 국민의 여망 따위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직시한 시민들이 사법적폐청산 범 국민시민연대를 구성하여 9번째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12일을 마지막 집회라고 말하면서 검찰에 최후통첩이라는 이름으로 적폐청산을 요구했다. 그들은 사태를 지켜보며 언제든 다시 돌아오겠다.’라고 단서를 달아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시 집회를 열 것을 다짐했다.

시민들은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을 탈탈 터는 걸 보고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느껴 촛불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어느 장관도 검찰개혁을 말하지 못할 것이므로 조 국 장관이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를 성원한다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 그런 시민들이 최후통첩을 보내서 서초동에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만신창이가 된 조 국 장관과 검찰 수뇌부는 지금까지의 불협화음을 깨끗이 털어내고 진정한 뒤에 각자의 위치나 지위를 버리고 국민의 마음으로 냉정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과연 국민을 위해 헌신했던가? 일부 특권층만을 위한 수사나 법 적용은 없었던가를 반성하고, 오직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날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이미 촛불은 엉터리 대통령을 끌어내린 경험과 판단력을 지니고 있다. 국민의 통첩을 두려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국민의 마음이 바로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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