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이기주의의 파도
집단 이기주의의 파도
  • 김규원
  • 승인 2019.09.2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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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 관련기사가 줄을 잇더니 요즘은 조국 사태에 밀려 한 자락 가라앉은 양상이다. 어쩌면 보수정치인들과 검찰이 함께 일본을 도와주는 형국이 되었다.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본연의 일은 저만치 가고 조국으로 시작하여 조국으로 끝나는 대정부 질문이다. 어쩌면 단기간에 가장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고 가장 많은 언론사 기사를 장식한 사람으로 조국만 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조국사태를 보면서 필자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조선 시대의 못된 붕당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실감한다. 아니 그 이전 삼국시대 신라가 중국에 우리의 고토를 다 내어주면서 고구려와 백제를 망하게 한 이후 일부 권력층의 지나친 이기주의가 시작됐다고 본다. 그저 나만, 우리만 누릴 것 다 누리고 백성이고 나라꼴이고 상관없는 자들, 맘대로 휘두르는 권력 맛에 길들여진 그들이다.

그렇게 비겁하게 얻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집단이나 큰 인물이 될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을 모함하고 헐뜯는 일은 일상사였다. 그들은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의 권력을 지키는데 엄격한 수직적 조직을 구성하여 절대복종의 원칙을 적용했다. 그래야 내부의 일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고 언제나 권력의 중심에 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금은 그들 몇몇 훈구대신의 아니 되옵니다. 통촉하소서로 허수아비 바지사장 노릇만 했다. 임금이 자기 집단 소속이 아닌 신하를 아끼고 가까이 하면 뭔가 빌미를 만들어 쫒아내고 끝내 죽였다. 임금이 듣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상소문을 내고 모든 서원을 동원하여 경복궁 앞에 연좌대모를 시켰다. 은퇴했던 노신까지 동원되어 머리에 피가 나도록 찧어가며 읍소하고 강요하여 마침내 임금 곁에서 몰아냈다.

그래도 안 되면 임금에게 예쁜 여자를 붙여 정신을 팔게 하거나, 아예 반정을 도모하는 방법, 아니면 독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성병을 전파시켜 임금이 정사를 제대로 볼 수 없게 했다. 조선 왕들 가운데 대부분이 성병과 피부병으로 고생한 것이 다 그들의 농간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세종임금이 많은 후궁을 둔 일도 그 때문이고 말년에 피부명과 성병으로 고생한 일도 그들의 짓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권력욕은 인간의 본능가운데 가장 강렬한 것이라고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부집단이 권력을 쥐기 위해 국민정서를 무시하거나 국민이 세운 정부를 위협하는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어떤 공무원이든 그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은 국민이 준 것이지 자신의 능력으로 쟁취하거나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제 서울서 150만 촛불시위대가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여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광경이 TV에 중계되었다. 거대한 인파가 촛불을 들고 서초동 거리를 메운 채 검찰개혁을 외치는 광경은 보수정권의 말대로 일부 동원된 사람이 있다 쳐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법과 정의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수사를 하되, 국민 정서를 넘어서는 집단 지키기는 결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그 많은 이들이 모인 것이다.

검찰 개혁을 외치는 정부의 공수처 설치와 수사 · 기소권 분리 등 검찰이 지닌 지나친 권력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이 정부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최근 조국 수사에서 보여주듯 검찰은 막강한 권한을 사용하여 취득한 정보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보수정당에 흘린 정황이 드러났다. 또 법무부 장관의 사택을 장장 11시간이나 압수수색하면서 보인 행동이나, 조국 장관이 아내를 걱정하는 전화를 한 사실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흘려 국회에서 거론하게 한 일등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장관의 전화가 불법이고 잘못된 것이라면 정당하게 수사발표를 통해 내놓을 수 있었는데도 국회에서 문제 삼도록 한 것이다.

처음 조국 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진 가족의 문제 등이 노출 될 때만해도 국민은 조국의 여러 가지 변명에 혀를 찾지만, 그것이 검찰 개혁을 막으려는 데서 출발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늘면서 점차 인식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바야흐로 정부와 검찰의 대결양상에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이 검찰 편에 합세한 것을 못 마땅히 보는 국민이 늘었다는 말이다.

보수정당은 검찰을 등에 업고 보수 언론을 앞세워 정부와 여당을 공격한다. 조국 장관의 여러 문제가 노출되었음에도 문대통령은 그를 임명했다. 그가 검찰개혁의 입안자이고 검사 경력이나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어서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장관에 임명하자 바로 장관 사택을 압수수색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일이다. 법대로 한다는 말이지만, 노골적으로 정부 방침에 어깃장을 놓은 셈이다.

마침내 대통령도 유엔에서 돌아오자마자 검찰 문제에 대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27검찰이 아무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를 하고 있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검찰은 성찰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제 검찰과 보수정치인, 진보정치인 그리고 보수 언론의 집단 이기주의에 국민이 정식으로 개입한 이상 뭔가 판가름이 날 것이다.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이 주권자인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포기해야 한다. 국민은 지금 법부부 장관을 수사하는 과정을 보며 하물며 일반 시민은 어떤 수사를 했을 것인지 생각하고 있다. 누구도 어찌하지 못하는 권력을 이어가려는 건 욕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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