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 지명이 아닌 특권이 되어버린 사회
'강남'이 지명이 아닌 특권이 되어버린 사회
  • 김주형
  • 승인 2019.04.28 17: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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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의 독후감 ? 지금은 강남시대 (공희준 지음)

월계동에 살다 강남에 정착한 정치평론가 공희준이 지은 ‘지금은 강남시대’는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출간됐다.

‘강남’으로 대변되는 계급사회 대한민국. 강남 사는 교수, 기자, 피디, 관료라는 엘리트 기득권 영향 아래, 보수도, 진보도 강남인 계급사회에 안주하는 정치 현실을 비난한다.

저자는 정치는 약자를 강자로 만드는 일이자 국민과 함께하는 위대한 도전과 모험이라며 대한민국의 긍정적 변화를 지향하였지만, 대선 이후 우리가 겪게 될 부정적 변화를 예측했다.

강남이라는 특정 지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누적된 특권과 커지는 불평등을 얘기하는 글을 보며 필자가 겪었던 두 개의 장면이 떠올랐다.

첫 번째 장면은 대학 졸업 후, 직장인 선배 자격으로 대학 동아리를 찾아갔다. 처음 보는 신입생은 많았고, 언제나 첫 대면은 어려웠다. 별 생각 없이 ‘어디 사느냐’고 물었다. 한 후배는 자신 있게 강남의 어느 동 이름을 얘기했고, 또 다른 후배는 쭈뼛대며, 강북의 어느 동 이름을 말했다.

어디 사냐는 질문은 서울, 인천, 대전, 전주, 광주, 부산, 대구를 기대하고 물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답은 서울의 구도 아니고 동으로 대답이 나왔다. 기대했던 답과도 달랐고, 쭈뼛대는 후배의 모습을 보며 ‘내가 크게 잘못했구나.’를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친구에게 그 날 일을 전해주었더니, ‘야, 요새 누가 사는 데를 물어봐, 그럼 실례야.’라고 충고했다. ‘주거지가 종교야, 묻지도 못하게.’라고 툴툴댔지만, 당황했던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뒤 서울에 오랜 주거 경험이 있음에도, 서울에 살면 주거지를 얘기할 때 동 이름을 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는 어디 사느냐고 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 장면은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80년대 학번 고교 평준화 세대의 선배가 자기 동기 중 서울대 출신이 수십명이라고 했다.

필자는 1990년 후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재학 중에 선생님들이 한 해 서울대 10명이나 들어갔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예전에는 서울대에 많이 갔었구나 정도 생각했다.

그런데 종종 뵙게 되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올해는 서울대에 한명 보냈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다. 필자는 우리 학교가 서울대에 한명도 못 보내나요. 라고 물었고, 요즘은 서울대에 한 명도 못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아주 간단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그 후배는 강남의 어느 동에 비해 강북의 어느 동 이름이 부끄러웠던 것이고, 내 모교의 줄어든 서울대 입학생은 강남의 어느 학생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강남은 단순히 비유나 상징이 아니라, 강남이라는 특정 지역과 그 주거인들이 대한민국의 돈, 권력, 명예를 쥐고 있는 실제 현실을 말한다. 그들이 엘리트라는 미명 아래 그들만의 성을 쌓아 영향력을 넓혀가고 강남 집값 오르듯이 부와 명예를 쌓아가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진보도 보수도 영남인 영남패권주의에서 학벌의 외피로 포장한 강남시대로 변모했다고 말한다.

그 차이는 단순히 태생으로 분류된 모호한 집단이 강남이라는 성에 거주하며 아파트라는 부와 명문대라는 명예가 교집합을 이루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데 있다.

청와대 수석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교수도, 피디도, 기자도 서울대와 강남이라는 그들만의 인맥을 구축한 채 서로 영향력을 행세하고, 사교육으로 구축한 명문대라는 간판으로 그 영향력을 대물림하고 있다.

최영호 변호사

저자는 현실은 특권층이 존재하는 불평등한 대한민국인데, 우리 유권자는 태극기 또는 촛불 들며 ‘표 찍는 기계’가 되어버렸다고 한탄한다. 지금 정권, 지금 정치의 실력으로는 진보도, 보수도, 부도 명예도 강남이라는 특권을 깰 순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전 저자는 참여정부 시즌2가 열리고 강남 집값이 미친 듯이 뛰어올라도 아무도 힘센 경제 관료가 강남 사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그 예측은 맞았다. 그리고 지금은 자유한국당은 부활할 능력이 없지만, 부활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누가 정권을 잡을 것인지는 관심이 없지만, 저자의 말처럼 아버지 주방에서 닭 튀기시고, 어머니 홀에서 서빙하시는 상봉동과 쌍문동의 전교 1등도 정당한 자기 성적으로 서울대를 더 많이 갈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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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준 2019-05-03 15:03:33
졸저의 저자인 공희준입니다. 보잘것없는 책에 극찬을 해주신 최영호 변호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