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리에 두고 온 생
무풍리에 두고 온 생
  • 전주일보
  • 승인 2019.09.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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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저녁을 끓여 눈물을 말아먹고
방 가운데 벌렁 누워
낮은 천장에서 허물어져가는
백열등을 바라봅니다

혼자서 밥을 끓여 먹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생을 끓여 먹는 일입니다
 
쓸쓸하다는 생각이 먼저 와
곁에 누우면
지나가는 바람소리에도
명치끝이 아파 옵니다
 
창문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
초롱한 저녁별은 또 어디로 가는지

무풍리의 가을밤이
낙엽 같은 이불을 끌어당기면
나는 별 밭으로 나가
잃어버린 나의 별을 찾습니다

/무풍리 : 전북 무주군 무풍면 소재
 
인간은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한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씩씩하게 혼밥을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자세히 보면 혼밥이 아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또는 책이나 신문을 보면서 그 속에 있는 인간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 말하자면 가짜 인간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혼밥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겸상문화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함께 먹음으로서 인간관계가 단절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된다. 혼밥은 개인의 성격과 취향이 반영되는 행위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혼밥을 편안해 한다. 이들은 대게 내성적인 사람으로 성격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고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떠들며 함께 밥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밥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성격과 취향의 차이이기 때문에 모두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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