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눈을 감으면
  • 전주일보
  • 승인 2019.10.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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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답답하지만
눈을 감으면
일분이 지나고 오분이 지나고 십분이 지나면…
내 눈을 현혹하고 마음을 끌리게 하는 것들이 사라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부모형제가 보이고 주변이 보이고 할 일이 보이고
지난날들이
오늘이
돌아오는 날들이
비로소 보인다
눈을 감으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숭림사崇林寺 : 익산시 웅포면 송천리 함라산에 있는 절

우리들은 눈을 뜨고 있어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사랑을 비롯해서 행복과 불행,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외에도 평화, 정의, 진리, 그리움, 믿음 등이 있다. 알고 보면 눈에 보이는 것들 대부분은 껍데기들이다. 어쩌면 허상虛像들인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 매달려 산다. 눈에 보이는 허상들에 현혹되면 인생을 탕진하게 된다. 가끔은 눈을 감아보자. 육안肉眼이 아닌 영혼의 눈인 심안心眼을 뜨게 된다. 그러면 눈에 보이는 것들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거기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 이때부터 자유는 시작되고 삶은 달라진다. 두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을 잊을 수가 있어서 좋다. 떠난 사람도, 손봐주고 싶은 사람도 두 눈을 감으면 모두가 한때는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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