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자충수
한국당의 자충수
  • 신영배
  • 승인 2019.05.0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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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발행인
신영배 /발행인

여야 4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공수처 신설 등이 얽힌 법 개정을 위한 패스트트랙을 강행한 가운데 저지하려는 한국당의 충돌은 끝내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불러왔다.

여야 4당은 더는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절박감에 지난달 29일 자정께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비롯한 사법개혁법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고정 및 연동률 50% 적용, 선거권 연령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수처법은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의 경찰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고 바른미래당 '권은희 안(案)'을 수용해 공수처의 공소 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할 기소심의위원회를 둔다는 내용이 가미됐다. 또 사법개혁을 위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도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이날 패스트트랙 가결을 막겠다는 자유한국당의 방해가 있었지만, 지난 주말 처럼 몸싸움을 하거나 난장판을 벌이지는 않았다. 어쩌면 지난 2016년 촛불이 뜨겁게 타오를 때 놀랐던 가슴이 지난달 29일 자정에 이미 60만 명을 넘어선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겁을 먹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시간당 무려 30,000여명이 청원에 나서는 바람에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이 어려울 정도로 국민은 자유한국당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도 조금은 깨달은 것일까. 아니면 국회선진화법에 저촉돼 정치생명이 끊어질 것을 예단해서 몸조심을 한 것일까.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한국당의 막무가내 행패에 이미 넌덜머리가 나있다. 그들은 반대하는 안건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여당이나 정부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따지거나 묻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로 일관했다.

마치 정부를 식물정부로 만들려는 듯 한 모습이었다. 패스트트랙을 몸으로 저지하는 작전이 제법 성공하는 듯했지만, 과거 그들 손으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부메랑이 되어 결국 패스트트랙이 가동되기에 이른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그동안 대여투쟁과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국회 충돌로 지지층이 확산되고 선명한 야당으로 인식되었다고 자평하며 승리감에 도취했다. 그러나 그 여파로 되레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이라는 거대한 국민적 분노가 촉발됐다. 새로운 촛불이 타오른 것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에 100만을 넘어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동의하는 수가 늘어날지 모른다. 한 번 불이 붙은 국민의 분노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들어 문재인 정부가 경제문제로 국민의 지지를 상실한 듯 보이자 그 상실의 반사이익이 자당으로 몰리는 것으로 착각해 기고만장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 말이나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어내서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미국과 일본을 두둔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더구나 올해는 3.1독립 만세 100주년이고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아닌가. 이런 때에 일본을 두둔하는 나경원 원내대표에 국민은 더욱 격앙을 했다.

그뿐인가? 허망한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30%를 상회한다는 데에 고무돼 박근혜를 석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박근혜가 무슨 죄를 지었냐?’는 발언도 있었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 끝에 닿아 촛불이 뜨겁게 타오르자 제 스스로 탄핵에 찬성하고 일부는 당을 버리고 달아났던 사람들이 제 손으로 한 짓을 부인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70% 정도가 박근혜를 감옥에서 석방하는 걸 반대하고 있다. 조금도 반성하지 않으면서 제멋대로 재판을 받고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를 국민은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착각은 한국당의 자유다. 그렇지만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생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현 정권이 잘못하는 일에 대해서도 추상같이 날카롭게 잘못을 보고 한때 80%가 넘던 지지를 냉정하게 철회하는 현명한 국민이다.

언급했듯이 우리 국민은 현 정부가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당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때는 이때다 싶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일은 스스로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의 짓일 뿐이다.

박근혜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은 어느 누구도 책임을 느끼거나 국민 앞에 사죄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우물우물 당을 가르고 합치는 짓을 되풀이 하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자숙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나라가 바로 서도록 협조하고 마음을 합치는 정치를 했더라면 국민의 분노가 당을 해산하라는 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너 죽고 나 살자’의 비열한 정치는 지난 시대의 유물로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그들은 시끄럽게 반대를 잘하면 국민이 인정해주는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왜냐면 그들은 여태 진짜 야당이 되어본 적이 없으니까.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야당이었지만 다수당이어서 맘대로 국회를 주물럭거렸으니 야당다운 야당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는 말한다. 야당이 국민의 지지나 동정을 받지 못하면서 극한투쟁을 벌이는 행위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 이라는 것을.

이제 패스트트랙이 출발했다. 선거법개정과 공수처 신설을 비롯한 사법개혁이 진행되려면 아직도 최소 180일의 시간과 정당간의 이해득실이 엇갈려 숱한 사건들이 연출될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21대 총선 무대가 열리고 또 얼마나 많은 싸움과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현명한 우리 국민이 뜨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든든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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