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3만달러 시대 쥐꼬리 월급
소득 3만달러 시대 쥐꼬리 월급
  • 전주일보
  • 승인 2019.03.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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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하면 떠오르는 것이 번식력이다.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기하급수를 설명할 때 주로 이용되는 도표도 쥐가 주인공이다. 쥐의 임신기간은 보통 24일로 한 달이 채 안된다. 한 배에 6~7마리 가량을 낳는데 6주면 젖을 떼고 한 달 후면 다시 새끼를 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분류학적으로 보면 쥐는 설치목 쥐과에 든다. 전 세계적으로 대략 1천800종이나 된다. 젖먹이 포유동물의 3분의 1을 쥐가 차지한다니 번식력에 어울리는 숫자다. 우리나라에는 다람쥐과 4종과 쥐과 12종을 합쳐 16종이 서식한다.

설치류 할 때 설치(齧齒)는 '갉아 대는 이빨'이라는 뜻이다. 앞니 한쌍씩이 위아래로 툭 튀어나와 '끌' 모양으로 생겼다. 앞니에 에나멜질이 있고 일생동안 끊임없이 자란다. 그러니 쥐로서도 골칫거리다. 끊임 없이 자라는 이빨을 적당한 크기로 조절해야 해서 딱딱한 나무를 갉아대거나 심지어 고압 전선까지 닥치는 대로 갉아댄다. 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사람 눈으로 보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결코 그냥 둘 수 없는 유해 동물이다. 중세 유럽 인구 3분의 1을 앗아간 페스트가 쥐를 통해 퍼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때부터 쥐는 인류가 반드시 박멸해야 할 공적 1호가됐다. 지난 60~70년대만 해도 우리의 식량을 훔쳐먹는 주범으로 몰려 대대적인 소탕 작전의 대상이었다. 초등 학교 숙제가 '쥐꼬리 열 마리 채집'이던 시절이었으니 하마터면 쥐의 씨가 마를 뻔했다. 그럼에도 쥐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인간과의 싸움에서 번번히 살아남았다.

흔히 월급쟁이들이 적은 월급을 두고 '쥐꼬리 월급'이라고 불평한다. 어림없는 소리다. 쥐로서는 억울하기 짝이없다. 사실 쥐꼬리는 보통 쥐몸통 보다 길다. 쥐꼬리는 높은 곳을 감아 올라가거나 전깃줄 따위에서 몸의 균형을 잡는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생명줄이다. 그런 귀한 생명줄을 얇아진 월급봉투로 비하한다는 것은 쥐의 입장에서 용납하기 힘들다.

우리의 1인당 국민 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5천만 이상 인구 국가로 세계 7번째라니 환영할 일이다. 선진국 지표라 하기도 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면 "살기가 갈수록 팍팍하다"는 이들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물려받은 것 없는 흙수저나 삼성 이재용 회장이나 똑같이 취급해 국민총생산에서 머릿수로 나눈 때문이다.

국민 소득 3만달러는 겉보기 숫자 놀음일 뿐이다. 4만 달러라 해도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하다. 그러니 '쥐꼬리 만한 월급'이라도 살뜰하게 써야 한다.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현혹돼 쥐꼬리 월급을 흥청망청 쓰다가는 쥐꼬리에 몸통이 흔들릴 수 있다. 어떤 어려움에서도 살아 남는 법을 쥐에게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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